UPDATED. 2024-04-26 17:03 (금)
[테크놀로지] 문화재 디지털 복원
[테크놀로지] 문화재 디지털 복원
  • 장미경/ 〈과학동아〉 기자
  • 승인 2002.01.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3D 모델링 작업 거쳐 고대 문화재 재현… 무령왕릉·장군총 등 복원 활발 디지털 TV, 디지털 냉장고, 디지털 세탁기, 디지털 전화기…. 생활 주변에 만연한 용어에서 그야말로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음을 느낀다.
문명의 이기를 창조하며 인간의 생활에 끝없는 편리를 안겨주는 첨단과학, 그 속에서 재주를 뽐내는 디지털 기술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디지털 기술이 최근엔 좀더 넓은 영역으로 발을 뻗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타깃은 바로 디지털 복원 분야다.
디지털 복원은 말 그대로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고대 문화재와 예술 작품을 재현하는 새로운 영역이다.
가상현실이 접목된 디지털 복원이 성공하면 누구나 ‘8세기 당시 신라의 수도 경주 거리를 거니는’ 타임머신 여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나라 반만년 역사의 산 증거를 고스란히 되살릴 수 있다니, 가슴 설레지 않은가? 고풍스런 문화재와 최첨단 디지털과의 만남. 과연 복원된 디지털 문화재가 실제의 모습과 똑같이 탄생할 수 있을까? 1971년 7월8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충남 공주에서는 지하수 차단을 위한 배수공사가 한창이었다.
파고 있던 배수구 바닥에 부서진 바위가 발견됐고, 이를 의아하게 여겨 점점 더 파고 들어가자 아치 모양의 구조가 나타났다.
왕릉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백제 문화의 찬란한 영광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무령왕릉의 발굴은 기념비적 사건임에 틀림없었지만 배수공사를 하던 중 진행된, 너무나 우연한 발굴이었다.
우연히 시작돼 하룻밤 사이에 끝나버린 발굴작업이라니! 백제의 무령왕릉이 한국 역사상 최고의 발굴이라는 찬사를 받음과 동시에 최악의 발굴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게 된 이유다.
결국 잘못된 발굴로 인해 무령왕릉은 다시 어둠 속으로 갇히게 됐고 1475년 전 찬란한 우리 문화는 원래 모습을 되찾기 어렵게 됐다.
이제 무령왕릉은 영원히 역사 속에 묻혀야 하는 걸까. 아직은 희망이 있다.
최근 떠오르는 디지털 복원이 우리 시야에서 벗어날 뻔했던 문화재 하나하나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복원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문화재 복원은 많은 자료와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현장 답사와 실측을 통해 장기간 동안 진행된다.
디지털 복원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복원을 위해서는 본격적인 컴퓨터 작업에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작업을 완성해야 한다.
시나리오의 경우 사용자가 문화재의 전반을 단순히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문화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해야 한다.
스토리보드는 일종의 장면 스케치를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촬영대본이 있는 것처럼 디지털 복원의 작업에도 작품 제작의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복원도 아날로그 복원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자료와 철저한 고증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수차례에 걸친 전문가의 자문, 현장 답사, 실물의 미니어처를 제작하는 작업, 그리고 각종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 등이 필수적이다.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컴퓨터 그래픽스와 가상현실 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복원 도면을 디지털화해 3차원 작업을 하는 3D 모델링 작업은 왕릉의 일부 단면을 다면체로 보고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 직선이나 곡선의 형태로 구성해 진행된다.
대략적인 틀이 잡힌 후에는 질감을 표현하는 작업을 통해 좀더 사실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
가령 무령왕릉의 디지털 복원 작업을 진행할 경우 동이 트면 왕릉 입구의 어느 부분부터 빛이 비춰지며, 내부 모습은 어떻게 변하는지 사실에 입각한 묘사를 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런 데이터는 각 조건을 만족하는 파라미터로 설정한 후 수치 방정식을 이용해 구하고, 이 값을 각각의 자료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래밍하면 좀더 생생한 디지털 문화재의 복원에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백제 무령왕릉, 신라 경주, 디지털 장군총 등의 디지털 복원을 완성했거나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과거의 낡은 사진에서나 희미하게 모습을 담고 있던 문화재가 차가운 기운을 벗어버리고 선조의 숨결을 담아 모니터 안에서 되살아나는 시대. 첨단과학의 발전은 고대 문화유산의 완벽한 영생까지 보장해주는 것일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