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커리어] 졸업하고 과외 또 받으라고?
[커리어] 졸업하고 과외 또 받으라고?
  • 변지성/ 잡코리아 기획팀
  • 승인 2002.02.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실업 늘면서 취업과외 열풍 불어… 웹디자인 등 전문 자격증 학원 성업 대학을 가려고 과외에다 학원에다 그렇게 많이 투자했건만,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사교육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가 보다.
간신히 입시전쟁을 끝내고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만 또다시 다가오는 것은 취업전쟁이니 말이다.
투자의 결실은 고사하고 또다시 취업을 위해 과외를 받는 취업생들이 늘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취업생 10명 중 4명이 취업을 위해 연간 최소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인 잡코리아 www.jobkorea.co.kr에서 취업생 15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2.18%에 달하는 633명의 응답자가 취업준비를 위해 연간 최소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 사교육비를 쓰는 경향은 남자 취업생들의 경우, 744명 중 371명인 49.8%로 여성 취업생 809명 중 284명인 35.1%에 비해 14.7%가 많았다.
오늘날 대졸 취업난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취업구조 변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다.
특히 IMF 이후 기업들이 과거의 대규모 채용방식에서 벗어나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 위주의 소수 핵심인력 채용방식을 선호하면서 신입직들의 취업문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게다가 대학진학률은 꾸준히 높아져 대졸 인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기업체는 구조조정 여파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었으니 신규 대졸자가 진입할 문은 빈틈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청년(20~29살) 실업률은 7.5%(32만2천명)로 전체 실업률 3.4%의 두배를 넘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는 졸업자의 85%가 실업이나 반실업 상태이다.
이렇듯 올해도 취업대란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일자리를 찾기 위한 취업생들의 눈물나는 분투는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2002년 전국 각 대학교의 실질 취업률이 평균 20%를 밑돌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과 함께 그 심각함은 취업생들의 ‘취업과외 열풍’이라는 왜곡된 현상을 낳고 있다.
실제 올 2월 K대 사범대를 졸업한 이아무개(24)씨는 지난 1월부터 컴퓨터 학원에 등록해 하루 8시간씩 6개월 과정에 다니고 있다.
한달 수강료만 100만원이다.
이씨가 이렇듯 거금을 들여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최근 기업들이 경력직 사원을 선호하고 있으며, 신입직이라도 실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취업만 된다면 비싼 수강료도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H대 공대를 졸업한 최아무개(28)씨는 지난 연말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7여 군데에 입사지원서를 냈지만, 영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고배를 마셨다.
최씨는 이달 초부터 종로의 한 어학학원에서 ‘취업과외’를 받고 있다.
토플, 토익 등 영어 학습에 쓰는 비용이 한달에 30만~40만원에 달하지만 최씨는 “어려운 취업시장에서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생들의 ‘취업과외’ 분야는 영어나 컴퓨터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실내건축기사나 증권분석가, 컨벤션기획사, 투자상담사, 코디네이터, 웹디자인 등 전문직종 관련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서 취업과외를 받는 취업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10명 중 4명 한해 100만원 넘게 써 사회조사분석가 과정을 개설한 노원구 N학원 관계자는 “최근 수강생이 800여명에서 1천여명 정도로 증가했다”면서, “자격증을 딴다 해도 그 자격증만으로 바로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닌데, 불안한 마음에 자격증이라도 취득하려는 취업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대학의 교육대학원에서 발표한 <대학생 취업준비 과외학습의 유형과 비용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인 대학 4년생 2348명 중 1126명(48.9%)이 전문학원 등에서 ‘취업과외’를 받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취업과외를 받는 곳은 사설학원이 76.5%로 가장 많았으며, 교내특강이 22.4%, 구청 등 공공기관이 1%로 뒤를 이었다, 1학년 때부터 취업과외를 시작한다는 응답자가 19.1%, 2학년이 28.6%, 3학년 38.5%, 4학년이 13.8%로 나타나 최근 어려운 취업난으로 저학년 때부터 미리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화되는 추세임이 드러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업이 더 어려운 지방대 학생들일수록 취업과외 경험이 많고 과외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 희망자들이 일찌감치 전문자격증을 따기 위해 전문기관에서 취업과외를 받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취업과외 열풍’을 악용해 취업알선 학원이나 전문교육기관들이 취업보장을 미끼로 교재 구입을 강요하거나 고액의 학원비를 요구하는 취업사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지정 공식학원이라고 속인 뒤 취업생들을 대상으로 수억원대의 수강료를 챙긴 K컴퓨터학원 등 지난 한해 동안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자격증이나 교재 관련 피해상담 건수만 4053건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취업생들의 초조한 마음을 이용한 취업사기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마음은 급하겠지만, 좀더 신중한 취업전략을 먼저 세워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련정보를 수집한 후 전문학원에 응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전국의 권역별로 취업알선센터나 전문학원 등을 조직화하여 취업에 관한 모든 정보와 교육을 기업체와 취업생들에게 적시에 제공하고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취업을 미끼로 취업사기를 당하는 취업생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각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