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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프랑스, 좌우동거체제 이어질까
관련기사1. 프랑스, 좌우동거체제 이어질까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4.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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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과 5월에 대통령선거와 총선이 잇달아 열리는 프랑스에서는 선거 막판까지도 좌·우 정당간의 우열이 드러나지 않는 백중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성 정당들의 틈새를 파고드는 극단주의적 성향의 목소리도 여느 때보다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올해 대통령 선거전은 흡사 5년 전의 재방송과도 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다.
4월초 현재 우파 공화국연합의 자크 시라크 현 대통령과 좌파 사회당의 리오넬 조스팽 총리는 1~2%의 지지율 차이를 기록하며 마지막 뚜껑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4월21일 실시되는 1차 투표에서 그 누구도 과반수를 넘지 못하리라는 예상은 선거전 막바지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결국 대통령 선거의 최종 향방은 5월5일 실시되는 결선투표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좌·우 성향의 후보가 최종 결선투표를 치른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레 관심은 1차 선거에 참여했던 여타 후보들이 결선투표에서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올해 선거에는 모두 17명의 후보가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언론들은 종래의 좌·우 정책대립구도가 이번 선거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라는 ‘좌우 동거내각’ 실험을 경험한 유권자들이 섣불리 한사람에게만 지난 5년의 공과를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사정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사정을 배경으로 외국인 정책, 치안대책 등이 선거전의 주요 의제로 등장했다.
이처럼 좌우 스펙트럼을 떠나 이른바 ‘프랑스를 구해낼 주제’들이 선거전의 전면에 부각된다는 사실은 기성 정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극단적 성향의 목소리에 더욱 호감을 갖도록 하는 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주의자 장 마리 르 팽이나 장 피에르 쉐베느망의 등장은 이와 관련된다.
특히 한때 마르크스주의자였던 쉐베느망은 스스로 “안팎으로 위험에 처한 공화국의 구원자”임을 자임하며 유권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선거전 막바지에 그의 지지율은 12%대를 유지했다.
이와는 조금 다른 맥락에서 대통령선거에 꾸준히 도전했던 트로츠키주의자 아레트 라기에가 10% 이상의 지지를 기록하며 선전한 것도 이채롭다.
급진좌파적인 주장을 굽히지 않는 그에게도 이번 선거전 동안 관심이 집중됐다.
일부에서는 극단적 성향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관심을 끄는 것은 1차 투표와 결선투표를 치르는 프랑스 선거제도의 특징이라며,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후보자들에게 1차 투표에서 표가 몰리는 현상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어차피 결선투표에서는 좌우 대표주자간의 싸움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선거가 시라크와 조스팽간의 결선투표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감하면서도, 예전처럼 극단주의 진영이 결선투표에서 기성정당으로 수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그만큼 기성 정당과 좌우 동거체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이 크다는 반증일 뿐 아니라, 특히 극우 성향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가능성을 높게 본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프랑스 선거전의 또다른 관심거리는 유권자들이 대통령 선거의 패배자에게 총선에서 또다시 표를 몰아줄 것인가 여부이다.
정치안정과 무게중심을 이룬다는 측면에서는 대통령과 총리직을 나눠갖는 좌우 동거체제가 큰 매력을 지니지만, “지난 5년간의 경험이 프랑스 사회가 한발짝도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채 얼마나 정체되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의견 또한 매우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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