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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롯데 진군나팔, 재계 ‘쫑긋’
[비즈니스] 롯데 진군나팔, 재계 ‘쫑긋’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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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소주시장 등 신규사업 ‘깃발’… 신동빈 부회장 전면부상 여부도 관심 롯데그룹이 일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롯데 신격호(80) 회장은 지난해부터 남보다 발빠른 변화를 강조하면서 “미래의 사업전략을 강구하면서 신규사업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신 회장은 올해 들어서면서 이같은 메시지를 더욱 뚜렷하게 천명했다.
2002년 경영 키워드로 ‘핵심역량의 집중’과 ‘고객·주주중심 경영’ 외에 ‘활발한 신사업 전개 및 신시장 개척’을 내건 것. 롯데가 새로 진출하려는 업종은 신용카드와 소주. 사업권을 획득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던 홈쇼핑에도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업종은 모두 기존 사업의 연장선 상에서 영역을 넓히기 위해 선택됐다.
‘변화도 관련도가 높은 분야에서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추진한다’는 롯데의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호남석유화학은 현대석유화학 인수를 통해 규모를 키우려 하고 있다.
의욕에 비해 구체적인 행보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그룹 관계자는 “확장 의지는 강해졌지만, ‘돌다리도 두드려가며 건넌다’는 신 회장의 경영철학은 달라진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은 표면적으로는 잔잔한 가운데 물밑에서는 활발하게 탐색을 벌이는 정중동(靜中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들 업종으로의 신규 진입은 모두 시기와 방법의 문제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신용카드는 롯데캐피탈 카드사업부에서 이미 추진안을 마련해놓았다.
기존 백화점 카드 가입 고객과 다른 금융회사를 연계하거나 다른 신용카드사를 인수하는 방식 등이 신 회장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롯데캐피탈의 한 직원은 “인수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안은 롯데캐피탈과 롯데경제연구실이 함께 다듬고 있다.
선택은 신 회장이 5월중에 보고를 받고 내릴 예정이다.
다만, 신용카드를 통한 가계부채가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지적되면서 금융당국이 롯데의 신용카드업에 선선히 도장을 찍어줄지가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롯데칠성음료도 소주시장 진출 방식으로 직접 생산라인을 갖출지, 아니면 다른 회사를 인수할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시제품 소주 ‘한송이’ 1만5천병병을 내놓고 고객의 반응을 살펴본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부평공장 위스키라인에서 맛을 조정하는 등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백운목 연구위원은 “소주시장은 진로라는 절대강자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들어가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주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면 2천억~3천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지방 소주사를 인수할 경우 투자금액이 적게 들지만, 인수한 뒤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백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호남석유화학은 현대석유화학의 매각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남석유화학은 한빛은행 등 현대유화 채권단이 매각작업을 지원할 재정자문사를 선정하는 데 맞춰 보조를 취해나갈 계획이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JP모건체이스를 재정자문사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일정이 잡히면 의향서(LOI)를 내고 JP모건체이스와 함께 자산실사를 벌일 계획이다.
매각 협상 마무리에는 8~10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홈쇼핑은 사업권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농수산TV와 우리홈쇼핑 등 기존 업체 인수를 통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롯데는 이와 관련해 “홈쇼핑에 관심이 여전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영역 확장은 신동빈(47) 부회장의 입지와 연결지어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신 부회장이 이들 사업을 통해 입지를 강화하고, 그럼으로써 경영권 승계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신규 사업 등 주요 의사결정은 여전히 신 회장의 몫이다.
신규 사업과 관련한 싱크탱크인 롯데경제연구실도 신 부회장이 아닌 신 회장에게 보고한다.
실제로 신 부회장의 비중은 아직 크다고 할 수 없다.
32개 계열사 가운데 그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는 롯데닷컴, 코리아세븐, 모비도비 등 3개사에 불과하다.
이들 3개사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2%가 채 안 된다.
롯데그룹은 “신 부회장은 아직은 경영수업중”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3월 단행된 그룹인사도 마찬가지였다.
경영권 승계를 앞둔 세대교체 수순으로 볼 수 있는 이동이 있었지만 그룹인사가 전체적으로 이 방향에서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그룹 성장의 일등공신으로 손꼽히는 김부곤(68) 롯데칠성 대표가 사임했다.
실세로 인정받아온 장성원(71) 호텔롯데 사장도 러시아 현지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다른 원로경영인인 한수길(61) 롯데제과 사장과 임승남(64) 롯데건설 사장은 녹슬지 않는 관록을 과시하고 있다.
롯데는 그러나 신 부회장이 부친의 경영철학대로 차근차근 역할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 또한 부인하지 않는다.
롯데는 21세기 전략 가운데 가장 큰 가닥으로 과감한 해외진출을 잡았고, 이 부분은 국제통인 신 부회장이 주역을 맡고 있다.
일본 아오야마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 MBA를 받은 신 부회장은 국제감각이 남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는 식품의 경우 쌀을 주식으로 하는 등 음식문화가 비슷한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유통 및 관광산업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 동남아시아 등을 연계해 세계적인 체인망을 갖추어나간다는 전략이다.
롯데월드는 베이징과 상하이, 사이공, 모스크바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신 부회장은 “2002년을 세계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하곤 한다.
롯데 변신이 태풍의 눈 속에 들어 있는지, 신 부회장이 그 속에서 자리를 잡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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