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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e사회 숨은 고수들 ‘맹활약’
[비즈니스] e사회 숨은 고수들 ‘맹활약’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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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 지식 갖춘 사용자 그룹, 제품 개발 지원서 예리한 비판까지 업체와 긴밀한 연계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와 좋은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사용자)는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가? ‘제품을 팔고 사는 관계’라고 단정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해 보인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최신 정보나 기술을 습득하는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생산자 못지않게 사용자 또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들 사용자들은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모임을 형성하고 각종 정보나 제품에 대한 의견을 교환·공유하면서 스스로의 발전을 꿈꾼다.
기업체는 이들의 알토란 같은 지식에 눈독을 들이게 마련이다.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업체와 사용자 모임은 협력관계를 맺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견제와 대립을 통해 상호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예전처럼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제품을 소비자가 마지못해 선택하는 일은 이제 보기 힘들다.
기업체는 이른바 ‘피드백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사용자의 의견을 수렴, 제품에 반영함은 물론이려니와 홍보나 마케팅에서도 이들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후원자이자 예리한 비판을 가하는 옴부즈맨인 이들이 바로 ‘전문가 그룹’이라 불리는 사용자 모임이다.
나모전문가그룹 지난해 10월18일 저녁 영진닷컴 세미나룸에는 50여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개발자와 함께하는 나모 웹에디터 세미나’란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 이 모임에는 이례적으로 나모인터랙티브 제품 개발기획팀장과 고객지원팀장이 직접 참석해 자사의 홈페이지 저작도구인 ‘나모 웹에디터5’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모임을 주최한 쪽은 나모전문가그룹(Namo Expert Group, NEG). 나모가 후원하는 웹 트렌드 전문가 모임이다.
NEG는 지난해 4월27일 웹 트렌드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야겠다는 나모쪽의 생각에 따라 온라인 공모를 거쳐 탄생한 전문가 모임이다.
관심사나 지역, 학연 등을 중심으로 결성되는 동호회와 달리 나모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지원서를 받은 다음 엄격한 심사를 거쳐 800여명을 선발했으니, 실력파들이 모인 집단이라 할 만하다.
처음에는 모임을 나모쪽에서 주관하다가 지난해 10월 6명으로 구성된 회장단이 출범하면서 지금의 모임 형태를 갖추게 됐다.
나모가 후원하는 모임이라고 해서 나모쪽에 종속돼 있는 ‘2중대’쯤으로 얕보면 오산이다.
단순히 나모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아니라는 뜻이다.
웹디자이너와 홈페이지 제작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기타 IT 분야 종사자, 웹프로그래머에서부터 교사나 공무원까지 회원 구성도 다양하다.
이들은 나모의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제품의 기능을 결정하기도 하고, 정품 출시 이전에 제품을 평가하고 잘못된 부분을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한다.
NEG 홍종남 부회장은 “웹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전문가와 웹 트렌드를 제품에 반영하는 기업과의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나모와 NEG의 관계를 설명한다.
업체가 ‘제도권’이라면 NEG 회원은 ‘언더그라운드’인 셈이다.
“모임의 성격은 ‘미래의 웹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전문가 모임’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까지 두달에 한번 정기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매달 정기 세미나를 열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할 겁니다.
활동이 미미한 회원들을 정리하면서 조직의 거품을 빼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회원들의 동의를 거쳐 회원수도 400명 정도로 줄인 상태죠.” 지난해 4월 모임이 결성된 이후 6월26일 나모 웹에디터5 정식판이 출시될 때까지 이들의 제품 평가가 상당수 반영됐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출시된 ‘나모 웹에디터5 파워플러스팩’도 NEG의 ‘입김’이 들어갔고 ‘웹 캔버스’도 정식 발표를 앞두고 NEG 회원에게 미리 선을 보여 의견을 수렴했다.
“기존 제품의 고객지원 문제부터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신제품에 이르기까지 NEG 회장단과 회원들의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고 홍종남 부회장은 모임의 위상을 설명한다.
나모쪽의 대접도 각별하다.
분기별 콘퍼런스나 정기 세미나가 있을 때는 대관료와 강사비 등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기존 NEG 게시판과 새로 문을 열 홈페이지 제작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 나모는 해외 콘퍼런스에도 이들과 동행할 생각이라고 한다.
나모에서 국내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김형렬 부장은 “요즘은 제품 출시 이전에 소비자의 기호나 만족도를 미리 파악해야 하는 시대다.
NEG는 나모 제품뿐 아니라 웹 관련분야 전반의 전문가 모임이다.
이들이 기획 단계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에서 내놓는 의견은 나모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소중한 정보”라고 NEG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NEG는 6월3일 개최 예정인 1주년 발대식에 맞춰 현재의 홈페이지 neg.namo.co.kr를 개편한다.
카페나 동호회 형식을 탈피해 온라인 활동력을 강화하고 의견수렴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홈페이지 www.cyberneg.org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에 앞서 5월23일에는 워크숍 형태의 NEG 전국모임도 개최한다.
“12월에는 2002년 웹 트렌드를 정리하고 2003년 전망에 대해 토론하는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나모와의 협력관계를 지속하면서 국내 최고의 웹 트렌드 전문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모임의 자기계발이 필수적입니다.
” NEG의 야심은 인터넷 공모로 모인 ‘용병’이 아닌 국내 IT 산업의 ‘정예부대’가 되겠다는 것이다.
자바 개발자 커뮤니티 NEG가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열성 회원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예모임이라면, 자바 개발자 커뮤니티(JCO) www.JavaCommunity.org는 국내 자바 관련 동호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커뮤니케이션 창구다.
NEG처럼 단일 전문가 그룹이 아니라 12개 동호회의 대표가 회장단으로 구성된 ‘동호회 대표자 모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동호회별로 회원관리나 소모임 및 포럼을 개최하고 회장단은 각 동호회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면서 연중 행사인 ‘한국 자바 개발자 콘퍼런스’를 주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활동하는 비영리 협의회로 2000년 3월 출범했다.
컴퓨터 언어인 ‘자바’ 개발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인지라, 기술 동향이나 정보 공유 위주로 활동하는 사용자 그룹의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사용자 모임과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자바 개발자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 JCO의 자랑거리다.
JCO의 변종석 회장은 “JCO가 동호회 대표자의 모임이라고 해서 자바 동호회의 상부조직은 아니다.
단지 전국의 자바 동호회를 위한 정보공유 창구를 만들고 자바 개발자의 대외적인 위상을 높이기 위한 협력관계를 진행하는 협의체일 뿐”이라고 JCO를 정의한다.
그래서 JCO 홈페이지도 콘퍼런스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 관리에 대한 권한도 개별 동호회에 있다.
한마디로 개별 회원들의 다양한 의사를 합리적으로 수용, 대변하는 경험공동체라는 것이다.
회원간의 활동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각 동호회별로 주 또는 월 단위로 세미나와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가 되면 서울 어느 지역을 가도 회원 동호회의 모임이 두세개는 열리고 있을 정도로 동호회별 활동이 활발하다”고 변종석 회장은 자바 개발자들의 학구열을 자랑한다.
오프라인 모임은 비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회장단 세미나와 매년 개최되는 ‘한국 자바 개발자 콘퍼런스’ 정도이다.
올해 2월에 개최된 ‘제3회 한국 자바 개발자 콘퍼런스’에는 전국에서 4000명 이상의 회원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루었으며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최고기술개발책임자를 비롯해 한국오라클과 한국IBM 등 유명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이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자바에 대한 열정을 보고 깜짝 놀라더군요. 앞으로 자바 관련 업체의 국내 지사뿐 아니라 지역 사무소와 본사와도 직접 접촉해, 기술동향 세미나를 비롯해 국내 개발자 권익 향상에 힘쓸 계획입니다.
이미 외국 업체로부터 다양한 제의를 받아놓은 상태죠. 올해 6월쯤이면 구체적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변종석 회장은 이렇게 귀띔한다.
요즘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웹서비스에 대해서도 따끔한 비판을 빠뜨리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진영이나 IBM과 썬의 자바 진영 모두 시장 선점에 혈안이 돼 있는 게 지금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은 웹서비스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말이죠. 지금은 밥그릇 싸움보다는 서로 협력해 시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또 외국 업체들이 국내 개발자들의 뛰어난 기술을 제대로 인정해줘야 국내 웹서비스가 정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업체들의 인식변화와 개발자들의 노력이 병행돼야죠.” 전국리눅스유저그룹 JCO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지만 순수 사용자 모임의 성격이 더 강한 곳이 전국리눅스유저그룹(Linux User Group, LUG) lug.linux.or.kr이다.
LUG는 지역별 리눅스 관련 정보교환의 채널이 없어 아쉬움을 느끼던 각 지역 리눅스 사용자 모임이 의기투합해 2000년 1월 결성한 모임이다.
온라인 정보공유 정신의 상징인 ‘리눅스’에 관심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그 성격도 정보 공유와 리눅스 보급에 초점을 맞춘 민간공익단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리눅스 사용자 모임을 직접 찾아다니며 LUG 탄생을 주도한 김태용 회장은 ‘그저 리눅스가 좋아서’ 뛰어든 마니아이다.
하지만 리눅스의 정보공유 정신을 끝까지 계승하고자 하는 당찬 반항아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가 독점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경쟁상대를 출현시켜 시장경제의 원리를 다시금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계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 그래서 김태용 회장은 리눅스 사용자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노력해온 민간 업체들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2000년 3월 첫 세미나를 개최한 이래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전국 LUG 세미나’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이뤄지는 지역순회 행사이다.
행사 장소는 각 지역 LUG 회원이 속해 있는 대학에서 협찬받고 있으며, 매년 세미나에 필요한 책자를 제작할 때 한국리눅스협의회와 관련 업체에서 일정 금액을 후원해주는 정도이다.
현재 LUG는 전문가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화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회원 중 실력파들을 중심으로 리눅스 개발자 모임을 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폭넓은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보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특정 업체에 흡수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게 김태용 회장의 설명이다.
“앞으로는 정부의 승인을 받고 정보통신부, 한국리눅스협의회 및 각종 리눅스 관련업체와 연계해 리눅스 활성화를 위한 교육과 시스템 지원을 담당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전국 세미나를 개최하고 리눅스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기초를 다지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리눅스콜센터 www.linuxcall.org를 설립할 예정이며, 한국리눅스협의회와 협의중에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투자도 절실한 시점이죠.” 언더그라운드는 흔히 저항의 상징으로 불린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IT 언더그라운드 그룹은 저항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아니, 이들은 세련된 저항의 방식을 택한다.
이들은 때로 업체와 긴밀히 연계해 국내 제품의 세계 경쟁력 확보에 일조하기도 하고 정보공유와 연대를 통해 국내 개발자의 위상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기존 업체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활동을 통해 자기 발전을 꿈꾼다는 점에서 이들은 언더그라운드의 명맥을 잇고 있다.
각 모임별로 업체와의 연계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 모두들 IT산업을 이끄는 숨은 주역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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