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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불황탈축 코드명 '노트북'
[비즈니스] 불황탈축 코드명 '노트북'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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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은 늘고 있지만 좀처럼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는다.
’ 지금까지 PC 제조업체가 안고온 딜레마였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해를 보냈던 PC 업계가 하반기 이후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한 뒤 올해 들어 장밋빛 전망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안도의 한숨을 쉴 만도 한데 ‘수익률 저하’라는 고질병 때문에 볼멘소리가 가시질 않는다.
이런 PC 제조업체가 타개책으로 선택한 것이 ‘노트북PC’이다.
PC 제조업체들이 노트북PC에 기대를 거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노트북PC가 데스크톱PC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고가품으로 인식돼온 노트북PC가 매년 가격이 떨어지면서 성능은 데스크톱PC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게 된 점이다.
두번째가 PC 교체 주기에 대한 기대다.
업계에서는 PC 교체 주기를 3년으로 보는데, 1999년 하반기에 PC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PC 구매자들에게 올해 중반기부터가 이른바 PC 교체 시기가 된다.
게다가 첫 구매시 데스크톱PC를 선택한 사용자들이 2차 구매를 할 때는 노트북PC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도 PC 업계를 고무시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AMD 애슬론 CPU’를 장착한 데스크톱PC가 잇따라 출시된 데 이어 올해 들어 모바일용 AMD 애슬론4 프로세서가 출시되면서 노트북PC 시장에서도 AMD 제품이 신규시장을 형성할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점이다.
전문 조사회사의 시장조사 결과도 이들의 사기를 북돋워준다.
시장조사 회사인 IDC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노트북PC 판매량은 46만6천여대로 전체 PC 판매량의 13.5%를 차지했다.
서버 제품군을 제외하고 데스크톱PC와 노트북PC만 비교한다면 그 비중은 15%에 이른다.
또한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볼 때, 데스크톱PC가 2000년 대비 -8.9%의 성장세를 보인 반면 노트북PC는 24.4% 가량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PC 업계의 불황속에서 노트북PC의 약진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따라서 PC 업체가 열악한 수익률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트북PC를 선택했다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년 10% 이상씩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노트북PC 시장이 올해에는 최고 30%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러한 ‘노른자위 시장’을 잡으려는 업체들의 힘겨루기가 올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국내 노트북PC 시장을 끌고가는 쌍두마차는 삼성전자와 컴팩코리아이다.
특히 국내 노트북PC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지난 4월1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노트북PC 시장에서 6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컴팩코리아가 전체 시장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두 업체의 점유율을 합하면 무려 77%에 이르는 셈이다.
PC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체 발표를 다소 과장됐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적어도 50~5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향후 마케팅 전략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슬림형 노트북PC ‘센스Q’와 데스크톱 CPU를 장착한 저가의 ‘센스690’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센스Q의 후속모델인 ‘센스Q10’을 선보이며 경쟁의 불을 댕겼다.
380만~430만원대의 이번 제품에 대해 삼성쪽은 “슬림형 노트북PC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성능과 확장성을 개선한데다 무선랜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등 통신 기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기존 센스Q에 비해 더 얇고 가벼워 또 한번 노트북PC 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4월초 인텔의 모바일 펜티엄4 프로세서를 장착하고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한 ‘센스T10’ 시리즈를 발표해 중고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의 행보에 대해 컴팩코리아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4월11일 모바일 펜티엄4 프로세서를 장착한 고사양 노트북PC ‘프리자리오 2800’ 시리즈를 내놓은 컴팩은 다양한 제품군과 싼 가격, 신속한 사후서비스(AS)를 앞세워 노트북PC 시장의 2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4월22일 출시되는 인텔의 ‘모바일 펜티엄4 1.4GHz’를 장착한 제품군을 기존 보급형 제품 수준의 가격대에 내놓을 계획이다.
컴팩코리아 최호 부장은 “모바일 펜티엄4 1.4GHz 제품이 시장의 주력 제품군으로 떠오를 6~7월경이면 제품 가격이 180만~220만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2분기부터 보급형 가격의 노트북PC 판매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이밖에 3~5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보컴퓨터, LGIBM, 후지쯔 등도 4월말까지 모바일 펜티엄4 제품군을 앞다퉈 발표할 예정이어서 올 하반기 ‘모바일 펜티엄4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삼보컴퓨터는 “노트북PC 시장에서 컴팩코리아에 뒤질 이유가 없다”며 자사의 ‘드림북 R7 시리즈’를 앞세워 2위 탈환을 장담하고 있다.
“22년 전통의 PC 제조업체라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동성과 디자인을 강조해 시장을 확보할 것이다.
올 3분기부터는 월 1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8만~9만대를 판매할 것”이라고 삼보쪽은 밝혔다.
대기업의 두터운 장벽을 뚫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소 PC 업체들도 제몫 찾기에 나섰다.
현주컴퓨터가 중소업체로는 처음으로 자가 생산라인을 갖추고 모바일 펜티엄4급 노트북PC를 4월25일 출시한 데 이어, 주연테크, 대우컴퓨터, 현대멀티캡 등도 데스크톱PC 시장에 주력하던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본격적으로 노트북PC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트북PC 시장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또다른 움직임은 일본 PC 업체들의 행보다.
가장 눈에 띄는 변수는 세계 노트북PC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도시바의 국내 진출이다.
올해 초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하며 한국법인을 설립한 도시바는 ‘2000년 기준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이라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조만간 국내 노트북PC 시장의 ‘넘버3’ 자리를 장담하고 있다.
특히 외국업체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AS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둬, 서울 강남과 강북에 AS센터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말까지 전국 6대도시에 AS센터를 개설할 계획이다.
이미 ‘새틀라이트 시리즈’를 비롯한 4개 모델 25종의 노트북PC를 선보인 바 있는 도시바코리아는 올해 들어 모바일 펜티엄4 프로세서를 장착한 ‘새틀라이트 5100’을 350만원에 내놓고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밖에 국내 시장점유율 5위를 기록하고 있는 후지쯔와, ‘정보기기의 예술품’을 자처하는 ‘바이오 R505’ 시리즈를 앞세운 소니도 호시탐탐 국내시장을 넘보고 있다.
올해 PC 업계의 또다른 화젯거리는 CPU 업체 AMD다.
AMD는 인텔의 아성에 가려 ‘한참 뒤처진 만년 2위’에 머물러 있었던 업체다.
저가형 CPU라는 달갑지 않은 이미지에 시달려왔던 AMD는 지난해 4분기 들면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P C시장에서 오히려 ‘저렴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해, 데스크톱PC ‘반짝 특수’의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국내 시장에서 ‘마의 점유율 20%’를 돌파했다며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다.
이런 AMD가 드디어 노트북PC에도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데스크톱PC에 이은 두번째 도약 채비를 갖추고 나섰기 때문이다.
4월 중순 삼성과 컴팩이 거의 동시에 모바일용 AMD 프로세서를 장착한 노트북PC를 200만~260만원대에 내놓았다.
특히 삼성은 이번 제품 출시를 계기로 기존의 보급형 제품이었던 센스690 시리즈를 단종할 방침이라고 발표하는 ‘배수진’을 치면서 “매년 20만원씩 하락하는 노트북PC 가격을 고려해 AMD 제품군을 중심으로 월 1만대 이상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컴팩 또한 AMD 제품군인 ‘프리자리오 700 시리즈’를 발표하면서 “고급형 제품 중심의 판매정책에 한계를 느끼고 지난해부터 저가형 위주의 판매로 정책을 변경했다.
가까운 일본에서 AMD 제품을 장착한 노트북PC가 인기를 끄는 점을 보더라도 저가형 제품 위주의 판매는 당연한 것”이라며 AMD 제품군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AMD 프로세서를 장착한 노트북PC를 출시해온 삼보컴퓨터 또한 4월말까지 AMD 애슬론4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어서 저가형 노트북PC 시장을 달구고 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노트북PC의 전체 시장규모는 12만5700대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매출실적이 가장 좋았던 4분기의 12만4천대를 넘어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텔의 ‘모바일 펜티엄4’와 AMD의 ‘애슬론4 프로세서’를 장착한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는 4~5월을 지나 2분기부터 본격적인 ‘모바일 4 시대’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PC 업체들도 도약을 위한 생존경쟁 준비에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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