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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스] 인터넷 날개 단 ‘지식상인’
[투잡스] 인터넷 날개 단 ‘지식상인’
  • 허시명/자유기고가
  • 승인 2002.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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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전문가 사이트 활기… 운영수익 배당 받고, 강연·기고 등 부수입도 ‘짭짤’ 미국의 어바웃닷컴 www.about.com은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종합 전문가 상담 사이트다.
여기에 소속된 상담가들은 모두 각 분야의 현역 전문가로 어바웃닷컴에서의 활동은 투잡스다.
회원 상담가들이 어바웃닷컴에서 배당받는 보수는, 그들이 오프라인에서 벌어들이는 연봉을 상회할 정도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회사가 없을까? 지난 2월말 강남 압구정동에서 이 계통의 의미있는 만남이 있었다.
출범 3년 동안 전문 지식 사이트에서 상담가로 활동해온 이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잔디조경 전문가, 프랑스요리 전문가, 광고 전문가, 프로그래머, 기억력집중에 의한 영어교육 전문가, 생명보험 설계사, 언어학자, 북한문화 전문가, 노동 전문가, 물류 전문가, 수영 전문가 등등 영역은 다양했다.
이들은 종합 전문가 사이트인 엑스퍼트 www.xpert.co.kr에 소속된 전문가 회원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초보 단계 엑스퍼트의 전문가들은 네티즌들의 각 분야 상담에 응답하고, 전문 분야의 자료를 꾸준히 게재하고 업데이트한다.
그들은 사이버 세계에서 ‘매장’을 만들어놓고 지식 정보를 유통하려고 하는 지식상인들이다.
엑스퍼트에 소속된 전문가들 중 70%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현실과 사이버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드는 투잡스족이다.
엑스퍼트에는 현재 18개 분야에서 360명 가량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1999년 말에 출범하여 최근에는 하루 5만명의 네티즌들이 접속한다.
전문가 상담 서비스 사이트로서는 접속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을 모아서, 전문 지식을 서비스하는 사이트들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그런데 정보의 유료화 단계에서 장벽에 부딪치고, IT 분야의 거품이 빠지면서 몰락하거나 축소되었다.
김광헌 엑스퍼트 팀장은 “지금은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투자기간이지만, 올 연말에 이르면 손익분기점을 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날 모임엔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자출판 전문가인 김현수씨와 영화제작자를 꿈꾸는 맥주 전문가 송병근씨가 주선한 자리였다.
송병근씨는 “전문가끼리 모이면, 새로운 가치를 쉽게 창출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모임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서 만나는 모임이었지만, 전문가 집단답게 40~50대 중장년층이 많았다.
시사만화가 권우영씨와 노동 전문가 구건서씨는 벌써 눈이 맞아 시사노동 만화를 기획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했다.
프랑스요리 전문가 민혜란씨와 와인 전문가 김준철씨는 자신의 작업장을 기꺼이 개방하겠노라고 했다.
이날의 회합을 통해 엑스퍼트의 비전을 볼 수 있었다.
유엔개발계획(USDN)이 범세계적으로 추진하는 국제환경정보네트워크의 한국망인 ‘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의 수석연구원 신정섭씨는 7년째 한강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생태환경 전문가다.
그는 “생태와 환경이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그 안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태를 보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자신도 생태환경 전문가로서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패션비즈니스 전문가 최채환씨는 한국능률협회 컨설턴트이면서 패션몰코리아 대표다.
그는 엑스퍼트 사이트를 통해서 패션 전공 학생들과 대화하는 창구를 마련하고 그들의 학습 방향과 진로를 상담해주고 있다.
그가 엑스퍼트에 참여하는 이유는 전문가 집단은 여론 주도층이고, 패션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어바웃닷컴을 포함한 전문가 사이트들이 보여주는 수익 모델처럼, 엑스퍼트 사이트에 모인 전문가들을 컨설팅 집단으로 특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능률협회를 예로 들자면, 컨설팅 상품이 최하 2천만원부터 시작되는데, 엑스퍼트는 몇십만원짜리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직이라고 했다.
그는 엑스퍼트가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엮어내기를 바라고 있다.
전문 컨설팅 집단으로 커나갈 수도 송재웅씨는 인천국제공항의 건축 감리를 맡았고, 건축사무소 케임-톱 대표로 있다.
그는 외국 생활을 12년간 하면서, 전문가 집단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전문가를 내부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 외부에 포진해두고 있다.
360여명의 전문가를 거느리고 있는 엑스퍼트 집단은 맥킨지처럼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혼자 있으면 전문가가 아니다.
단거리 세계기록 보유자가 섬에 혼자 있으면 무용지물이다.
응원하는 사람도 있고, 기록을 재는 사람도 있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사람도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전문가들을 엑스퍼트가 시멘트처럼 굳건히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박수가 이어졌다.
정보는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질적으로 양적으로 팽창한다.
인터넷은 그 정보를 무한대로 나눌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전문가들이 이날 모인 것도 그런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었다.
엑스퍼트는 어바웃닷컴을 벤치마킹한 회사다.
엑스퍼트는 지금까지 광고를 유치하거나, 전문가들이 올려놓은 콘텐츠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영리를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현재 상담은 무료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연말이면 수익금 일부를 전문가들에게 분배하는데, 아직은 그 액수가 미미하여 2000년에는 한사람당 4만원, 2001년에는 6만원이 돌아갔다.
전문가 회원들이 실질적으로 누리는 혜택이라면, 엑스퍼트 사이트를 통해서 전문가로서 폭넒게 공인받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이다.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빈번하게 언론과 네티즌에 노출되고, 그 과정에서 원고 청탁이나 강연 요청을 받는다.
엑스퍼트 회사에서는 올해 e북 회사와 연결해 지식몰을 운영하고,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교육 사이트를 운영할 예정이다.
자기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
투잡도 전문화할수록 유리하다.
아직은 인터넷에서 지식을 사고파는 행위가 재테크나 의료 분야 등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앞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갈 것이다.
그것은 먼 일이 아니다.
“잘 뭉친 전문가 집단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이자 돈”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이제 멍석은 깔아놓았다.
멍석이 붉은 융단으로 바뀌기 전에 당신도 결심하라. 이미 엑스퍼트에는 강의나 기고를 통해서 수입을 짭짤하게 올리는 직장인들이 있다.
그들의 노하우는 다음번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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