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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2. 이상철 / KT 사장
관련기사2. 이상철 / KT 사장
  • 박형영 기자
  • 승인 2002.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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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48년 2월20일 서울 출생 1967년 경기고 1971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1973년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석사) 1976년 미국 듀크대(공학박사) 1976년 NASA 통신위성 설계담당 1992년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 부장 1997년 한국통신프리텔(현 KTF) 사장 2000년 새천년민주당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테크노CEO. 엔지니어 출신의 이상철 KT 사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그러나 ‘테크노’라는 단어에서 ‘자연과학적 인과관계의 틀’에 얽매인 인물을 연상한다면 오산이다.
이 사장은 실무에 관해 논의할 때는 엔지니어로서 전문지식을 유감없이 발휘하지만, 경영전략을 구상할 때나 조직을 추스를 때는 탁월한 경영인으로 변신한다.
“잠자고 있는 공룡을 깨웠다.
” 1년4개월 동안 공룡기업 KT를 이끌어온 이상철 사장에 대한 사내외 평가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려면 우선 덩치가 클 필요가 있다”며 “KT를 뛰는 공룡으로 만들겠다”던 그의 호언장담이 허언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해냈고 민영화를 위한 절차도 차근차근 밟고 있다.
무엇보다 공기업의 두터운 껍데기 속에 안주해 있던 4만3천여 임직원들을 움직이게 했다는 점에서 그는 높이 평가받는다.
브로드밴드 사업의 호조에 힙입어 경영실적도 좋게 나타났다.
지난해 KT는 매출액 11조5199억원을 달성해 전년에 비해 11.6%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3.7% 증가한 1조4550억원, 당기순이익은 7.6% 증가한 1조871억원을 달성했다.
통신시장에서는 이미 공기업의 독점체제가 무너진 지 오래다.
따라서 KT는 다른 공기업과는 달리 민간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른 공기업 사장이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것만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는 반면, KT 사장은 경영능력이나 추진력에서 결코 민간기업 CEO에 뒤져서는 안 되는 절박함이 있다.
더구나 KT는 올 6월까지 민영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쯤되면 정부가 왜 이상철 사장에게 KT를 맡겼는지 짐작할 만하다.
이 사장은 1996년 말부터 3년여 동안 한국통신프리텔(현 KTF)의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미 CEO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는 하위권에 머물던 016 이동전화를 5개 이동통신 서비스 중 2위로 끌어올림으로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엔지니어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해 승승장구하던 이 사장은 2000년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그는 4·13 총선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그해 12월 그는 KT의 최연소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영자로서 그의 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이 사장의 개방적인 자세는 KT 임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잠자고 있는 직원들의 마음을 깨우는 것”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
그는 무엇보다 지시문화를 싫어한다.
“어떤 일이든 자발적으로 할 때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의 건의에 따라 지난해 출범시킨 ‘Let's KT Blue Board’는 이 사장의 개방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이 기구는 20~30대 사원들의 참신한 발상을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구성된 ‘청년중역회의’다.
입사 2년차 이상이면서 38살을 넘지 않은 과장급 이하 비보직 사원 181명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지금까지 수십차례 모임을 했다.
KT 관계자는 “이 기구가 경영의 근간을 바꿀 정도는 아니지만 자유로운 의견 개진으로 회사 정책에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3월14일부터 시작한 전국 지사·지점 현장 순회방문도 이 사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사례다.
이 사장은 기껏해야 지역본부를 방문했던 기존의 관례를 깨고 전국 30여개 지사·지점을 방문했다.
특히 그는 각 지사·지점 사원들과의 간담회를 중요한 일정으로 잡았다.
이는 완전 민영화를 앞두고 우려되는 직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쏟아지는 민영화와 관련된 사원들의 질문에 대해 이 사장은 민영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그들을 설득해나갔다.
이 사장은 불필요한 규정과 관행을 타파하는 데도 앞장섰다.
사규를 3분의 1 수준으로 줄임으로써 불필요한 절차와 규제를 없앴다.
KT메신저를 도입해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e메일로 업무보고를 하도록 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 사장은 지난해 6월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을 위해 홍콩, 런던, 뉴욕 등 해외에서 로드쇼를 벌이면서 CEO로서의 능력과 열정을 최고도로 발휘했다.
이 로드쇼는 KT 민영화를 위해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해외에 매각하기 위한 중요한 활동이었다.
그는 투자자들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질문공세에 기술적인 부분까지 직접 영어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었다.
현지 언론들은 그를 “CEO다운 CEO”라고 평가했다.
당시 함께 참여했던 KT 관계자는 “핫도그로 식사를 대신하며 주간사 실무자들과 쉴 틈 없이 논의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당시 구미의 모든 통신주가 ADR을 할인발행했음에도 KT는 정부보유 주식 17.8%, 5500만2천주를 할증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상철 사장은 비유와 은유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벽에 맨처음 길을 걷는 사람은 풀숲의 이슬을 바지에 묻히게 마련”이라는 그의 말은 임직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KT가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도 임직원들은 이 말을 입에 올리곤 한다.
그의 수사는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는 핵심단어를 집어내 비전을 제시하고 결집력을 이끌어낸다.
그의 ‘이슬론’은 이른바 ‘3선(先) 경영’으로 구체화됐다.
남보다 먼저 보고(先見), 먼저 결심하고(先決), 한발 앞서 실천에 옮기(先行)라는 말이다.
지난해 말에 그가 직접 구상한 ‘월드 클래스 컴퍼니’(World Class Company)라는 모토도 KT 임직원을 이끄는 깃발이 되었다.
이 사장의 바둑 실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아마 6단으로 한국기원 이사다.
그는 ‘화끈한 싸움 바둑’을 둔다.
그는 “바둑을 두면서 참는 걸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형세가 나쁘다고 낙담할 것도 없고 잘 나간다고 자만해서도 안 되고….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뭐든지 조급하게 서둘러서는 안 되는 거죠.” 그의 ‘바둑 경영철학’은 이어진다.
“한국통신을 흔히 공룡이라고 말하지만 덩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이냐가 문제입니다.
바둑 돌 하나하나가 제 역할을 다하면 승리할 수 있듯이 경영자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쓴다면 공룡도 펄펄 뛰어다닐 수 있습니다.
” 한때 정치권에 몸담았다는 이력 때문에 세상은 그를 단순히 능력이 있는, 또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CEO로만 보지는 않는다.
지난 1·29 개각 때 정통부 장관직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한때 돌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전문경영인이 목표”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사장은 현재 KT의 완전 민영화라는 과제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회사 지분을 5%로 제한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인수의사를 타진해왔던 기업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어, 갈 길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이 사장은 어떤 전략으로 이 장애물을 넘을까? 그가 임직원들에게 했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CEO들은 자신의 분명한 철학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철학을 갖게 되면 원칙이 세워지고, 원칙이 세워지면 결정력이 생기고, 그러한 결정력이 스피드를 창출해내며, 그 스피드는 결국 힘으로 작용합니다.

유선망 비전 ‘마지막 1마일’론

정보통신 시장은 무선과 인터넷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가운데 유무선, 인터넷 복합 서비스가 화두로 등장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유선분야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비관적인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상철 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선통신 시장의 미래가 무선 분야 이상으로 밝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통신시장의 중심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뀌고는 있지만 유선통신 사업자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 서비스의 90%는 유선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최근 유선통신망 사업자의 역할을 강조하는 ‘마지막 1마일(The Last 1mile)론’을 역설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유선통신 사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유선망의 비전을 ‘The Last 1mile’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The Last 1mile’은 KT가 보유한 가입자망으로서 전화국에서 가입자 가정 안에까지 깔려 있는 통신선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 사장은 이 ‘마지막 1마일’ 유선망이 KT의 최대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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