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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금융그롭 한화 '신고합니다'
[비즈니스] 금융그롭 한화 '신고합니다'
  • 백우진 기자
  • 승인 2002.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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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생명 인수 급물살… 유통·레저, 화학 등 3대 핵심사업에 역량 집중 재도약을 위해 잔뜩 움츠린 한화그룹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화는 대한생명을 인수함으로써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대한생명과 그 자회사 신동아화재를 인수할 경우 한화는 금융업 전반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그러면 금융계열사는 한화증권, 한화투자신탁운용, 한화파이낸스, 한화기술금융 등 기존 4곳을 포함해 6곳으로 늘어난다.
대한생명은 삼성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생명보험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대한생명은 2위인 교보생명에 비해 법인계약에서는 뒤지지만 개인에서는 앞서면서 간발의 차이로 따라잡고 있다.
생보업계는 대한생명이 한화에 인수될 경우 영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본다.
생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생명은 영업조직이 강하다”며 “주인이 정해지고 부실 이미지를 탈피하면 아무래도 영업에 유리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한생명 인수 이후 금융그룹 한화를 주도할 최고경영자(CEO)들도 부각되고 있다.
박종석(66) 구조조정본부 부회장은 재무부 이재3과장, 한국은행 이사, 국민은행장, 상업은행장, 은행감독원장, 증권감독원장 등을 역임했다.
박 부회장은 1995년 한화에 영입돼 98년부터 그룹 구조조정을 집도했다.
재무관료 출신인 진영욱(51) 한화증권 사장은 대한생명 인수협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 사장은 재무부와 재정경제부에서 인정받은 실력을 바탕으로 금융부문에서 점차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창희(54) 한화투신 사장은 99년 취임해 부실이 심했던 채권형 펀드의 안전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사장은 김승연(50) 회장의 이종사촌 형이다.
사실 한화가 금융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오래된 일이다.
김승연 회장은 96년 10월 창사 44주년 기념식에서 “화학과 유통·레저, 금융에 핵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화의 포부는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물거품으로 부서지고 말았다.
신규 진출은커녕 한화종금과 충청은행이 부실금융 회사로 지정돼 퇴출된 것이다.
상시 구조조정 체제 들어가 한화는 절체절명의 고비를 그야말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극복했다.
한화그룹의 97년 말 부채는 7조5천억원, 부채비율은 1200%에 육박했다.
계열사 32개 가운데 수익을 내는 곳은 서너개에 불과해 97년 그룹 전체로 327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자금사정 악화와 채권회수가 맞물려 상황은 더욱 어렵게 꼬여갔다.
98년 초엔 주력기업인 한화에너지가 원유를 들여올 자금이 없어 발을 구를 정도로 사정이 악화했다.
김 회장은 주식과 부동산 등 사재와 경영 포기각서를 내놓고 협조융자 자금을 지원받았다.
협조융자의 대가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이었다.
김 회장은 “마취하지 않고 수술대에 올라 폐 하나를 잘라내는 것보다 더 아픈 고통”을 감수하며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한화바스프우레탄, 한화NSK정밀, 한화GKN, SKF한화자동차부품 등의 지분을 줄줄이 해외에 매각했다.
알짜로 꼽힌 한화기계의 베어링사업 부문과 주력기업인 한화에너지도 팔아치웠다.
한화는 이같이 ‘죽기를 각오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그리고 99년 6월 대한생명 입찰에 참여하면서 묻어두었던 금융업 강화 프로젝트를 꺼냈다.
김 회장은 직접 금융감독위원회를 찾아가 입찰서류를 제출하는 열의를 보였다.
한화는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했으나 한화종금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전력 때문에 고배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을 멈출 수 없다.
” 한화는 최근 상시 구조조정 체제 가동을 선언했다.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지난 3월말 1828억원에 매각했다.
한화그룹 정이만 상무는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부동산 현금화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 현금 5천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한화는 부동산은 물론 비수익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한화종합화학은 미국 현지 식품회사인 UI와 캐나다 창틀 제조회사 ACAN 등을 매각하기로 했다.
한화유통은 수익이 나지 않는 슈퍼체인점을 계속 정리하고 있다.
그룹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모아 3대 주력사업 부문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화는 화학과 유통·레저 외에 금융을 새로운 축으로 세우는 것과 함께 이미지 변신을 검토중이다.
‘한국화약그룹’이 폭약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그룹 이름을 한화로 줄였지만, 이 이름도 화학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는 사명을 바꾸면서 조직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는 한화의 창립 50주년이다.
몸집을 줄인 50살 한화가 새로운 50년을 향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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