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비즈니스] LG전자, 분할 약발 받나?
[비즈니스] LG전자, 분할 약발 받나?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2.04.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1일자로 LG전자는 지주회사 LGEI와 사업 자회사 LG전자로 분리됐다.
LG전자의 분할방식은 기존 주주가 2개 회사의 주식을 비율대로 모두 인수하는 인적분할이며, LGEI와 LG전자의 분할비율은 1 대 9로 결정됐다.
LG전자 주식 10주를 갖고 있는 주주는 LGEI 주식 1주와 LG전자 주식 9주를 배정받는다.


지주회사인 LGEI는 데이콤과 LG텔레콤, LG칼텍스정유, LG상사, LG유통 등의 계열사 지분을 관리하게 되고, LG전자는 전자·정보통신 사업을 수행하며 LG-IBM과 LG필립스LCD, LG마이크론, LG이노텍 등 전자관련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소유할 수 없는 LG투자증권과 LG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은 사업자회사가 보유하되, 2년 안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28일부터 기존 LG전자의 주식거래가 정지됐고, 새로 탄생한 LG전자와 LGEI의 주식은 4월25일부터 거래된다.
주식시장에서는 다시 거래가 시작될 LG전자의 주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초부터 거래정지가 된 날까지 LG전자 주가는 ‘지주회사 결정’이라는 후광에 힘입어 계속 상승세의 순풍을 탔다.
11월초 LG전자의 주가는 1만3천원대였다.
하지만 11월15일 임시이사회에서 LG전자를 지주회사인 LGEI와 사업자회사인 LG전자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곧 1만7천원대로 올라섰고, 외국인 매수세도 꾸준히 상승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15일 임시이사회의 내용, 즉 LG전자의 지주회사 분할 결정과 그와 관련한 주요내용을 이미 전주에 e메일 등으로 몇몇 대형 외국계 증권사에 알려줬다는 소문이 돌아 파문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분할이 결정되기 전부터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을 보면,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지주회사 파급력은 계속 상승세를 더해 애널리스트들은 자꾸 적정주가를 상향조정해야 했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이미 지주회사 분할의 효과가 반영됐다”고 누누이 강조했지만, 그 평가는 주식이 오르는 동안 여러 차례 번복되었다.
3월이 되자 각 증권사들은 적정주가를 더 상향조정하기 시작했다.
3월28일 거래 정지된 시점의 주가는 4만5천원이었다.


4월25일 거래 재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전반적으로 “아직 상승여력이 더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기업분할 후 목표주가를 대부분 5만원대 이상에서, 높게는 6만원까지 상향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지주회사로의 분할은 그동안 LG전자의 수익구조에 악재가 되어왔던 계열사, 특히 데이콤과 LG텔레콤 등에 대한 지원문제에서 LG전자가 비로소 ‘해방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
LG전자는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1540억원, 103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데이콤 상각과 지분법 평가손 등이 영향을 주어 순이익은 각각 -4174억원, -2435억원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LG전자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LG전자의 이익이 LG전자의 미래사업에 투자돼야 하는데, 계열사 뒤치다꺼리하기에 바쁘니 시장에서 신뢰가 떨어진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러한 구조가 계속되는 한 매출이 높고 영업이익이 난다 치더라도 저평가되는 것은 피할 길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되면 계열사간에 투자나 지원은 일체 금지된다.
동원경제연구소 백승우 애널리스트는 “이제부터는 LG전자의 펀더멘털, 즉 실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LGEI 지원그룹 최욱진 부장도 “지주회사의 분할을 통해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해진다는 기대감에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거래 중지 전날 상당수의 매수세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점진적으로 상승곡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그 근거로 한국 경제가 호기에 접어들었고, 전자부문 자체에 전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가 텔레콤이나 데이콤 등 적자요인을 떨구어내 상대적으로 고평가되는 대신 LGEI는 통신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주가의 거품이 빠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출자비율이 30%(비상장사는 50%)를 넘어야 하므로 지주회사에 잔류하는 각 계열사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하는 것이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LGEI쪽에서는 LG텔레콤과 데이콤 등 통신자회사의 운영 및 투자자금 소요는 각사의 자체 노력을 통해 조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운영방침과 관련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모범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실 시장도 이런 점에서 아직 주저하는 점이 많다.
회사분할이 냉정하게 평가할 근거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그 ‘약발’은 장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LG의 미래사업이 뭐냐 하는 것”이라며 “LG는 지주회사 추진과 더불어 비전과 미래산업을 개척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대우증권 배승철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평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라면 아무래도 미래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TV, PDP 가전쪽”이라며 “수익을 창출하고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따라 가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LG전자의 지주회사 분할은 지난해 4월 LG화학의 지주회사 분할에 이은 두번째여서 LG그룹은 물론 대기업에서의 지주회사 모델의 중요한 ‘시험대’로 또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LGCI(지주회사)와 LG화학, LG생활건강(사업회사)의 시가총액은 5조원으로 분할 전인 1년 전의 1조2천억원보다 무려 4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11월 LG전자 분할 및 지주회사 설립 방침을 발표할 당시 LG전자의 시가총액은 2조7천억원이었지만 3월말 현재 6조9800억원에 달하고 있다.


LG전자는 2003년까지 LGEI와 LGCI를 통합해 단일 지주회사(LG홀딩스)를 설립한다는 그룹 방침에 따라 앞으로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과 계열분리 등을 통해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지주회사가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물론 아니다.
2년 정도의 유예기간 동안 계열사가 갖고 있는 지분에 대해 상호출자가 해소되어야 하고, 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상 분할 후 2년 이내에 자회사 주식지분의 30% 이상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는 배당수익이 유일한 수익원이기 때문에 출자지분 관리를 냉정하게 할 수 있으며, 매각 등 부실자산 처리도 원활해진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미운 오리새끼’였던 데이콤이나 LG텔레콤에 관한 처리문제가 서서히 물망에 오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LG그룹 전체적으로는 아직 단일 지주회사가 출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년에 LG홀딩스가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 데이콤이나 텔레콤에 관한 처리문제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 처리문제는 대주주 지분 정리문제를 빼놓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 지분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LG텔레콤과 데이콤은 자기 회생을 위한 ‘인적 물적 구조조정’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