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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육, 개인문제가 아니다
[기자수첩] 보육, 개인문제가 아니다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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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가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에게 육아문제는 사회활동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온다.
강요된 슈퍼우먼을 감당할 수 없는 여성들의 직장 포기가 속출한다.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M자 모양이다.
61%인 20~24살 여성의 취업률은 25~29살 52%, 30~34살 48%로 낮아졌다가 35~39살에서 58%로 올라선다.
반면 스웨덴은 20대 후반 75%에서 40대 후반 88%까지 꾸준히 상승했다가 50대부터 하락하는 포물선을 보여주고, 캐나다는 20대 중반 이후 80%에서 거의 변화가 없는 수평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여성부 등 3개 부처는 ‘보육사업 활성화 방안’을 함께 발표했다.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데 따른 노동력 부족현상을 여성 경제활동의 활성화로 대처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 방침에 따르면 민간보육시설의 보육료 상한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3~6개월 과정의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 가정보육모 자격증을 줘서 영아(0~2살) 보육을 맡길 예정이다.
또한 보육수요가 많은 공단, 병원 등 주변에 야간·휴일·전일 보육시설을 집중적으로 확충하고, 보육교사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며, 소규모 보육시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마음놓고 아이를 맡길 곳이 없던 맞벌이 부부들에게 반가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에 정형적인 형태를 벗어난 근무가 많아지면서 기존 보육시설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던 많은 직장여성들이 반길 만한 뉴스다.
그러나 이번 방침은 사회전반을 휩쓸고 있는 ‘시장의 원리’가 육아문제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시민단체와 여성단체들은 국가와 사회가 맡아야 할 보육문제를 시장에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보육료 상한선을 없애면 전반적으로 보육료가 올라가 저소득층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지금도 놀이방, 어린이집 등에서는 이런저런 명목으로 보육비를 상한액보다 올려받고 있다.
또한 소득에 따라 보육의 질이 크게 벌어질 것이 뻔하다.
국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설을 차별화하고 그에 따라 보육비를 차등화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것은 기본적인 욕구충족을 전제로 해야 한다.
보육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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