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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돈 놓고 실적 쌓아라
[비즈니스] 돈 놓고 실적 쌓아라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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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금융 업계 맞수 삼성과 현대캐피탈, 소액 신용대출 시장서 불꽃 튀는 대결 삼성과 현대, 두 라이벌 기업의 선두 다툼이 할부금융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쟁의 주 무대는 대출실적 중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소액 신용대출과 자동차 할부 부문이다.
현재 대출실적 기준으로 삼성이 약간 앞서고 있다.
2001년 삼성캐피탈의 대출실적은 10조2천억원이고, 현대캐피탈은 9조원이다.
2000년 이전 할부금융 업체들이 본연의 임무인 할부금융에 주력할 때는 현대가 우위를 점했다.
삼성캐피탈은 가전제품 할부금융에 기원을 둔 반면, 현대캐피탈은 자동차 할부금융에서 출발했는데, 자동차 할부시장 규모가 가전제품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하지만 할부사를 통한 소액대출이 급격히 늘기 시작하면서 전세는 뒤집어졌다.
삼성캐피탈은 2000년 5월 국내 최초로 대출전용 카드 ‘아하론패스’를 출시하면서 소액대출 시장을 선점했다.
아하론패스는 급하게 소액대출을 받고자 하는 고객의 요구를 충족해주기 위해 등장한 서비스다.
회사에 따르면 서비스 실시 후 올해 3월까지 거래실적 5조6천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캐피탈 관계자는 “아하론패스의 최대 경쟁력은 스피드와 편리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아하론패스는 무보증 신용대출로, 이용자는 패스를 이용해 전국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언제라도 대출금을 뽑아 쓸 수 있다.
대출한도는 최대 1천만원이고, 금리는 개인신용에 따라 연 9~22%가 적용된다.
대출금 상황은 리볼빙 방식을 적용해 대출금의 10%만 상환하면 최초 약정금액 내에서 대출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캐피탈도 지난해 3월 대출전용 카드인 ‘드림론패스’를 출시했다.
드림론패스의 대출절차와 상황방식은 아하론패스와 유사하다.
다만 현대는 아하론패스를 따라잡기 위해 대출 최고한도를 2천만원으로 잡았고, 금리도 8~21%를 적용했다.
또 올해 초부터 대출기간 선택제를 시행해 금리를 더 떨어뜨렸다.
공격적인 영업전략에 힘입어 드림론패스는 서비스 실시 이후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3조6600억원의 거래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3월말까지 실적만 비교하면 드림론패스가 아하론패스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자동차 할부금융, 불공정 거래 논란 현대캐피탈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자동차 할부금융에서도 공격적인 전략을 이어갔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연간 10조원이 넘는 시장으로, 할부금융사의 사업부문 중 가장 덩치가 크다.
현재 자동차 할부금리는 현대가 대출기간, 개인신용, 차종 등에 따라 7~11%이고, 삼성은 9~11%다.
삼성캐피탈 할부사업부 이재철 팀장은 “4월8일부터 현대가 24개월 할부금리를 1.25%포인트, 36개월짜리는 1.75%포인트 내리면서 부서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한다.
이 팀장은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불평을 털어놓는다.
그는 “캐피털사의 조달금리가 6%대”이기 때문에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할부 금리가 7%대일 때는 회사가 손실을 본다”며 “현대자동차가 현대캐피탈의 손실분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유지되기 불가능한 금리”라고 말한다.
대우자판 관계자도 “대우캐피탈이 대우자동차 할부금융을 할 때 금리는 9.5~11%라며, 7%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현대차가 현대캐피탈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약정을 맺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재철 팀장은 “자동차 메이커가 할부금융회사와 약정을 맺을 때 금리를 낮추고 그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현대·기아차가 한국 자동차 시장의 75% 점하고 있는 사업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계열사인 현대캐피탈하고만 약정을 맺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4월15일 국회 정무위에서는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현대자동차가 시장 독점상황을 이용 차량구매 결제방식에서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현대차가 구매고객에서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에서 대출받도록 유도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불공정거래행위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여부를 확인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최근에 할부금리를 낮춘 것은 사실이지만 7%대 금리는 특정 할부상품에 한정되며, 현대자동차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22개 할부금융회사들이 있다.
이들은 소액대출, 할부, 리스를 겸하고 있다.
연간 할부금융업계 전체 대출실적에서 삼성과 현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다.
두 회사는 그동안 숨가쁜 매출 성장세를 이어왔다.
여신금융협회 황명희 과장은 “최근 현대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어 1위 업체인 삼성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전한다.
황 과장은 “경쟁 2라운드에서는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이 더 중요하다”며 “최근 양사는 해외 채권발행 등 조달금리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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