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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프로토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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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2.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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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미친 사람들.” 프로토자동차 www.protomotors.com 사람들은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내손으로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다’는 꿈에 부풀어 국내 유수의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자동차에 미쳤다”는 말을 듣는다.
하루 종일 자동차만 생각하고 꿈꾸던 프로토자동차 사람들이 드디어 ‘일’을 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사르르 도는 진짜배기 스포츠카를 한대 뽑아낸 것이다.
“빠르고, 강하고, 날렵한 미드십 엔진의 정통 스포츠카 PSⅡ.” 단 14명의 직원들(두명의 경영지원팀 사원 포함)이 지난 5년간 자동차 도를 닦은 끝에 맺은 열매다.
PSⅡ, 후륜구동 정통 스포츠카 “열두명이 모여서 스포츠카를 만들었다고 하면 처음엔 다들 믿지를 않아요. 무슨 장난감 자동차냐? 그러고 웃죠.” 디자인실 윤덕신 대리는 PSⅡ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이렇게 전했다.
자동차는 무조건 대형 공장에서 찍어내고 조립하는 줄 아는 일반인들이 프로토자동차의 야무진 성취를 이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 제작의 핵심기술인 설계와 디자인, 부품 제작에 이르기까지 주요 공정을 자체 기술로 이뤄냈다는 설명에는 누구나 탄성을 지른다.
프로토자동차는 1997년 쌍용자동차 디자인팀 출신의 김한철 대표와 최지선 디자인파트 이사가 주축이 돼 설립한 자동차 ‘공방’이다.
‘공장’이 아니라 ‘공방’인 이유는, 규모도 작지만 작업 공정이나 비즈니스 분야도 대형 양산 업체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프로토자동차와 같은 업체를 ‘카로체리아’(Carrozzeria)라고 부르는데, 세계적인 카로체리아들이 밀집해 있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면 어디서나 이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카로체리아들은 GM이나 페라리 등 대형 자동차 업체의 의뢰를 받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용역을 수행하는 등 신차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으로는 독특한 디자인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사 브랜드의 스포츠카나 콘셉트카를 소량 생산해 전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고가에 판매한다.
14명의 5년간 피와 땀의 결실 프로토자동차 역시 대규모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기존 자동차 업체에서 하기 힘든 일들을 주로 해왔다.
예를 들어 정부가 G7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려면, 대형 자동차 회사로서는 별도의 인력과 생산시설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대우자동차로부터 개발을 의뢰받은 프로토자동차는 5년에 걸친 연구 끝에 마티즈를 기본 모델로 전기자동차를 제작했다.
현재 작업중인 ‘투스카니 경량화 프로젝트’는 현대자동차에서 의뢰한 기술 용역으로, 철판으로 이루어진 기존 투스카니의 차체를 플라스틱을 이용한 가벼운 차체로 바꾸는 일이다.
특별한 용도로 쓰일 자동차를 주문 제작하는 일도 프로토자동차가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기존에 생산된 차의 길이를 늘이거나 지붕을 없애거나, 내부 인테리어를 바꿔 전혀 다른 느낌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다.
98년에 발표한 RT-X는 티뷰론을 리디자인한 모델이다.
차체 앞부분을 부풀려 스포츠카의 느낌을 한층 강화한 RT-X는 ‘나만의 독특한 자동차’를 원하는 젊은층들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설계·디자인·부품 제작 모두 자체적으로 99년에는 에쿠스의 허리를 잘라 30㎝ 정도 늘이고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전동 유리창을 설치하는 등 내부인테리어를 리모델링해 최고급 리무진을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청와대의 의뢰를 받아 대통령 의전용 리무진을 제작하기도 했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부품을 직접 만들고…. 디자인부터 제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들을 두루 해봤기 때문에 스포츠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최지선 이사는 지난 5년 동안 프로토자동차가 해온 일들이 PSⅡ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한다.
사실 PSⅡ는 별도의 제작기간을 두고 만든 차가 아니다.
12명의 직원들은 고객으로부터 의뢰받은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틈틈이 PSⅡ 제작에 필요한 작업에 매달렸다.
3천여점에 달하는 스케치를 하고, 자동차의 뼈대를 이루는 초경량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을 개발하고, 점토를 깎아가며 도면 위의 자동차를 현실로 옮기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채희수 디자인실장은 “누가 시키거나 주문한 것도 아닌데,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카를 내손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그동안 티뷰론과 엘란 등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모델들이 있었지만, PSⅡ는 이들과 전혀 다른 차원의 스포츠카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미드십 엔진을 장착한 ‘정통’ 스포츠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미드십은 엔진이 차체 중앙에 있는 후륜구동 자동차를 말한다.
PSⅡ 출시로 미드십 자동차 설계 분야에서 ‘국내 최초’라는 명성을 갖게 된 오영재 이사는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에 뒤지지 않는 빠르고 정확한 핸들링이 가능하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미드십 엔진과 초경량 차체 덕택에 PSⅡ는 최고 시속 250km, 시속 100km에 이르는 데 6초밖에 안 걸리는 주행능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됐다.
10월 호주 오토쇼에서 첫 선 PSⅡ는 오는 10월에 열리는 호주 오토쇼룰 통해 해외시장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카로체리아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들은 세계적인 오토쇼를 통해 데뷔하고, 이러한 차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병매딜러(여러 업체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을 특정 계층의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딜러)들의 중개로 팔린다.
벌써부터 호주의 한 딜러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프로토자동차쪽은 호주 시장에서 200대 정도는 무난히 팔 것으로 내다본다.
김한철 대표는 “영국과 일본, 뉴질랜드 등으로 판매망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현재 세계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슷한 콘셉트의 차들과 비교해 볼 때 4만5천~5만달러선이 될 것같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월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하고 주문도 받을 계획이지만, 인증문제가 남아 있어 내년이 되어야 비로소 본격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비교적 고가인데다 마니아를 겨냥한 자동차이기 때문에 국내 판매는 전체 판매의 10%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PSⅡ가 출시된 뒤 프로토자동차 사람들은 더욱 바빠졌다.
해외 판매를 위해서는 운전석을 오른쪽에 둔 PSⅡ 모델을 별도로 설계하고, 양산에 필요한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공방에서는 양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달에 2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공장을 지을 계획도 갖고 있다.
김한철 대표는 “PSⅡ의 성공을 기반으로, 50~60명이 함께 일하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카로체리아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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