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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자’ 신드롬의 이면
[기자수첩] ‘부자’ 신드롬의 이면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2.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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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새해 덕담은 “복 많이 받으세요”보다 “부자 되세요”가 더 유행했던 것 같다.
옛 생각을 해보면 TV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부자되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건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부자되라는 건 돈 많이 벌라는 뜻인데, 돈을 강조하는 건 왠지 ‘천박하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자와 도덕성은 왠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정서도 한몫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부자되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자연스런 바람이다.
광고를 제작한 팀도 사람들의 바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설득력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광고의 유행 이면에는 사람들의 정서가 많이 바뀐 탓도 있지만, 실제로 이 꿈을 이뤄낸 신흥 부자들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은 30~40대의 CEO들로서 시대적인 요구를 잘 읽었으며, 신선한 아이디어와 벤처의 도전정신으로 젊은 나이에 부를 거머쥐었다.
한 시사잡지에서는 주식평가액을 기준으로 신흥부자 20인을 선정했는데, 1위가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2위가 정소프트의 한동원, 3위는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4위는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이 꼽혔다.
모두 주식평가액 1천억원 이상의 부자들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가진 것 없이 출발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모범사례’를 만들어낸 이들은, 물려받은 재산을 통해서나 투기를 통해 부자가 된 세대들보다는 훨씬 값지고 품위있는 부자상을 만들어주었고, 사람들의 부자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아주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벤처업계의 한 종사자는 상위에 랭킹된 기업가들이 “자신을 돈 벌게 만들어준 그 토양과 산업을 위해 얼마나 공헌을 했는지 회의적”이라며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돈을 번 만큼 사회에 환원하지 못한다는 핀잔이다.
잘 생각해보니 관계기관이나 매체들도 부자들 순위나, 매출을 많이 올린 기업 순위 등등은 연말이면 앞다퉈 발표하지만, 세금 제대로 내는 기업이나, 사회에 기여하는 부자들의 순위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우리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버는가도 중요하지만, 이제 어떻게 쓰는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이미지 관리를 위해 사회사업이나 기업으로서의 역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에게서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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