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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역경제 현장을 가다⑬ 경남-튼실한 제조업 기반 , ‘수출탑’ 땀방울
[기획] 지역경제 현장을 가다⑬ 경남-튼실한 제조업 기반 , ‘수출탑’ 땀방울
  • 부산=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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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 87% ‘독주’… 기계·조선산업 고부가가치화 역점

2000년 기준으로 전국 면적 대비 10.6%(4위), 총인구 대비 6.5%(4위), 지역내총생산 6.8%(3위). 한 지역의 경제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본 잣대를 들이댈 경우, 경남지역 경제의 기반은 상당히 튼튼한 편이다.


이런 기본여건에 힘입어 올해 들어 경남지역의 경제상황은 꾸준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까지의 산업생산은 전년도 동기 대비 9.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67.6%의 성장세를 보인 건설업이 큰 힘을 보탰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전분기의 84에 비해 크게 상승한 101을 기록해 본격적인 경기회복의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특히 2분기에 대한 BSI 예측치는 123으로 나타나 앞으로 상승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올해 들어 창원에 자리한 경륜경기장 매출액이 3월까지 모두 4천억원을 넘어섰다는 점도 지자체의 안정적 재정구조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이다.
내년 한해에만 모두 1천억원의 세금을 경륜장 운영수익으로부터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지난 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경남지역 투자유치 설명회에서 지방자치단체로서는 큰 금액인 모두 6770억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의향서를 체결한 것도 경남지역 경제의 장래를 밝게 해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지역 내 산업기반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가 그만큼 우호적이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6770억 달러 투자유치 성과

무엇보다도 경남지역 경제를 특징짓는 것 가운데 하나는 2차산업 구조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기준으로 경남지역의 산업구조는 농림어업 7.2%, 광공업 45.5%, 기타 47.3%를 기록해 전국 평균치인 4.3%, 33.2%, 62.5%와는 두드러진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경남도청 지역경제과 김석기 사무관은 “몇년 전까지도 2차산업 비중이 3차산업 비중을 넘어섰으며, 현재 2차산업과 3차산업의 비중이 거의 동일하다는 게 경남 경제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라 지적했다.
그만큼 각종 제조업 기반이 튼튼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이처럼 튼튼한 제조업 기반이 뒷받침된 경남지역 경제의 활로는 곧 수출이다.
지난 한해 동안 우리나라가 기록한 무역흑자액의 87%를 경남이 홀로 담당했다는 사실은 이 지역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케 해준다.
올해 들어서도 2월까지의 경남지역 수출실적이 27억8200만달러, 수입실적이 13억6300만달러로 모두 14억19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동안 국가 전체가 달성한 무역수지 흑자액 7억2600만달러의 두배 가까운 규모다.


경남지역 경제를 이끌고 가는 두축은 창원을 중심으로 한 기계산업과 거제도 일대의 조선산업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974년 발전설비, 산업기계, 수송기계, 정밀기계산업을 중심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창원공단은 지식집약형 국가산업단지로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창원을 중심으로 한 기계산업단지에는 종래의 전통적 제조업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경삼남도가 창원, 마산 등을 묶어 해안내륙형 ‘메카노(Mecha-Know) 벨트’를 주요 발전축으로 삼으려는 계획을 마련한 것도 이런 움직임과 맥을 같이한다.
경남도청 미래산업과 조현명 사무관은 “기계산업이 경남의 중심산업이기는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지 못하면 한순간에 사그라질 수도 있다”며 메카노 벨트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0세기의 기계산업이 자본집약형 산업이었다면 21세기에는 지식집약형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프로젝트가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전국 4대 지역 특화사업에 포함된 것도 예산배정 등에서 유리한 조건이다.
조 사무관은 이를 통해 “현재 선진국 대비 40~5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술수준이 70~80%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한편, 바이오 산업은 해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남이 새롭게 관심을 두는 분야이다.
진주, 김해 등을 중심으로 지역 내 생명공학, 건강의학 등 관련분야의 연구기반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도 해양수산벨트 프로젝트를 밀어붙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미래산업과 생물산업팀 하승철 사무관은 “과감한 투자 등 이 분야에 대한 지자체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중앙정부가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의 관점에서 여타 지자체에 예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경남지역의 유리한 조건이 크게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부문 취약, 경제 활성화 발목

경남지역은 흔히 국내 조선산업의 메카라 불린다.
초대형 조선소가 자리잡은 거제도를 중심으로 인근 창원 등지에 각종 부품단지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 대우, 삼성 등 국내 3개 업체가 세계 조선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특히 대우조선소와 삼성조선소가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점은 경남지역 경제의 튼튼한 기반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로 꼽힌다.
특히 대우그룹 사태의 와중에 커다란 위기를 겪었던 거제도 옥포만 대우조선소는 올해 들어서만 대형 LNG선 4척 수주 등 꾸준한 실적향상을 기록하며 지역경제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대우, 삼성 등 현지 대형 조선소의 직접고용인구가 4만명에 이르고, 협력업체까지 고려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조선산업의 비용구성을 살펴보면 대략 자재비가 50%, 인건비가 20%, 간접경비가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우조선 이태규 경영전략팀 부장이 강조하듯이 “최소한 매출액의 40% 이상은 고스란히 지역경제로 흘러들 만큼 조선산업은 유발효과가 매우 큰 산업”임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경남지역의 산업구조에서 2차산업과 3차산업 사이의 비중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뒤편에는 또다른 측면이 숨어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금융부문의 취약은 여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경남지역 경제가 여전히 넘어서야 할 장벽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도내 주요 금융기관이었던 경남은행이 우리금융그룹에 인수된 데서 드러나듯,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금융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남지역이 여타 지자체와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기 때문이다.
김혁규 경남도지사가 시중은행의 본사를 이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비교적 넓은 면적을 갖고 있는 경남지역으로서는 지역 내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과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점에서 지난해 대전-진주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그간 발전이 미약했던 진주 일대의 지역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산시에 인접한 순으로 산업화가 진행되었던 그간의 경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진사공단, 사천공단 등 진주 일대의 산업기반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런 사정과 맥을 같이한다.


이와 함께 현재 중앙정부와 도가 동시에 추진중인 남해안 일주 해안 순환도로 건설사업 역시 주목할 만하다.
남해안 일대의 관광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지역 내 또 하나의 중요한 사회간접자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인터뷰| 이태규/ 대우조선해양 경영전략팀 부장




대우의 흔적을 지워버려라! 거제도 옥포만 130만평에 자리잡은 대우조선소 현장에는 변화의 바람이 한창이다.
대우그룹 사태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워크아웃 시기를 견뎌내야 했던 이 회사는 이제 대우라는 탯줄을 끊어내고 새로운 발걸음을 막 내디뎠다.


변화의 흔적은 무엇보다도 회사의 이름과 로고가 바뀐 것에서 감지된다.
지난 3월16일 열린 주주총회는 대우조선공업 주식회사라는 종래의 이름을 벗어던지고 DSME(대우조선해양주식회사)라는 새 영문상호를 채택했다.
대우그룹의 상징이었던 로고(직원들은 흔히 ‘오리발’이라 부른다)를 떼어낸 것은 물론이다.
조선소의 상징인 110미터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에 선명하게 그려진 DAEWOO 글자도 조만간 새이름 DSME에 그 자리를 내줄 운명이다.


회사의 내면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했음을 알 수 있다.
소유구조와 재무구조 측면에서 옛대우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이 회사 지분 가운데 41%는 산업은행이, 26%는 자산관리공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밖에 약 10% 가량의 지분은 은행권이 갖고 있다.
이태규 부장은 “우리 회사의 역사에는 두번의 변곡점이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 회사가 새출발을 했다.

80년대 말 전국적인 노사 위기 끝에 찾아온 첫번째 고비는 국내 조선산업이 성숙하지 못하거나 회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찾아왔다.
당시 우리는 그 고비를 그룹 차원의 지원을 통해 겨우 넘어섰다.
반면, 그룹 자체의 유동성 때문에 찾아왔던 두번째 위기는 조선산업 자체의 경쟁력과는 상관없었으며, 특히 당시 우리 회사의 생산성은 이미 상당 수준에 올랐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내 조선산업은 일본을 넘어섰고 세계 초일류 수준을 달리고 있다.
이미 국내업체들은 세계 조선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옛대우그룹과의 연결고리를 깨끗이 끊은 지금, 회사 전체에 새로운 출발의 기운이 도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새로운 기업문화가 싹트고 있는 중이다.


# 회사 이름이 바뀌었는데?
두가지 측면이 있다.
대우의 흔적에서 벗어나려는 게 그 하나다.
물론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대우라는 이름을 상호에서 완전히 떼어낼 수는 없었다.
나머지 하나가 더 중요한데, 바로 사업영역의 확대다.
지금까지는 조선소가 단순히 선박 건조에만 치중했다면 이제는 해양철구조물(플랜트) 수주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새 상호에는 이같은 미래의 비전이 담겨 있다.
앞으로 원유생산시설 등 해양철구조물에 대한 시장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라. 이들 float-type의 해양철구조물 생산에는 도크를 보유한 조선소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종래의 선박건조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재 매출액 가운데 70~80%는 선박 건조가, 대략 10% 정도는 해양철구조물 건조가 차지한다.
앞으로는 매출구성을 선박 건조 50%, 해양철구조물 건조 50%로 갈 계획이다.


# 조선산업은 경기를 많이 타지 않나?
2005년 이후 조선산업 경기가 하강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를 포함해 국내업체들은 이미 종래의 선박건조와 플랜트 건설이 함께 가는 구조로 발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설령 선박건조 부문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부가가치가 높고 경기의존도가 낮은 해양 플랜트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 사업부문을 고도화해야 한다.
이미 우리 회사는 경기불황과 상관없이 플랜트 수주량이 늘고 있다.


# 인력확충이나 고용구조면에서 어려움은 없는가?
조선산업은 첨단기술과 결합되어 발빠르게 고도화돼가고 있는데, 아직 일반적 이미지는 이런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대표적인 예가 신규 인력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점이다.
조선산업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종래의 육체노동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우리 회사 생산인력의 평균연령이 40살 가량이라는 점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회사 차원에서는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 신규 인력을 끌어들이려 하지만 어려움이 여전히 많은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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