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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세계] 중간고사의 기로에 서서
[MBA세계] 중간고사의 기로에 서서
  • 이철민/ 미국 듀크대 MBA
  • 승인 2002.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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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P과 수업, 팀미팅과 과제 사이에서 첫학기의 3주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어느덧 중간고사 기간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한학기 수업기간인 6주가 끝나고 7주째에 몰아보는 기말고사와 달리, 중간고사는 과목에 따라서는 안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별도의 시험주간 없이 넷쨋주쯤에 보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3주를 어리벙벙하게 보낸 상태에서 맞이하는 중간고사는 대부분의 MBA 1학년생들에게 큰 심적 부담을 준다.
특히 한국 학생들에게 중간고사 기간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버리는 고통을 안겨다주는 힘든 기간이었다.
그 진퇴양난의 상황이란, 시험공부에 집중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선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음에도 시험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은, 학교에서의 모든 활동이 보통 때와 전혀 다름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수업은 물론 세계적 회사들의 SIP이 중간고사 기간에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없는 시간을 쪼개서 쓰게 마련인 대부분의 한국인 MBA 1학년들이 중간고사를 위해 따로 공부할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반면 중간고사 기간에 시험공부에 집중해야만 하는 상황은 한국 학생들의 ‘승부욕’ 때문에 생겨났다.
그 승부욕이란 “한때 공부 좀 했다”고 자부해마지 않는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성적을 놓고 일종의 보이지 않은 경쟁을 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 경쟁이라는 것이 전혀 심각한 수준이 아니고, ‘말하기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성적은 받아야 하는데…’ 정도의 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중간고사는 그야말로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선 각 과목들마다 시험 형식이 너무도 달랐다.
일단 확률과 통계(Probability & Statistics) 과목의 경우 약 3시간이라는 긴 시험 시간 동안 A4 용지로 3장에 걸쳐 설명된 작은 케이스를 읽고 약 20여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방식이었다.
단순히 공식을 암기한다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확률과 통계에 대한 지식을 실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는 형태의 문제는 생각보다 껄끄러운 상대였다.
반면 관리경제학(Managerial Economics) 과목은 대부분의 문제가 다지선다 형식으로 출제되었다.
여러 개의 보기 중에서 복수의 정답을 고르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그 시험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관리의 유효성(Managerial Effectiveness)과목은 한 문단 정도의 예문을 주고, 이에 대한 평가를 수업시간에 배운 리더십, 조직운영 등에 대한 지식들을 활용해서 써나가는 문제가 약 20여개 정도 출제되는 형식이었다.
따라서 수업 내용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 중요했지만, 효과적인 영작문 실력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 학생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간이 지나고 난 뒤, 대부분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몇년씩 시험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 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상황에서 치른 중간고사에 대해서 나중에 이야기해보니,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이 상당히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일단 통계와 확률 과목에서는 3주 동안 본 퀴즈와 중간고사의 합산 성적 순위에서 한국 학생들 모두가 최상위권을 유지했고, 관리경제학 과목에서도 대부분 상위권의 성적을 받았던 것이다.
심지어 처음부터 따라가기가 힘들어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던 관리의 유효성 과목에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들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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