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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통사와 포털 “뭉쳐야 산다”
[비즈니스] 이통사와 포털 “뭉쳐야 산다”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2.03.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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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다음, SKT-라이코스 등 2인3각 짝짓기 “유무선 통합 포털 고지 점령하라”

KT와 다음커뮤니케이션, 그리고 SK텔레콤과 라이코스코리아의 제휴 움직임. 통신업체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본격적인 짝짓기가 시작된 것일까? 덩치 큰 통신사업자들의 잇따른 제휴 손짓에 지금 테헤란밸리는 술렁이고 있다.


지난 1월5일 KT와 다음은 인터넷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KT가 다음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다음이 KT의 PC통신 자회사인 KTH(옛 하이텔)를 인수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달 뒤 SK텔레콤은 오는 4월 독립 법인으로 출발할 유무선통합 포털 네이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라이코스코리아와 모종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현재 라이코스코리아의 대주주는 미래산업과 테라라이코스로, 이들이 각각 43.25%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협상은 SK텔레콤, 미래산업, 테라라이코스 3자가 진행하고 있는데 지분매각, 신주발행 등 다양한 제휴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에 앞서 야후코리아에 러브콜을 보냈으나 자금사정이 넉넉한 야후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 관계자도 “현재 야후 상황에서는 경영권 이양 등을 포함하는 수준의 제휴는 필요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이 제휴를 통해 노리는 것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거시적인 안목에서 보면 “‘유무선통합 포털’이라는 큰 그림을 향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가는 사전포석으로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통사와 포털 ‘동상이몽’

다음의 경우 KT와 손잡게 되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초고속망, 빌링시스템 등 KT의 유무선 인프라를 고루 활용할 수 있다.
지분 인수를 통해 KTH의 대주주가 되면 하이텔의 현금 자산을 운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다.
현재 포털 사업자들이 무선인터넷으로 접근하는 게 쉽지 않지만, KT 식구가 되면 이동통신 사업자인 KTF와 논의가 훨씬 쉬워질 게 당연하다.
휴대전화 단말기에서 단 한번에 다음 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KT는 다음과 제휴를 통해 확고한 인터넷 사업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속셈이다.
KT는 풍부한 인터넷 인프라에 비해 콘텐츠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T도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놓고 저울질이 한창인데 크게 두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다음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 기획조정실의 ‘KTH강화론’이고, 다른 하나가 e비즈사업본부가 내거는 ‘렛츠KT닷컴 통합론’이다.


우선 KTH강화론은 지난해 말 인터넷 콘텐츠 강화를 위해 KT에서 운영하던 한미르, 메가패스 콘텐츠몰 등을 KTH에 넘겨주었던 것을 떠올리면 된다.
KT 지붕 아래에 있는 인터넷 사이트들의 중복을 없애고 KTH를 중심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강화해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 KTH의 능력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유선 인터넷 분야의 강자인 다음과 제휴를 통해 KTH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 KTH강화론의 골자다.


반면 렛츠KT닷컴 통합론은 조금 다르다.
렛츠KT닷컴은 포털의 게이트웨이 사이트로 계획됐다.
기존 콘텐츠 중심의 포털이 아니라 포털들을 대신해 과금, 가입자관리, 인증을 대행해주는 형태다.
콘텐츠 중심의 인터넷 사업 대신 포털들이 직접 운영하기 힘든 솔루션을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는 그동안 해오던 콘텐츠 사업을 아웃소싱해줄 전문기업으로서 다음이 필요해진다.


KT는 3월10일까지 두가지 안 가운데 한가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어서 인터넷 사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가지 안 모두 다음을 필요로 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어느 한가지 안으로 채택될 경우 다른 인터넷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KTH강화론쪽으로 결정될 경우 다음과 KT의 힘이 합쳐진 강력한 유무선통합 포털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경쟁자의 처지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렛츠KT닷컴쪽으로 결정될 경우 인터넷 사업자들에게는 KT와 폭넓은 제휴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이른바 KT쪽으로 줄서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KT의 또 다른 고민은 KTF다.
“KT가 KTF와 함께 유무선통합 포털을 함께 준비한다면 파괴력을 지닐 것이다.
그러나 KTF에 비해 KT가 줄 게 없다.
무선사업자가 무선망을 준다면 유선사업자는 유선인터넷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KT는 이 부분이 약하다.
” SK텔레콤 관계자는 KT그룹 안에서 유무선통합 포털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점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KT는 다음을 통해 콘텐츠를 보완하든, 다른 포털들을 이끌어가는 포털 게이트웨이 사업자로 변신을 하든 인터넷 사업영역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더 절실한 상태다.


이에 비하면 SK텔레콤과 라이코스코리아의 이해관계는 깔끔하다.
SK텔레콤은 가장 먼저 유무선통합 포털의 깃발을 올렸다.
음성통화로는 한계에 이를 것으로 판단한 SK텔레콤은 무선인터넷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보았고, 이를 위해 유선 인터넷과 연계를 고민했다.
그런 포석에 따라 네이트라는 유무선통합 포털 브랜드를 띄웠고 유선과 무선을 아우르는 제국을 만들어보고자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유선 포털. “유선인터넷에서 경험도 부족하고 유선 가입자 기반도 약하기 때문에 SK텔레콤으로선 필연적으로 기존 유선 포털사이트와 결합을 꾀할 수밖에 없다.
” LG증권 이왕상 애널리스트의 평이다.
튼튼한 유선 포털과 결합해 유선인터넷 가입자 유치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이야기다.
라이코스코리아도 무선인터넷 시장을 뚫고 들어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휴가 반갑다.



무선망 개방 “올 것이 왔다”

그럼 여기서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지금 통신업체와 포털 사이의 활발한 제휴 모색은 앞으로 펼쳐질 유무선통합 포털 경쟁에서 좀더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한 움직임이다.
앞으로 인터넷은 유선을 벗어나 다양한 기기로 다양한 통신망을 통해 쓰는 게 일반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왜 바로 지금 유무선통합 포털이 떠오르기 시작했나’를 생각해볼 만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선망개방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한 이유로 든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아무리 꺼려한다 해도 무선망 개방이라는 대세는 거스를 수 없다.
현재는 무선망에서부터 무선인터넷 서비스까지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제아무리 유선에서 날고 뛰는 포털사이트라도 통신 사업자들을 배제한 독자적인 사업은 할 수 없다.
간단한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도 포털 사업자는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동통신 사업자들만이 과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이트, 매직엔, 이지아이 등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무선인터넷 접속 메뉴에 자신들의 포털사이트 이름을 올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무선망 개방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선망이 개방되면 유선 사업자들이 좀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인증, 과금과 같은 일을 유선 사업자들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쳐 겨우 무선인터넷 메뉴에 ‘야후’를 올려놓을 수 있다.
그러고도 독자적인 과금은 할 수 없다.
그러나 무선망이 개방되면 사용자가 휴대전화의 바로가기 버튼을 조작해 이통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거치지 않고도 ‘야후’에 직접 들어갈 수 있다.
‘야후’에서 직접 캐릭터를 팔거나 게임 이용료를 받을 수도 있다.
유선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쌓은 풍부한 경험과 콘텐츠를 앞세워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유선 포털 업자들이 주도권을 쥘 기회가 열린다는 이야기다.


거대 통신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유무선통합 포털이라는 그림이다.
그래서 SK텔레콤은 ‘네이트’를, KT는 ‘인터넷기업으로의 변신’을 외쳤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는 LG텔레콤도 초고속인터넷과 무선랜 사업을 펼치는 하나로통신과 천리안을 가진 데이콤과 함께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형태가 네이트와 같은 새로운 브랜드의 탄생일지, 현재의 이지아이를 확대 개편하는 것일지가 정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이렇게 보면 다급한 것은 통신업체쪽이다.
통신 사업자가 유선 인터넷으로 확장하기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는 데 비해, 유선인터넷 사업자가 무선으로 진출하기에 좋은 기회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선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다음, 야후와 같은 포털들은 느긋하다.
“이야기가 잘 진행되다 SK텔레콤이 야후, 라이코스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다음쪽 태도가 다소 변했다.
” KT쪽 협상 관계자의 이야기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월말쯤 결론이 날 것 같았던 KT와 다음의 제휴는 현재 답보상태에 들어가 있다.


올해 ‘인터넷’ 시장의 핵폭풍은 ‘유무선통합 포털’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동안이 인터넷 기업들만의 게임이었다면, 이제는 덩치 큰 통신사업자들이 모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규모로나 영향력으로나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사이트의 외형적인 통합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자의 삶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유선과 무선이라는 환경에 맞추어 알맞은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통신 사업자들이 지금 유선인터넷 사업자들로부터 찾아야 하는 것은 유선의 ‘콘텐츠’가 아니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해냈던 ‘능력’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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