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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고급인력 ‘마담뚜’ 뿌리내린다
[커리어] 고급인력 ‘마담뚜’ 뿌리내린다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2.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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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수요 늘면서 헤드헌팅사 성업… 체계적 교육과정 없이 자체 양성 문제로 “지난해 9월에 헤드헌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었어요. 그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문의전화가 오네요. 헤드헌터 교육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 7~8월에 다시 교육과정을 열 계획입니다.
” 경영컨설팅 회사인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KMAM)의 인재컨설팅팀 소속 정선혜 컨설턴트는 “헤드헌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한다.
그동안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에서는 각종 컨설턴트에 대한 여러가지 교육과 직업훈련을 실시해왔지만, 헤드헌터 교육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처음 실시했다.
이 헤드헌터 교육 프로그램은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짰다.
그 내용은 헤드헌팅 업체의 사장이나 경력 있는 헤드헌터들의 강의가 중심이었다.
애초 이 교육 프로그램은 헤드헌터 일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정작 모인 사람들은 현직 헤드헌터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강의를 듣기 위해서라기보다 강사로 나선 헤드헌팅 업체 사장들을 만나거나, 그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정선혜씨는 “강의가 끝난 이후에도 교육생들 사이에 여러차례 모임이 있었다”고 말한다.
‘주니어 헤드헌터’들은 업계의 ‘시니어 헤드헌터’들의 ‘공력’을 전수받았고, 또 이를 통해 서로 자신의 인맥을 만들었던 것이다.
헤드헌터다운 행동이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수강생이 25명 정도여서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잘 끝났고, 평가도 좋았다.
담당자는 “올해 7~8월에 다시 열 예정인 강의도 지난해처럼 우수한 강사진 구성에 중점을 두고 준비할 것”이라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수강 신청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재 전쟁의 시대, 수요 계속 늘 듯 헤드헌팅 업무가 우리나라에서 본격화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외국계 헤드헌팅사를 제외하면, 국내 헤드헌팅사가 뿌리내린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
그후 IMF 구제금융 사태가 오기 전까지 헤드헌팅 회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IMF 사태 때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자 회사 수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경이 달라졌다.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들은 “그동안에는 헤드헌팅사를 이용해 인재를 채용해온 기업은 대부분 외국계였다”며 “그러나 IMF 사태 이후 국내 기업도 헤드헌팅사를 통해 원하는 인재를 등용하는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새로운 헤드헌팅 업체의 탄생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헤드헌팅 업체를 약 300여개 정도로 추산한다.
물론 소규모로 만들어졌다가 소멸하는 회사들도 많다.
이는 시장에서 이미 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이며, 마켓 리더 그룹도 형성되고 있다.
헤드헌팅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그동안 헤드헌터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은 거의 없었고 전문 교육기관은 전무한 상태였다.
지난해 한 신문사가 단기 교육과정을 열었던 적이 한번 있었고,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에서 운영한 교육 프로그램이 두번째였던 셈이다.
그것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은 아니었다.
헤드헌팅사인 서울써어치 김진희 사장은 이런 사정에 대해 “헤드헌터 중 남을 가르칠 만한 경력자가 없었고, 헤드헌터 분야에서 교육사업이라는 것은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 부가가치가 크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헤드헌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교육에 나설 역량이나 처지가 되는 곳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동안 헤드헌터들은 어떻게 충원됐을까? 소규모 헤드헌팅사의 경우에는 다른 종류의 컨설팅 회사에서 기업의 인사나 조직을 담당했던 컨설턴트들이 몇명씩 의기투합해 헤드헌팅사를 만든 사례가 많았다.
이런 헤드헌팅사는 주요 거래처 몇군데를 중심으로 사업을 펴기 때문에 주요 거래처들의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 바로 고전하게 된다.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고 비즈니스를 확대할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마켓 리더 그룹에 속하는 헤드헌팅 업체들의 경우는 대부분 10~20여명의 중견급 헤드헌터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런 업체들은 자체 교육과정을 통해 헤드헌터를 교육하고 있다.
대학총장도 헤드헌팅 대상 “우리는 마켓 리더의 한 주체로서, 헤드헌터를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비즈니스는 고객 회사에 신뢰감을 주면서 좋은 인재를 공급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회사와 고객 회사는 장기적인 파트너 관계가 돼야 한다.
” 유니코써어치 유순신 사장은 헤드헌팅 업체는 이런 사명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니코써어치는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영입해 교육한 뒤 헤드헌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14명의 시니어 컨설턴트들은 각각 주니어 컨설턴트들을 교육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다국적 헤드헌팅 기업인 호튼인터내셔널과 제휴하고 있는 서울써어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진희 사장은 “대부분의 헤드헌팅사들이 헤드헌터의 양성을 자체 교육으로 하고 있으며, 교육기간은 3~6개월 정도”라고 설명했다.
헤드헌터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인재전쟁의 시대가 될 것이다.
기업에서도 분야별로 세분화된 전문인력을 찾고 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공공기관은 물론, 심지어 대학총장도 헤드헌팅 대상이 되고 있다.
” 유순신 사장은 앞으로 헤드헌터가 누비고 다녀야 할 영역이 무궁무진함을 강조한다.
정부기관에서는 이미 인사문제의 공정성 시비를 잠재우기 위해 사설 헤드헌팅 업체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헤드헌터 교육기관이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헤드헌팅의 역사가 짧고, 헤드헌팅 업무에 대한 사회의 이해도 부족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교육에 활용할 만한 교재도 충분치 않다.
현재 헤드헌터의 업무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그것은 컨설팅과 리서치(조사분석)다.
전문가들은 이중 리서치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강조한다.
“어떻게 보면 이 리서치 기능은 헤드헌팅 업무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전문 컨설턴트와 더불어 시스템화가 잘 되어 있어야 헤드헌팅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 서울써어치 김진희 사장은 헤드헌터 개개인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를 잘 뒷받침하는 것은 시스템이라고 말한다.
“시스템이란 어떤 회사나 해당 업계에 대한 깊이있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한번 맡았던 일에 관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고 계속 축적되어야 다음 일이 훨씬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 헤드헌터의 역량과 자질뿐 아니라 헤드헌팅 회사의 운영방식도 체계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시장이기에 겪어야 하는 수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헤드헌터 시장은 이미 활짝 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험을 갖추고 오래 살아남은 헤드헌터일수록 시장가치는 높아진다”고 말한다.
헤드헌터의 자질로 필요한 것은 우선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능력이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자질과 역량도 상황에 비춰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개인의 잠재능력과, 어떤 정해진 조건에서 그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유순신 사장은 “앞으로는 세계 인력과 국내 인력이 경쟁하는 시대”라며 “특히 5% 이내의 고급 인력수요 부분에서 외국인력이 많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발굴해내는 헤드헌터의 역할이 갈수록 더 크게 요구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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