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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⑤ 광주
[지역경제]⑤ 광주
  • 광주=박형영 기자
  • 승인 2002.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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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에 비치는 광산업 여명 광주 경제는 서비스업이 주도한다.
광주의 3차산업 비중은 생산액 기준 69.9%, 취업자 기준 81.3%로 전국 평균인 60.6%와 68.9%를 훨씬 웃돈다.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3차산업의 비중이 커지게 마련이지만, 광주의 3차산업은 산업고도화와 거리가 멀다.
금융, 정보통신 등 생산적인 서비스업이 아니라 유흥업, 소매업 등 소비업종이 주류를 이루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000년 GRDP(지역내 총생산)는 11조2503억원으로 전국 15위, 1인당 GRDP는 820만원으로 전국 평균의 77.2%에 불과하다.
빈약한 제조업의 구성내역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지역내 제조업체 중 대기업은 15개에 지나지 않고, 중소기업이 99.4%를 차지한다.
기아자동차가 그나마 지역 산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아자동차의 전체 협력업체 350여개 가운데 광주지역에 있는 기업은 70여개에 불과하다.
산업연관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이 이곳에서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1990년대 초에 들어온 삼성, 대우, LG 등의 전자산업은 이미 사양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백색가전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미래가 어둡다.
광주는 최근 도시공동화라는 또 한가지 난제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무안에서 전남도청 신청사 기공식이 열림으로써 전남도청 이전이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도청 이전으로 3700~8000명의 고용 감소, 1300억~2700억원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
시에서는 대책기구를 꾸리고 문화산업단지 조성, 금남벤처기업 촉진지구 조성, 현대미술관 건립 등 도심활성화 대책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또한 광주지역의 민심 이반을 우려해 도심활성화를 위한 예산 20억원을 확보해주었다.
그러나 이미 쇠퇴해가는 도심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광주전남발전연구원 김재철 산업경제연구실장은 “도심공동화는 어느 도시에서나 일어나는 현상이고 도청 주변도 이미 쇠퇴가 진행중이었다”며 “다만 도청 이전으로 가속화된 것일 뿐인데 당위성만 가지고 지역 현실을 무시한 계획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적절한 예산집행 논란은 지하철 공사에서도 나타난다.
광주지하철은 2002년 완공을 목표로 착공했다가 예산부족으로 2004년으로 개통 시기가 미뤄졌다.
계획 당시 지역특성을 무시한 지하철 공사는 시에 빚더미만 안겨줄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었지만 공사는 강행되었다.
“광주는 도시 모양이 원형이기 때문에 1개 노선으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지적은 “다른 광역시도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다”는 논리에 눌려버렸다.
“지하철 공사에 돈을 쏟아붓는 대신 도로정비에 투자했으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지역민들의 절망감은 김대중 정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광주경실련 김종재 공동대표(전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 대통령이 주위에 호남 사람만 앉혀놓았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SOC(사회간접자본)가 가장 중요하며 지역민들의 자구노력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상공회의소 홍호표 기획조사팀장은 “수도권 위주의 정책이 문제”라며 “아산 신도시가 가능한 것도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점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실마리가 보이지 않던 광주 경제에 가능성이 엿보이는 파란 싹이 자라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미래전략산업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광(光)산업이 그것이다.
광주시는 광통신부품, 광정밀기기, 광원응용, 광소재 등 4개 분야를 집중육성해 2010년 세계 5대 광산업국가에 들어간다는 목표로 ‘포토닉스 2010’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의 1단계 사업에 모두 40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왜 광산업인가? 빛고을 광주에서 광산업을 하는 것이 어울려서 채택됐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이 지역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대구에서는 섬유, 부산에서는 신발을 전략산업으로 채택했는데, 달리 기반산업이 없는 광주가 억지로 짜낸 것이 광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광주가 광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채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재의 광주시 투자유치자문관은 “광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은 기술인력의 인프라가 관건”이라면서 “광섬유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축적하고 있던 광주과학기술원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과기원이 광섬유 실험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이를 활용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광주과기원 교수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과 같은 기존의 산업을 이용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산업연구원 장윤종 디지털경제실장은 “광주지역에 자동차부품 산업이 비교적 자리를 잡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우위를 가진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자동차부품이 전략산업으로 채택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99년 광주가 미래전략산업으로 광산업을 선정하고 정부에서 이를 채택한 이후 광주는 한국광기술원을 설립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센터를 유치하는 등 연구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75개의 광산업체를 유치하여 모두 122개의 광산업체가 광주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중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서 이전해온 업체도 있고 업종을 바꾼 광주의 기존 업체도 있다.
장윤종 실장은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평가하기엔 이르다”면서도 “정부에서 공감대를 갖고 있고 국내에서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다른 지역에 비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정보통신이 광으로 바뀌는 추세이기 때문에 2~3년이 지나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수도권에서 멀다는 입지상의 악조건을 충분히 보상할 만한 이점을 기업들에게 제시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은 언제든지 이곳을 떠날 것이다.
고도의 연구기반시설을 확보하고 충분한 집적화를 이뤄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김재철 실장은 “광산업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인력 확보와 수익모델 창출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이 산업의 특징에 비춰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광산업진흥회 이춘상 관리팀장은 “대부분 영세업체들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여건이 충분치 못하다”며 “업체들이 자금지원에 목말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산업이 광주지역 경제를 살릴 구세주가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실패작이 될지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터뷰 | 이재의 / 광주시 투자유치자문관
광산업 육성, 정부 지원 절실

광산업과 다른 산업의 연관관계는 어느 정도인가? 광산업은 응용분야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다.
예를 들어 생산 자동화를 위한 로봇을 개발하는 데도 광기술이 핵심이다.
정보처리량이 워낙 많아 기존의 방식으로는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량의 정보처리를 위해 레이저가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광촉매를 이용한 환경산업도 응용분야다.
지금 가장 활성화된 분야는 광통신이다.
광주지역에서 광산업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지역의 의지와 전략, 국가의 육성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집적화를 위해 우선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산업단지와 같은 물리적 산업기반뿐만 아니라 광연구소와 같이 기술을 주도할 수 있는 연구기반들이 계획되고 갖춰져야 한다.
광주시는 지금 그것들을 차분히 진행시키고 있다.
수도권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가? 수도권은 전자산업 기계산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수도권에는 개별적으로 활동하는 광기업이 많이 있다.
우리가 인프라를 빨리 구축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포토닉스중앙연구소라는 하나의 기업이 지역 광산업을 발전시켰다.
국가적으로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예산을 할애하면 특화산업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광산업은 커스터마이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기업보다는 중소벤처기업에 적합한 업종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가 유리할 수 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광산업은 초기투자가 많이 필요하다.
하나의 광산업체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적어도 50억~1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고, 제대로 하려면 200억~300억원이 필요하다.
정부지원이 절실하다.

월드컵 비엔날레 시너지 효과 노린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3월29일부터 6월29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에 광주에서는 6월2일 스페인 대 슬로베니아, 6월4일 중국 대 코스타리카, 6월22일 준준결승전 등 모두 3개의 월드컵 경기가 치러진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비엔날레 개최일을 조정한 것이다.
그 가운데 광주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중국 대 코스타리카 경기다.
중국으로서는 사상 최초의 월드컵 본선 경기라는 점에서 4만여명의 중국 관광객이 몰려올 것으로 시는 예측하고 있다.
고재유 광주시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비엔날레를 통해 문화도시로서 광주의 이미지를 세계인에게 심어주고, 광제품과 김치 등 광주의 특화산업과 특산품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현재 광주-상하이간 주1회 운항하는 항공노선을 올해 2월 항공협정에서 주2회 정기노선화하고 월드컵 기간 중에는 베이징, 선양 등 중국 대도시까지 연장하는 방안과 특별전세기를 운항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해로 340마일인 목포-여운간을 선박으로 운항하는 방안도 전라남도, 해운관계 기관과 협의중이다.
숙박시설은 준비가 완료됐다.
월드컵 기간 중에는 하루 2만3천여명이 숙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내에 1만3200여실을 이미 확보했다.
다만 중국 경기에 대비해 전남북도의 협조를 받아 광주 인근 숙박시설 7천여실을 추가로 확보하고 있다.
한편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멈춤’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중외공원 문화벨트를 중심으로 4개 프로젝트별 전시와 다채로운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구성은 기존의 수평적 프로젝트를 벗어나 도심철도 폐선부지와 역사현장인 상무대 법정과 영창이 전시공간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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