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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그룹 ‘성공시대’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그룹 ‘성공시대’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2.04.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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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 ‘겨울연가’ 대박 터뜨리며 사업다각화 순풍… 자회사간 시너지 극대화 박차

드라마 <겨울 연가>는 시청자들의 눈물바람과 더불어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오래 계속된다.
여운의 실체는 ‘진한 감동’이 아니라 드라마의 인기가 낳은 각종 부가사업이다.
<겨울 연가>에 등장한 각종 소품들과 삽입곡이 수록된 음반, 촬영지를 경유하는 여행상품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드라마의 성공으로 가장 짭짤한 수익을 낸 업체는 누가 뭐래도 예당엔터테인먼트다.
<겨울 연가>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예당이, 협력사인 팬엔터테인먼트에 15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만든 작품이다.
예당은 투자사, 팬은 제작사인 셈이다.


지금까지 <겨울 연가>(20부작) 제작으로 올린 매출은 방송사쪽에서 받은 돈과 동남아시아 판권 수익, 광고협찬비 등을 합해 무려 45억원에 달한다.
물론 케이블TV 재방료 등 부가가치가 창출될 여지는 더 남아 있다.
정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총 매출액 중에서 투자비를 제하고 남은 순수익의 50%는 고스란히 예당의 몫이다.
게다가 예당이 발매한 드라마 OST 판매량이 35만장을 훌쩍 뛰어넘어 음반 판매만으로도 10억원 가량의 순수익이 기대되고 있다.


사실 예당의 드라마 시장 진출은 ‘수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무엇보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부상하려는 투지를 불태우던 예당이 음반 이외의 부문에서 성공적인 수익모델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겨울 연가>의 성공은 그동안 예당이 꾸준히 추진했던 ‘사업 다각화’의 첫 수확인 것이다.


1980년대 초 가수 매니지먼트로 출발한 예당은 92년 음반 제작업체로 변신해, 이정현과 싸이, 코요태 등 인기 가수들의 음반을 독점 제작하는 국내 3대 음반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다 지난 2000년 코스닥 상장과 더불어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선언했고, 영상부문의 비중을 크게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예당 본사는 34명의 직원들로 구성된 음반 제작 업체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자회사와 독점계약 관계인 협력사들로 구성된 ‘엔터테인먼트 군단’으로서의 면면은 결코 녹록지가 않다.
영상사업부문은 케이블채널인 웨딩TV와 ETN(연예정보채널), 이를 관리하는 위미디어넷, 방송 외주제작 전문 프로덕션인 제3채널이 주도하고 있다.
독점 계약 관계에 있는 수십개의 매니지먼트사 소속 가수들의 음반을 제작하는 음반사업부문은 최근 클래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밖에 영화 제작과 수입, 모바일 음원 제공 서비스 등이 예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예당은 최근 서태지컴퍼니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20억원 상당의 지분을 인수했다.
서태지컴퍼니는 예당의 자회사인 위미디어넷의 지분을 인수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예당은 앞으로 발매될 서태지 음반의 독점 제작권을 갖게 됐다.
위미디어넷은 서태지 데뷔 10주년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자사가 보유한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하고, 지상파 방송에도 판매하는 등 각종 방송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서태지와 예당의 만남은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 한미화 연구원은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선언한 국내 업체들이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각 부문들의 연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라고 분석한다.
출발은 달랐지만 비슷한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SM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러한 분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출범 당시 소속 가수들의 매니지먼트와 음반 제작을 독점하던 SM은 최근 다른 기획사 소속 가수들과도 계약을 맺는 등 음반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소속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주말 쇼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해 지상파 방송사에 공급한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섭외가 어려운 연예인들이 총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SM은 이를 십분 활용해 방송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한미화 연구원은 이처럼 주로 음반 제작업체들이 몸집을 키우고, 방송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로 “국내 음반시장의 취약성”을 꼽았다.
2001년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4천억원 정도인데 음반사는 무려 150개에 이른다.
음반 사업만으로는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지상파의 외주제작 의무편성 비율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라, ‘스타에 대한 독점권’으로 무장한 이들 업체의 방송시장 진출은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적극적인 방송시장 진출을 통해 아시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꿈꾸는 예당 변두섭 대표를 만나봤다.


-<겨울 연가>의 성공을 예상했나?
=<겨울 연가>에 앞서 방송된 드라마 시리즈가 <상도>와 <여인천하>에 밀려 6%의 시청률을 보였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걱정이 대단했지만, 나는 된다고 봤다.
사극 붐에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원한다.
인터넷 사이트나 각종 광고물을 활용해 통해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 마케팅을 한 것도 성공에 한몫 했을 것이다.


-제작방식이 충무로 영화 제작 시스템과 비슷한데?
=제작과정에서 투자와 제작, 연출을 분리했다.
그렇게 해야 좀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제작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존 방송물들은 기획과 제작, 투자가 모두 방송사 내에서 이루어진다.
외주 제작업체들이 질적으로 높은 콘텐츠를 생산해 경쟁력을 갖게 되면, 방송 제작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예당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 이유는?
=예당은 ‘예술의 전당’이라는 뜻이다.
사업 초기부터 진정한 예술의 전당을 만들고 싶었다.
80년대 초반 최성수, 양수경, 조덕배 등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을 때부터 음반사와 공연장 등을 갖춘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생각했다.
코스닥 상장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추진한 셈이 됐지만, 구상은 이미 20년 전에 했던 거다.


-현재 각 사업부문의 매출 구성은 어떻게 되나?
=아직까지는 음반제작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음반은 ‘대박’을 고르는 안목만 있으면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은 사업이다.
보통 10만장을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이 수준을 넘어서면 제작비가 판매가격의 15%밖에 안 된다.
예당은 신규 제작 음반이 50%, 보유하고 있는 음원을 활용한 기획음반(플래티넘 시리즈)이 50%를 차지하는 등 음반 매출 구조가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다.
음반 수익을 기반으로 영상사업부문에 주력하면, 머지않아 부문별 매출 구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팬엔터테인먼트와의 관계는? 지분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드라마 수익이 짭짤하면 팬이 독립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팬이 우리 자회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따로 드라마를 제작할 상황도 아니다.
드라마 제작 사업을 함께 한다는 계약을 맺었고, 이번에 작업을 한 윤석호 PD나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 표민수 PD와도 함께 계약을 했다.
그동안 팬 소속 가수들의 음반을 우리가 독점 제작해왔다.
관계에 특별히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케이블PP도 두개나 갖고 있고, 영화제작 계획도 있다고 들었다.
판을 너무 크게 벌이는 건 아닌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상황인데도 무리한 투자를 하지는 않는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본다.
우리는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할 능력이 있다.
게다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내부 인력을 소수 정예화하는 등 군살을 충분히 뺐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을 바라보고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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