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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 열성 회원 갖춘 거대 유통망
관련기사2. 열성 회원 갖춘 거대 유통망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2.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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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홍보 비용 줄일 수 있어 대기업도 적극 활용… 올해 시장규모 5조원 전망

국내 최대의 다단계판매 업체인 한국암웨이에는 국내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을 모아놓은 ‘원포원(One For One)’이라는 상품군이 있다.
1998년 40여개 품목으로 출발한 ‘원포원’은 현재 140여개 품목으로 확대됐다.
두산과 오뚜기, 대한펄프 등 국내 대기업 제품들과 중소기업에서 생산되는 각종 차와 딸기쨈 등이 판매되는데, 이들이 한국암웨이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두산 마케팅팀 이기형씨는 “지난해 암웨이쪽으로 나간 종가집김치의 매출액은 100억원이 좀 넘는다”고 말했다.
2001년 종가집김치의 총매출액은 1200억원이었다.
따라서 암웨이는 종가집김치 전체 판매량의 약 10%를 소화하는 거대 유통망인 셈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암웨이에 독점 판매시키는 뉴트리라면의 경우를 보면 상황은 좀더 분명해진다.
뉴트리라면은 2000년 한국암웨이쪽 제의로 한국야쿠르트가 개발한 현미 라면으로, 지난 한해동안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야쿠르트의 대표상품인 왕뚜껑이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뉴트리라면 출시는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한국야쿠르트 손영진 과장은 “다단계판매의 특성상 별도의 마케팅 인력과 홍보비가 필요없다는 점도 제품 생산을 결정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IMF 사태 이후 폭발적 성장세 지난해 9월 삼성전자가 암웨이를 통해 김치냉장고와 DVD플레이어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다단계판매 업체를 새로운 유통 채널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일부 유통 전문가들의 말대로 다단계판매는 “21세기 최후의 승자가 될 미래형 무점포 유통시스템”으로 국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사실 지난 몇년 동안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이 눈부신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만으로도, 대기업들이 이 독특한 유통방식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88년 암웨이의 한국 진출로 형성되기 시작한 다단계판매 시장은 95년까지만 해도 4천억원 규모를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다 IMF 한파를 겪고난 99년에 9100억원 규모로 급격히 커졌고, 2000년에는 2조12억원, 2001년에는 3조8천억원으로 성장했다.
최근 3~4년간 매년 1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IMF 위기로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면서 실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단계판매업쪽으로 흡수돼 이 업계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부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도 다단계판매 시장 성장의 큰 이유로 꼽힌다.
한국방문다단계판매협회 배기정 전무는 “현재 다단계판매의 원산지인 미국보다 일본의 시장규모가 더 크고, 대만과 중국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양보다는 인정과 혈연이 끈끈한 동양이 다단계판매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암웨이 명혜경 차장도 “한국암웨이의 매출액이 일본암웨이와 미국 본사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는데, 인구밀도가 높고 인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특징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각 시·도에 신고된 다단계업체 수는 약 400여개에 달하지만, 업체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다른 어느 업계보다 두드러진다.
상위 10개 업체가 전체 매출의 73.5%를 점하고 있다.
암웨이가 국내 전체 시장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고, 앨트웰과 숭민코리아유통(SMK), 한국허벌라이프 등 국내외 4~5개 업체가 치열하게 그 다음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단계 업체도 ‘빈이빈 부익부’ 지난 10년간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암웨이는 전체 회원수가 100만명이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핵심 멤버’만 2만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매출은 7200억원으로 2000년(3400억원)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 본사에서 생산되는 세제와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등이 주력상품이고, 여기에 국내 기업 제품과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는 제품을 포함해 수천개에 달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치약이나 세제, 휴지 같은 저가의 생활필수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회원 확보가 쉽고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이 암웨이의 강점이다.
여성용 보정속옷(기능성 의류) 전문업체로 출발한 앨트웰은 국내 다단계 기업 중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업체로 꼽힌다.
앨트웰의 지난해 매출액은 총 5천억원, 회원수는 65만명이다.
직접 생산한 523가지 기능성 의류와 앨트파이 정수기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데, 최근 화장품과 생활용품, 건강식품으로 품목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매출 상위를 차지하는 또다른 국내 업체로는 숭민유통코리아를 꼽을 수 있다.
숭민유통코리아는 88년 전자요 등 자기 의료기구 생산업체로 출발해, 현재 48만명의 회원과 170여가지 상품을 구비한 굵직한 다단계업체로 성장했다.
앨트웰과 숭민유통코리아의 성장과정을 들여다보면, 국내 다단계업체들이 몇가지 단계를 거쳐 매출 상위그룹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우선 자사가 생산하는 주력상품 판매로 상당한 수의 회원을 확보했다.
주력상품은 주류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틈새 상품’일수록 유리하고, 품질도 좋아야 한다.
다단계판매는 상품을 구매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입소문을 퍼뜨려 판매하는 방식을 취한다.
주력상품이 허술하면, 매출액에서 ‘보상’(상품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대규모 회원을 확보하기 어렵게 마련이다.
직접 생산한 주력상품은 마진이 높기 때문에 업체 성장에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회원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상품을 다각화하고 신상품을 개발한다.
특히 국내 업체들은 재구매율이 낮은 고가의 상품들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위한 상품 다각화 경쟁이 치열하다.
숭민코리아유통은 ‘앙쥬아르’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 생산과 판매에 나섰고, 국내 중소기업 우수상품과 지역 특산품으로 ‘구색 맞추기’에 힘쓰고 있다.
앨트웰 역시 정수기와 기능성 의류 시장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재 상품의 비중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업체의 몸집이 커지면, 회원을 관리하고 신상품을 내놓는 것만으로 지속적인 매출 신장을 꾀할 수 있다.
회원들은 자사 상품에 대한 대규모 소비자 집단이자 이를 적극적으로 판매할 사업자 군단이다.
이 집단의 ‘구매 충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상품을 많이 구매할수록 더 큰 보상이 따르는 다단계업체의 특성을 감안하면, 암웨이 회원이 ‘보상’의 혜택을 뿌리치고 이마트에서 샴푸를 구매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에서 판매하는 상품군이 다양해질수록 ‘요람에서 무덤까지’ 해당 업체의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더구나 자신의 판매실적을 자녀들에게 상속할 수 있기 때문에 ‘대를 이어 충성하는’ 일도 그리 어렵지가 않다.
뿌리 깊은 불신 극복이 최대 과제 이토록 구매력 있는 집단에 대기업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지사다.
매년 두배 가량 증가하고 있는 암웨이 회원들이 평생 종가집김치만 사먹을 가능성이 높다면, 두산으로서는 암웨이를 새로운 유통채널로 확보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20%의 꾸준한 성장률과 1100만 사업자를 자랑한다는 미국 다단계판매 시장을 지켜본 빌 게이츠가 “컴퓨터사업을 안 했다면 네트워크마케팅(다단계판매) 사업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업계에서 활동중인 판매사업자가 200만명에 달하고, 올해 시장 규모가 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도 여전히 ‘불법과 합법, 피라미드 사기와 합법적 다단계’의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우려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좀더 나아가 “마케팅과 홍보비, 점포 개설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준다”는 다단계업체의 주장과 달리 “자사 생산제품 가격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책정해 마진을 챙김으로써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다단계판매 업체의 초고속 성장은 국내 유통업계의 지형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복잡다단한 각 업체가 회원들에게 보상하는 방식은 과연 합리적인가? 회원들이 곧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자영업자가 되고, 각자의 매출(보상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현재의 방식에 문제는 없을까? 질문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는 이는 아직 없다.
기업 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단계판매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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