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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E3 최대 화두는 게임기
[포커스] E3 최대 화두는 게임기
  • 유형오(게임브릿지)
  • 승인 2001.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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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소니·닌텐도, 게임박람회에서 대대적 홍보… 게임 관련 워크숍도 함께 열려 세계 최대의 게임박람회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가 지난 5월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LACC)에서 열렸다.
미국의 ‘인터랙티브 디지털 소프트웨어 협회(IDSA)’가 주최하는 E3는 올해로 7회째를 맞았는데, 35개 한국 업체를 포함해 100여 나라의 450여 게임 관련업체들이 참가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과시했다.
‘미래를 감지하라’(Touch the Future)라는 이번 행사 슬로건에 부응이라도 하듯 이번 행사에는 최첨단 게임플랫폼과 750여종의 게임타이틀이 출품됐다.
주최측은 행사기간에 1천여명의 취재진을 포함해 모두 6만2처여명이 관람했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올해 E3의 최대 이슈는 세계 게임기 시장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닌텐도의 3파전이었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3차대전’으로 불리는 이들 3대 공룡 업체간 대결구도는 이미 지난해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졌고, 그 덕분에 이번 E3 행사기간 중 세 업체의 전시관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관람객들이 붐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게임기 신제품 ‘엑스박스’의 실물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그동안 제작한 엑스박스 전용 타이틀 80여종을 공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공세를 펼쳤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 타이틀이 전에 대부분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됐던 게임들을 엑스박스용으로 컨버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상쇄하려는 듯 테크모, 세가, 캡콤 등 메이저급 게임 제작사들이 엑스박스 진영에 가세한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관람객들과 매스미디어의 기대를 증폭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엑스박스는 미국에서 오는 11월18일 대당 299달러에 출시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출시 이후 연말까지 40여일간 적어도 100만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이에 비해 소니는 이미 전세계에 1천만대나 보급한 ‘플레이스테이션(PS)2’와, 확고히 구축된 서드파티라인의 위용을 과시하면서 다소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소니는 이번 E3 행사에 앞서 미국의 리얼네트웍스, 시스코시스템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사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게이머들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면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
소니가 AOL과 제휴한 목적은 PS2에 특수 브라우저를 내장시켜 게임을 하면서도 인스턴트메시징, 채팅,e메일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제휴는 PS2를 브로드밴드 환경에 적응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소니는 설명했다.
다시 말해 소니는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된 가정용 게임기를 앞세워 브로드밴드 시대의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것이다.
닌텐도는 엑스박스와 PS2에 대응해 ‘게임큐브’라는 이름의 128비트 게임기를 일본과 미국에서 9월과 11월에 잇따라 출시할 계획이며, 소비자 가격을 대당 2만5천엔(미국에선 199달러)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닌텐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에 공식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닌텐도는 ‘이터널 다크니스’, ‘웨이브 레이스’, ‘NBA농구 2002’ 등 모두 7개의 게임큐브 전용 타이틀까지 선보였고, 마쓰시타와 함께 개발한 DVD플레이어 결합형 시제품도 전시했다.
닌텐도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드웨어(플랫폼)의 성능과 온라인 서비스를 강조하는 것과는 다르게 게임회사로서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양보다는 질적인 게임을 내세우고, 휴대형 게임기인 ‘게임보이’의 시장지배력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연동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PC게임 분야에서는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로 유명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개발중인 ‘워크래프트3’가 가장 주목을 받았고, 온라인게임 영역에서는 미국의 EA가 유명 인기소설인 해리포터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온라인게임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타이틀 가운데 40%는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용이었고, 33%는 PC게임이 차지했다.
휴대형 게임기용 타이틀의 비중은 15%였고, 한국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쪽은 4%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모바일과 PDA용 게임은 각각 2%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렀다.
DVD와 셋톱박스용 게임 역시 1% 이하로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더글러스 로웬스타인 IDSA 회장은 시장조사 전문회사인 IDC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재 4천만명 정도인 미국의 온라인 게이머 수가 2004년에는 72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시장규모 역시 23억달러 규모로 급팽창할 것”이라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의 미래를 낙관했다.
전시회에 앞서 열린 워크숍과 컨퍼런스에서는 ‘온라인게임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온라인게임: 커뮤니케이션과 커뮤니티 구축’, ‘브로드밴드 시대의 게임소비자’, ‘무선시대의 게임’, ‘온라인 시대의 콘솔게임’, ‘차세대 게임 디자인’, ‘영화와 게임의 접목’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게임 개발자들과 마케터들이 분석을 제시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게임 전문가들은 앞으로 컴퓨터게임이 세대 구분 없이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 측면에서는 무선연동 능력과 멀티플랫폼, 혁신적 그래픽이 게임 분야에서 가장 핵심 요소기술로 간주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는 올해 E3에 모두 35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 가운데 29개 업체는 게임종합지원센터가 마련한 한국공동관에 전시장을 두었으며, 6개 업체는 단독 부스를 설치해놓고 전세계에서 몰려온 보도진과 게임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상담과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한국의 참가업체 수는 지난해에 비해 11개나 늘어났고, 분야별로도 온라인게임 15개사, PC게임 10개사, PDA게임 4개사, 게임 관련 하드웨어 3개사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는 국내 게임산업 기반이 다변화하는 동시에 급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PDA게임 회사인 지오인터랙티브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후원을 받아 부스를 설치해 운용하고, 엔씨소프트가 세계적 게임 개발자인 리처드 개리엇을 영입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 등은 국내 게임 업체들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확인케 했다.
게임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이번 E3 행사기간 중 국내 게임 업체들은 외국 바이어들과 총 1억5천만달러 규모의 상담을 벌였고, 일부는 현지에서 바로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 업체들은 게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큰 시장인 가정용 비디오게임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카드를 별달리 내놓지 못했다.
또 국산 PC게임이 경쟁력을 크게 상실하고 있는 가운데, 돈벌이가 되는 외국산 게임의 판권 쟁탈전은 여전히 치열한 모습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양적’인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었지만, PS2나 엑스박스가 브로드밴드 시대에 통합적인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게임 업계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
게임산업은 기술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급속히 ‘국제 비즈니스화’하고 있고, 메이저 업체들을 중심으로 ‘세력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다소 앞서가고 있다 하더라도, 시장지배적 플랫폼이나 인터넷서비스 인프라를 활용하지 못하는 한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의 게임산업은 홀로 가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정보기술산업과 엔터테인먼트산업 전체에 침투하는 ‘트로이의 목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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