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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산 신도시 개발 빛바랜 청사진
[초점] 아산 신도시 개발 빛바랜 청사진
  • 인교준/ <연합뉴스> 산업부
  • 승인 2002.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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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근교 신도시는 거의 개발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 지역 전셋값과 매맷값은 지난해부터 지칠줄 모르고 오르고 있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조성될 무렵 충남 아산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됐다.
지금까지 나온 정부 대책 가운데는 가장 커다란, 메카톤급 대책이었다.
아산 신도시 개발계획은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인 천안역사 부근 876만평을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고속철로 서울에서 34분 거리인 이 지역을 수도권의 업무·산업·교육·주거 등의 기능을 분산한 대표적인 복합신도시로 발전시킨다는 게 건설교통부의 계산인 것이다.
건교부는 이를 위해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 이전, 서울 명문대학 이전, 디즈니랜드형 위락단지 조성도 추진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명노 건교부 지역정책과장은 “고속철을 이용해 30분대에 서울에 진입할 수 있다면 시간상으로는 서울 외곽보다 더 가까워진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이 지역의 집값이 서울의 절반 이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 인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최적지라는 것이다.
아산 신도시 개발계획 어떤 내용 담고 있나 아산·천안 지역이 신도시로 낙점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서울과 90km 가량 떨어져 있으면서도 탁월한 교통 인프라인 고속철도를 갖추게 된다는 점이다.
천안역은 서울 기점으로 볼 때 경부 고속철의 첫번째 역으로, 이 구간 소요시간은 34분밖에 안 된다.
승용차를 이용한 과천-서울간 통근시간과 비슷한 셈이다.
또 수원-천안간 복선 전철화가 완료되는 2004년부터는 서울 전철망과도 이어진다.
교통망 외에 산업·교육 인프라도 상당한 편이다.
이 지역에는 아산·석문 등 국가산업공단이 5곳, 천안·오창 등 지방산업단지가 12곳에 이른다.
게다가 단국대와 중앙대 등 서울 소재 대학의 분교를 비롯해 선문대와 호서대 등 지방대가 9개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아산 신도시는 분당이나 일산, 평촌 등과 같은 서울의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형 신도시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건교부는 우선 천안역 부근 역세권 100만평을 올 상반기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하고 대한주택공사가 개발사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나머지 776만평도 2017년까지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건교부 일정대로라면 초고층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조화를 이루는 1단계 아산 신도시가 2007년이면 등장한다.
건교부는 신도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통근이나 통학을 위해 고속철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요금을 50% 할인해주고, 할인된 요금의 50%를 보조해주는 기업체에는 세제상 혜택을 주겠다고 한다.
최고 75%까지 요금을 할인받아 월 15만원(1일 왕복 5천원)이면 고속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인적자원부와 협의해 아산 신도시 지역을 대안학교와 특수학군 지역으로 지정해 우수 고교를 적극 육성하는 한편, 디즈니랜드형 초대형 위락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삼성이나 롯데 등과도 접촉에 나섰다.
그런데 이처럼 거창한 아산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에 ‘글쎄요’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건교부가 94년에도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8년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건교부의 구상은 아산·천안시 일대 886만평을 업무·산업·교육·주거 등의 기능이 복합된 인구 17만5천평 규모의 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2조5천억원에 달하는 개발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불발됐고, 97년 8월 충남도로 사업권이 넘어간다.
그뒤 충남도는 민간자본 4500억원을 유치해 2만3천평 규모의 역세권(경부고속철 장재역 부근)을 먼저 개발하기로 하고 투자업체를 찾았다.
하지만 97년 말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투자희망자를 찾지 못해 계획은 ‘없었던 일’로 되고 만다.
때문에 이번에도 “똑같은 꼴이 되지 않겠느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적어도 이런 매머드급 계획을 발표하려면 개발재원 마련계획 등이 앞서야 한다.
그런데 천안역사 부근 100만평을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여기에다 공공기관 이전과 서울 명문대 이전이 건교부 힘만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도 회의적인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 명문대 이전 가능할까 아산 신도시 개발계획과 관련해 해당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기대와 냉소가 엇갈린다.
우선 천안역 역세권 일대 아산시 탕정·배방·음봉면 일대 주민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탕정지역개발추진위원회 최성원 공동위원장은 “94년 신도시 개발 발표 이후 재산권 제한을 받아왔다”며 “정부가 경부 고속철 개통을 계기로 개발계획을 밝힌 만큼 이번에는 개발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건교부의 이번 발표가 선거를 앞둔 선심성 개발계획이라는 지역주민 목소리도 높다.
아산 시의회의 한 의원은 “왜 하필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런 개발계획이 발표됐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땅값 상승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부풀어 오르겠지만 선거가 끝나면 또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아산 신도시 개발계획은 타당성 여부를 둘러싸고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도 '뜨거운 감자'

건교부는 아산 신도시 개발계획 발표보다 조금 앞서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3754만평 해제를 뼈대로 한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안’을 발표했다.
건교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제한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사실 그린벨트 해제는 김대중 정부의 선거공약으로, 대규모 집단취락(100가구 이상)과 7개 중소도시의 그린벨트 해제작업이 거의 끝난 상태다.
또한 대도시권에 대한 해제도 지난해 9월 그 범위가 발표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안’은 수도권 안의 해제지역을 구체화한 후속 조처인 셈이다.
건교부는 이번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조치 이면에 대규모 택지공급과 주택건설 확대로 집값을 잡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수도권의 집값 폭등은 결국 주택공급 확대로 풀어야 하는데 그린벨트를 풀지 않고는 택지를 공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계획안에 따르면 해제 대상면적은 3754만평이며, 이중 우선 해제되는 집단 취락은 655곳 1158만평이며, 그밖에 신규 개발되는 조정가능 지역 130곳 1982만평, 국책사업지역 12곳 308만평, 지역현안사업지역 26곳 306만평 등이다.
일산과 분당 등 5개 신도시의 총면적이 1500만평인 점을 감안할 때 해제면적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상무는 “80년대 말 집값 폭등 사태가 5개 신도시 건설로 진정됐다”며 “이번 조처로 서민들의 주거불안 심리가 어느 정도 해소돼 수도권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해제조처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조처는 수도권 집중 억제와 균형발전이라는 우리나라 국토정책의 기본 방향에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시민환경단체에서는 “보존가치가 적은 환경평가 4·5등급지가 주 해제대상이라고 하지만 상태가 양호한 1·2등급지도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수도권 환경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또한 난개발에 따른 환경훼손 우려와 함께 해제가 안된 지역주민의 반발도 만만찮다.
실제 1월22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안 공청회’에는 해제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의 주민들이 버스를 타고 대거 참석해서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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