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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투자칼럼] 일본 위기, 한국 주가 상승에 ‘찬물’
[김영익의투자칼럼] 일본 위기, 한국 주가 상승에 ‘찬물’
  • 김영익 / 대신경제연구소
  • 승인 2002.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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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거품이 붕괴되고 10년 넘게 저성장을 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에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물가 수준 자체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다.
금융시장에서도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닛케이지수 10000엔선이 붕괴되면서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엔화 가치의 하락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가 올 4월부터는 1천만엔 이하의 예금과 그 이자만을 보호받는 예금부분보장제가 실시된다.
주가 하락에 따른 은행권의 주식 평가손 확대와 가계의 예금 인출은 은행으로 하여금 기업 대출을 회수하게 할 것이다.
그러면 기업 파산이 늘어나고 이는 실업 증대와 더불어 가계 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이런 경로로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심화되면 외국인들도 일본 주식과 채권을 팔고 나갈 것이기 때문에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응하여 일본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특히 미국 채권을 매각하면 일본의 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이것이 일본의 3월 위기설의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3월에 과연 위기가 발생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그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은행의 평가손 확대는 일본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막을 것이고 예금부분보장제도는 이미 1년 전에 공시돼 일본 가정이 충분히 대책을 마련해뒀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채권 등 일본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당분간 일본 경제가 나빠지고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은 높다.
이것은 우리 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다.
직접적 영향으로 일본 금융기관이 우리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할 가능성을 상정해볼 수 있다.
97년에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우리 경제의 위기가 더욱 심화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 은행이 우리에게 대출해준 금액이 68억달러로 그렇게 크지 않은데다가 주로 장기 대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 약세를 통해서 간접적 영향을 줄 수는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은 줄어든다.
또 엔화 가치 하락은 곧바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결국 물가와 금리가 불안해지면서 주가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것이 예상되면 외국인들은 환차손을 우려해 우리 주식을 팔거나 매수 시기를 늦춘다.
92년 이후의 과거 통계로 분석해보면 엔 약세는 시작된 지 3개월 뒤부터 우리 주가에 나쁜 영향을 줬고 그 효과는 10개월 후에 가장 컸다.
일본의 3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우리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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