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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밥 전쟁 김 ‘모락모락’
[비즈니스] 밥 전쟁 김 ‘모락모락’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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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햅쌀밥 출시하며 제일제당에 도전장…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성장 잠재력 커 국내 즉석밥 시장을 석권해온 제일제당에 농심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농심은 5월6일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무균포장밥인 ‘햅쌀밥’과 함께 쇠고기국, 미역국, 추어탕 등 4가지 즉석밥을 선보였다.
농심 ‘햅쌀밥’은 제일제당 ‘햇반’과 마찬가지로 전자레인지와 끊는 물을 이용해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다.
농심은 햅쌀밥을 라면, 스낵에 이은 차세대 전략 상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농심 마케팅팀 김형근 팀장 “라면과 스낵 시장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략적인 상품 운용 차원에서 햅쌀밥을 출시하게 됐다”며 “즉석밥은 앞으로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농심은 지난해 12월 11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안양공장 내에 연간 3600만개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췄다.
김형근 팀장은 “즉석밥 사업부문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고, 오는 2005년에서는 5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석밥 시장에 가장 먼저 깃발을 꽂은 회사는 제일제당이다.
이 회사는 지난 1996년 12월 국내 최초의 무균포장밥인 햇반을 선보였다.
제일제당 햇반 매출은 해마다 40% 이상 성장했다.
97년 60억이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270억원으로 늘었다.
제일제당 김태성 과장은 “2000년 생산라인을 두배로 늘리면서 매출이 급속히 증가했다”며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올해 햇반 매출 목표는 330억원이다.
지난 5년 동안 제일제당은 즉석밥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다른 식품회사에서 쉽게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지 못했던 것은 초기 설비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햇반과 햅쌀밥은 즉석밥 중에도 복잡한 공정이 요구되는 ‘무균포장밥’이다.
무균포장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균 상태로 밥을 짓고 포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살균 처리를 완벽하게 해야 맛에 변화가 적고, 상온에서도 오랜시간 보관이 가능하다.
이전에도 식품회사에서 냉동밥과 동결건조미, 라면에 말아먹는 레또르트밥 등 가공밥을 출시한 바 있다.
이들 제품은 조리가 간편한 반면 맛이 떨어져 시장 진입에 실패했다.
반면 무균포장밥은 집에서 지은 밥과 가장 유사한 제품이다.
제일제당 김태성 과장은 “햇반 진출 초기 즉석밥이 상품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인식이 부족했다”며 “냉동밥과 레또르트밥 등 기존 가공 밥에 대한 불만족스러웠던 경험과 무균포장밥도 인스턴트 식품이기 때문에 품질이 비슷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한다.
제일제당은 그동안 애써 키워온 즉석밥 시장에 농심이 무임 승차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불만을 내비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농심이 진출하면서 즉석밥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경쟁사가 생기면 시장 파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식품업계에서는 즉석밥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선발주자인 제일제당은 수요 증가에 맞추어 내년쯤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 쌀 소비량에서 즉석밥이 차지하는 비중은 0.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앞으로 1%까지 성장하더라도 6천억원 규모로 시장이 확대된다.
농심 김형근 팀장은 “즉석밥 시장이 해마다 4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다른 업체들이 경쟁에 뛰어들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미 3~4개 식품업체에서 즉석밥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즉석밥 시장이 잠재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산이 있다.
소비자들이 아직은 주식인 밥을 인스턴스 식품으로 대신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거부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농심과 제일제당에서는 소비자들이 자사 즉석밥을 시식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려 한다.
두 회사는 경쟁관계에 있지만, 무균포장밥이 갓 지은 밥맛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림으로써 소비자들의 식생활 패턴을 바꿀 수 있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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