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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손 안의 경제생활’ 잡힐 듯 말 듯
[비즈니스] ‘손 안의 경제생활’ 잡힐 듯 말 듯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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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3사, 모바일결제시장 경쟁 점화… 단말기 보급 문제 등으로 2~3년 후에야 대중화 탤런트 김남주가 현금인출기 앞에 선다.
손바닥만한 핸드백에서 휴대전화 하나를 달랑 꺼내든 그는 조회기 앞에 휴대전화를 갖다댄다.
차라락, 인출기에서 돈 세는 소리가 들린다.
그 모습 위로 배우 안성기의 목소리가 흐른다.
“돈이 오가는 경제생활, 휴대전화 하나로 다 하십시오.” 우리도 이 광고처럼 간단하고 우아하게 가방 속에 휴대전화 하나만 넣고 다니는 날이 올까? 그렇게 살려면 서너해는 족히 더 지나야 할 듯하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려면 휴대전화와 가맹점 단말기가 충분히 보급돼야 하는데, 교체시기로 봤을 때 지금은 아직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단말기 시장 상황을 보자.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단말기가 올해 신규가입과 교체 수요를 합쳐 1500만~1800만여대 정도 보급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 수요는 지난해부터 보급된 2.5세대 단말기와 16화음 벨소리 단말기가 이끌고 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은 이르면 올해 6월, 늦어도 12월부터는 모바일 결제용 IC칩을 모든 단말기에 집어넣을 예정이다.
휴대전화 교체기의 막차를 타는 셈이다.
휴대전화는 평균 26개월에 한번 교체된다.
따라서 모바일 결제칩을 넣은 단말기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려면 앞으로 최소한 2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가맹점 단말기쪽 상황은 좀 낫다.
국세청이 세금감면 혜택을 주면서 신용카드 결제용 CD-VAN(부가가치통신망)은 이미 널리 보급돼 있어 빨리 교체되기 어렵지만, 부착용 부가장치는 2만~3만원대면 살 수 있어 훨씬 쉽게 확산될 수 있다.
물론 가게 주인들이 필요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그러려면 먼저 모바일 결제를 요구하는 고객들이 그만큼 많아져야 한다.
이동통신사들도 당장 1, 2년 안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고 있다.
최근 모바일 결제 브랜드 케이머스(K·merce)를 내놓고 TV광고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KTF조차도 시장기반이 마련되려면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월말부터 성남시를 중심으로 시스템 보급에 나선 LG텔레콤이나 올해 말부터 본격적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인 SK텔레콤도 전망은 비슷하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일단 시장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성남시청 건물의 무인 민원서류 발급기, 자동판매기, 현금지급기에 조회기를 설치한 LG텔레콤은 서울, 부산 등 월드컵개최 도시를 중심으로 올해 말까지 10만여대를 보급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비자, KMPS와 함께 1천만달러의 펀드를 조성하고, 우선 3만대의 조회기를 가맹점에 보급하기로 했다.
이동통신사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대략 40만대 가량의 가맹점 단말기(CAT)가 보급돼야 할 것으로 추정한다.
전체 VAN 170만대 중 매출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40만~50만대라는 것이다.
신기술 수용도 높아 활성화 앞당겨질 수도 막상 뚜껑을 열고 나면 확산속도는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기술 수용이 빠른 편이어서 어떤 상품은 일반적인 교체시기보다 훨씬 일찍 교체가 이뤄지기도 한다.
신흥증권 정타관 연구원은 “우리 통신시장에선 교체주기를 예상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초고속통신망 등 예측을 깨고 빨리 확산된 상품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그 덕에 우리나라 결제시장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자 아시아퍼시픽의 데이비드 챈 마케팅 이사는 5월초 한국에서 도입되는 신기술과 시스템을 돌아보기 위해 방한하기도 했다.
비자캐시 손재택 사장은 “금융산업 발전은 정보기술(IT) 발전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IC칩 기술, 결제시스템 등 IC카드 연관산업이 반도체, 휴대전화에 이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클 수 있다고 내다본다.
잘 다져놓은 IT 기반이 여러 산업, 여러 사업의 태동을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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