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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IT 경기회복 전령사 ‘부품업계’
[비즈니스] IT 경기회복 전령사 ‘부품업계’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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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단말기부문 체감온도 ‘초여름’… 범용부품도 동반호조 보이며 ‘즐거운 비명’ 나무의 봄은 작은 산수유 꽃에서부터 시작되고 정보기술(IT) 산업의 봄은 작은 부품에서부터 시작된다.
IT 부품업체들은 지금 한창 봄의 환희를 만끽하고 있다.
IT 부품 공장에선 기계들이 멈출 새 없이 돌아가고, 영업부 사무실에선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나날이 높아간다.
IT 부품시장의 봄은 IT 시장의 봄을 예고한다.
삼성전기 부산공장 성영석 전무가 자신있게 말한다.
“부품 경기는 세트(조립) 경기보다 보통 3~4개월 선행하죠. 지금 우리 수주물량이 이렇게 늘어난 것으로 봐선 얼마 안 있어 IT 경기가 좋아지리라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 LG이노텍 홍보팀 고준석 과장도 밝은 전망을 내놓는다.
“부품 경기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요. 이건 IT 경기가 벌써 풀렸다는 증거입니다.
” IT 부품업체들의 체감온도는 벌써 초여름이다.
IT 부품 중에서도 휴대전화부문이 가장 회복 속도가 빠르다.
LG이노텍의 이동통신 단말기용 부품 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휴대전화 액정이나 전광판의 백라이트로 쓰이는 LED, LD 등 강소자부문의 매출은 50% 이상 늘었다.
강소자라면 LG이노텍이 지난해 1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부문이니 매출 성장률이 빠르다고 치고 제껴놔도, 이 회사 휴대전화 관련 부품의 매출은 봄볕 아래 새순마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이노텍 고 과장은 “2000년 정보통신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폐지해 소비자의 단말기 교체 기간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휴대전화 부품업체들은 IMF 때와 같은 혹독한 불황을 겪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휴대전화 업체들이 컬러폰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면서 부품 수요가 늘기 시작했단다.
그는 부품수요 증가세로 보건대 5~7월에는 휴대전화 교체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PC 시장의 침체 탓에 휴대전화 부품업체들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겪었던 범용 부품업체들에도 봄은 찾아왔다.
삼성전기 부산공장은 최근 직원을 250명이나 더 뽑았다.
수주 물량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일해도 생산량이 9억~10억개에 머물던 부산공장의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수주 물량은 올 3~4월에는 23억개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삼성전기 전체 물량도 월 40억개 수준에서 70억개로 크게 늘었다.
전자부품 강자, IT부품 시장 ‘군침’ MLCC는 회로를 겹겹이 쌓아 일시적으로 작은 체적에 많은 전기를 저장하게 하는 부품이다.
25평짜리 토지에 집을 4층으로 지어 100평짜리 집과 같은 평수로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MLCC는 은단만한 것부터 보리알만한 것까지 있는데 요리로 치면 소금과 같아 전자, 전기 제품이라면 어디든 들어간다.
이런 범용부품의 수주물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전방산업인 휴대전화 단말기 업종뿐 아니라 PC, PDA 등 전반적인 IT 하드웨어 업종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예고한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조광래 연구위원은 “시장 호황의 첫번째 수혜자는 단말기 부품업체들이고, 두번째 수혜자는 범용 부품 생산업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익 규모부터 달라졌다.
대표적 부품업체인 삼성전기의 1분기 경상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늘어난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카드, 해외법인 등 관계사의 지분법 평가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이 경상이익에 가장 크게 공헌했다.
그래도 무엇보다 믿음직한 효자는 자사 제품 판매수익이다.
삼성전기의 1분기 영업이익은 4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늘어났다.
굿모닝증권 정용래 연구원은 “올해 순이익이 기존 추정치인 3120억원보다 10~20%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거품이 꺼진 IT 시장에 다시 수요가 바닥부터 내실있게 차오르기 시작하자, 전자부품의 강자들도 IT 부품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코닝은 2006년까지 NT(나노기술), IT 재료 분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전부 5천억원을 5년 동안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삼성코닝은 ITO코팅 유리와 VTR 로터리 트랜스포머가 주요 수익원이었다.
ITO코팅 유리는 PDP, LCD 등 전자제품 액정유리에 글씨나 영상이 나타나도록 유리에 전도막을 입힌 것이고, VTR 로터리 트랜스포머는 테이프에 저장된 자기신호를 전기로 된 영상신호로 바꿔주는 부품이다.
호황, 당분간 이어질 듯 삼성코닝은 이 분야의 매출은 유지하면서 초미립자 크기의 나노 분말, 광전자재료로 떠오르고 있는 GaN(갈륨나이트라이드), 평면 디스플레이 판넬에 전극과 회로를 만들어주는 ‘타겟’ 소재 분야에서 매출을 늘려갈 계획이다.
삼성코닝 디지털디스플레이프론티어 강태수 그룹장은 “2006년엔 NT, IT 분야 매출을 브라운관 유리 매출 수준인 1조1천억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부품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건 뭐니뭐니해도 세계 IT, 특히 미국 IT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일본의 높은 기술력과 중국의 빠른 시장 확장세 사이에 끼어 있던 우리나라 부품업체들을 구원한 건 우리 IT, 전자제품업체들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확장이 우리 부품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조광래 연구위원은 2000년을 기점으로 우리 IT, 전자제품 시장이 큰 변화를 겪었다고 분석한다.
우선 국내 이동통신사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형 단말기 업체들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졌다.
덕분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메이저 업체로 떠올랐다.
또 IT, 전자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세계 메이저 업체들이 아시아 생산기지인 중국, 동남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력은 좋은 우리 업체들에 주문을 늘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품업체 간부는 “세계 메이저 업체의 생산기지인 동남아, 중남미쪽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우리 업체들이 장사가 잘된다고 하면 세트(조립) 업체측에서 단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주 물량이나 수주 제품 이름은 밝힐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가격 결정권이 세트 업체측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부품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부품업체들은 ‘부품 메카’인 일본, 프랑스, 미국의 시장을 야금야금 파고들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ETRI 경제분석연구팀 이장우 팀장은 “최근 들어 우리 업체들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엔저가 나타나면 우리나라 IT관련 제품들의 수출이 크게 떨어지곤 했는데 최근에는 엔저 현상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물량이 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IT 부품업체들의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품사업은 다른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엔 시장규모가 작고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엔 초기 설비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에 다시 불황이 오지 않는 한, 또 무서운 신흥주자인 중국 기업이 시장을 뺏지 않는 한 우리 부품업체들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거래처와 거래물량을 유지할 수 있다.
눈치 빠른 주식투자자들이 이런 호재를 놓칠 리 없다.
자화전자, 한성엘컴텍, 피앤텔은 1월말, 2월초부터 삼성전기, 삼성SDI, 필코전자, 한원마이크로는 3월 중순께부터 거래소, 코스닥지수보다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부품업체들의 주가가 아직 더 상승여력이 있다고 내다본다.
IT 부품시장의 봄은 IT 전체 시장보다 한발 일찍 시작돼 더 오래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세트 업체 창고에 재고가 쌓인 뒤에라야 부품업체 창고에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다.
한데 IT 경기는 지금 막 봄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IT 부품업체들은 한창 봄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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