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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료 ISP의 최후
[미국] 무료 ISP의 최후
  • 이철민 통신원
  • 승인 200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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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한국에서 최초로 i-net(지금의 PSINet)이 무료 ISP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이용자들은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ISP 자체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던데다 한달에 최고 2만~3만원은 내야 ISP 서비스를 겨우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i-net은 무료 ISP 서비스를 접었고 그 이후로 한국에서는 한동안 무료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무료 ISP 서비스들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프리인터넷의 파산선고로 돌아본 무료 ISP 시장…불안정한 사업모델 벗어나야 살아남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무료 ISP 때문에 유료 ISP들의 존립 자체가 위협을 받았다.
월마트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넷제로(NetZero), 알타비스타 등과 협력관계가 있는 퍼스트업(1stup), 야후와 K마트가 운영하는 블루라이트(Bluelight) 등을 비롯해 스핀웨이(Spinway), 주노(Juno) 등 무료 ISP들이 급속도로 이용자 층을 넓혀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협력회사로부터 광고비 명목의 지원금을 받거나 배너광고를 수주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수익원이 없었다.
따라서 이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손실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들이 과연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업계에선 초미의 관심사였다.
프리인터넷의 몰락과 넷제로의 호기 지난 10월6일 마침내 그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무료 ISP로 업계 5위를 달리던 프리인터넷 www.FreeInternet.com이 파산을 선언한 것이다.
프리인터넷은 사흘 전 전체 인력의 30%에 해당하는 90여명의 직원에게 월급을 줄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해고통지서를 날려 이러한 결과를 예고했지만, 시장의 충격은 컸다.
98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프리인터넷은 320만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무료 ISP였기 때문이다.
프리인터넷의 몰락은 전체 무료 ISP 업계에 대한 사형선고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 회사가 지난해 8월 세콰이어캐피털(Sequoia Capital)로부터 1천만달러의 투자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MP3닷컴으로부터 1천200만달러를 유치하는 등 지금까지 무려 1억달러(1150억원)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끌어모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사태의 심각성이 쉽게 드러난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프리인터넷은 지난해 100만달러에도 못 미치는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총 손실은 무려 1천900만달러에 이르렀다.
엄청난 적자가 숨통을 조인 것이다.
다른 무료 ISP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규모 기업들과 든든한 관계를 구축해 어느 정도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기는 하지만 상황이 언제 급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료 ISP의 대표주자인 넷제로가 프리인터넷의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밝혀 또다른 파장을 일으켰다.
이미 프리인터넷이 직원을 무더기로 해고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질 때부터 협상대상자로 알려진 넷제로는 프리인터넷 이용자들이 별다른 불편 없이 넷제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넷제로의 이런 무모해 보이는 인수가 과연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아주 냉소적인 시각으로 사태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업계를 선도하는 넷제로라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호기를 부리며 무리하게 회원수를 늘리기보다는 내실 있는 사업 모델 구축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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