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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빌링햄 카메라 백
[명품] 빌링햄 카메라 백
  • 윤광준/ 사진작가
  • 승인 2002.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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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가치를 뛰어넘는 존재감 내가 아끼는 카메라 백은 빌링햄이다.
쓰면 쓸수록 애착이 깊어지고 세월이 남긴 오염마저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진다.
일상용품에 없는 격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빌링햄 백의 매력이다.
단순히 ‘멋있다’는 말로는 빌링햄의 가치를 전달하기 어렵고 뭔가 허전해진다.
이 백이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몇개는 더 말할 수 있다.
빌링햄은 사용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독특한 존재감이 넘친다.
그것은 고급스런 소재가 풍기는 깊이이기도 하고, 형태의 디자인적 완결성이 주는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실용적 편의성이 더해져 물건을 담는 가방 이상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빌링햄은 백의 품위와 격조만큼 더 좋은 사진을 찍으라고 내게 주문한다.
빌링햄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진에 대한 사랑의 우회적 표현이기도 하다.
여느 백처럼 만만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좋은 물건이 주는 압도감을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이 백을 메고 다니면 많은 사람들이 한번 더 쳐다본다.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절대로 비싼 물건을 사지 않기로 유명한 내 친구는 나의 빌링햄을 보고 노트북 컴퓨터용을 바로 샀다.
이후 빌링햄 예찬론자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빌링햄은 사진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실용적인 카메라 백을 만들기로 했다는 마틴 빌링햄의 작품이다.
20여년 동안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카메라 백들은 프로 사진가와 안목 높은 사용자들 사이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아왔다.
저녁 9시 뉴스를 조금 주의깊게 보면 카키나 검정색 빌링햄을 멘 사진기자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소품으로도 가끔 등장한다.
중후한 인상의 남자 주인공이 주섬주섬 물건을 넣는, 가죽 테두리를 단 카키색 여행용 백. 빌링햄은 카메라 백 전문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여행용과 일상 소품을 넣을 수 있는 숄더 백, 다이어리나 지갑류 등으로 품목을 넓혀가고 있다.
빌링햄 제품 하나하나는 실용성을 우선한 최고 품질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전의 제품에 쓰였던 면직 소재는 뒷면에 방수처리되어 있지만 뻣뻣하지 않고 유연하다.
최신 제품에 사용되는 캔버스 천 역시 일반적으로 보게 되는 다른 제품들의 것과 다르다.
촘촘하고 톡특한 재질이 주는 느낌은 부드럽고 유연하다.
이 소재는 몇십년을 써도 될 만큼 강하고 질기다.
이들 천은 모서리를 가죽으로 둘러 마무리한다.
빌링햄에 쓰이는 고동색 가죽은 단단하게 박음질해 잦은 사용에도 뜯어지거나 변형되는 법이 없다.
백의 각 부위는 용도별로 보강처리돼 힘을 받는 부분이 변형되거나 사용 도중 닳아 해지지 않게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담긴 배려와 정성을 확인하게 된다.
실제로 빌링햄을 메어 보면 몸에 착 달라붙는 듯한 착용감이 일품이다.
이는 백의 무게중심을 몸 안쪽으로 쏠리게 한 설계와, 어깨 끈 안쪽에 발포 고무를 덧대어 미끄러지지 않게 한 세심한 배려 덕분이다.
사소하게 보이는 부분마저 최선을 다한 빌링햄 백에서 그것을 만든 이의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최고의 지향, 그리고 타협이 없는 장인의 고집이 바로 그것이다.
좋은 물건 뒤에는 훌륭한 인간의 향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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