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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관광 인프라 구축 급하다
[리드칼럼] 관광 인프라 구축 급하다
  •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
  • 승인 2002.04.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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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경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로 관광업계와 항공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에는 부산 아시안게임도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이러한 국제적 이벤트를 통해 우리나라는 적잖은 관광수입을 올릴 것이다.
그러나 일회적인 행사들을 모두 치르고 난 뒤에도 우리는 과연 “우리나라의 관광 경쟁력을 한단계 올릴 수 있는 축적물이 남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해 ‘2001 한국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시장 확대라는 새로운 전기를 기대했던 관광·항공 업계는 9·11 테러 여파로 뜻밖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쉽게 타격받는 우리나라의 관광 인프라는 과연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는가 한번쯤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흔히 관광산업을 일컬어 ‘굴뚝 없는 수출공장’, ‘성장성 높은 미래산업’이라고 한다.
이 말은 인프라 구축이라는 문제만 해결되고 나면 관광산업이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걸 뜻한다.
우리는 웅대한 만리장성 앞에서 ‘조상 덕’을 늘어놓는 중국 안내원의 설명에 그저 고개만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기억한다.
또 흔히 유럽 관광의 3대 거짓말이라 불리는 로렐라이 언덕, 오줌싸개 동상, 인어공주 동상처럼 막상 가서 보면 “별 것 아니네” 소리가 나오는 데도 그것들을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포장해내는 그들의 기술 앞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도 많다.
이런 유무형의 관광 인프라가 언제까지나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어느덧 국부의 한 척도가 돼가고 있기에 우리 마음은 한결 바빠진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외래객 15명이 올 때마다 1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외국인이 쓰고 가는 1달러가 창출하는 우리 국민의 소득은 3.3달러에 이른다.
또 관광객들이 현금과 카드로 지불하는 여행경비는 자금 회전력이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미래는 아직 어둡기만 하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의 한 간부는 “한국은 국제 비즈니스와 관광의 중심지가 되기에 잠재적 자원은 풍부하지만 현재 인프라는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즉 우리나라가 천혜의 관광자원과 일본·중국 등 거대한 관광 수요국을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있다는 장점에다 뛰어난 쇼핑 경쟁력이 있으면서도, 기본적인 숙박시설과 국민들의 영어 구사력 등 기본적인 관광 인프라 부재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논평이다.
설령 그의 훈수가 아니더라도 실제로 우리나라는 면적이 협소한 마카오보다도 관광객 유치 수가 적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나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이렇게 찾아보았으면 한다.
우선 시장특성에 맞는 관광 인프라 구축과 타깃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중국인 입맛에 맞는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고,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는 또 그에 맞는 시장이 형성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예로 차이나타운을 국가 주도로 조성하여 화교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다면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의 교류를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되지 않을까. 또 제주도 국제자유도시화 추진도 관광객과 외국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또 한가지는 항공사와 관광업계가 공동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항공노선이 하나 개설될 경우 노선에 따라 입국자가 80% 넘게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길’이 있으면 그만큼 관광수요가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작 그 길을 통해 입국한 관광객이 한국에서 즐길 만한 것이 없다면 그 관광수요는 금방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항공사와 관광업계와의 긴밀한 공조관계다.
한·일 월드컵과 베이징 올림픽 등을 계기로 항공사와 여행사, 그리고 호텔업계 등 전체 관광업계의 공조관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중저가 호텔을 적극 육성하는 등 수요창출과 수요에 대한 관리가 긴밀하게 병행돼야만 한다.
축구경기에서는 스타플레이어 하나가 있으면 그 팀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고무된다.
하지만 세계적인 축구강국처럼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를 갖추지 못한 팀도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쟁쟁한 스타가 즐비한 우승후보를 제치는 이변이 종종 연출되기도 한다.
지구촌 전체가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관광산업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물론 유형의 관광자원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그 나라의 형편에 따라 어떻게 조직적인 팀워크를 이뤄나가느냐, 또 이를 통해 어떻게 유무형의 관광 인프라를 마련해가느냐에 좀더 무게를 실어야 할 때다.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산업, 자칫 21세기 최고의 수출상품을 잃지 않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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