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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PDP TFT-LCD ‘한판승부’
[비즈니스] PDP TFT-LCD ‘한판승부’
  • 박효상/<한겨레> 경제부 기
  • 승인 2002.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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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인치급 TV 디스플레이시장 싸고 격전… 그룹 계열사간 경쟁도 치열 반도체에 이어 앞으로 한국 경제를 먹여살릴 핵심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디스플레이를 놓고 업계가 지금 ‘전쟁중’이다.
이 전쟁에서 이기면 방대한 영토와 부를 얻고, 진다고 해도 숙식을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가혹한 상황에 처하지도 않다.
더욱이 이 전쟁은 적군과 아군이 분명치 않고 힘들여 적군을 무찔렀어도 또 다른 적군이 등장하는 ‘무한전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전쟁이란 게 다 그렇듯 소모적이고 허무하다는 데서는 다른 전쟁과 큰 차이가 없지만, 파괴적이지 않고 창조적이라는 점은 명확히 대비된다.
디스플레이란 텔레비전·컴퓨터 모니터·휴대전화·개인휴대단말기(PDA) 등 각종 전자·정보기기의 화면표시장치를 통칭하는 말이다.
브라운관(CRT)·프로젝션·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유기전계발광소자(유기EL) 등이 대표적인 디스플레이들이다.
이들 디스플레이간 ‘땅따먹기 경쟁’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TFT-LCD와 PDP 등의 기술이 발전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 제품은 뛰어난 성능을 무기로 PC 모니터는 물론 텔레비전과 각종 정보단말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가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부분을 브라운관이 독식했던 것과 견주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업계에서는 이미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비중이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를 한참 뛰어넘었고,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필립스엘시디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존 제품과 차세대 제품 사이의 경쟁이 아니라, 이미 차세대 제품간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들 가운데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부문은 단연 40인치급을 전후한 대형 텔레비전용 디스플레이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TFT-LCD와 PDP간의 싸움은 전문가들조차 누가 승리할지를 예상하기 꺼려할 정도다.
먼저 기세를 잡은 쪽은 PDP다.
PDP 텔레비전은 지난해부터 40인치급은 물론 50인치급에 이어 세계 최대 규모인 60인치급 모델까지 가정에 설치돼왔다.
이때만 해도 TFT-LCD는 최대 30인치급이 기술한계로 여겨지고 있었다.
따라서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40인치 이상 대형 시장은 PDP, 30인치 이하 시장은 TFT-LCD가 시장을 분할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다가 올 들어 PDP는 37인치, 32인치급 텔레비전까지 연이어 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PDP가 소형화에까지 성공하면서, 30인치급 이상 중대형 텔레비전 디스플레이로 PDP가 시장을 통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TFT-LCD 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TFT-LCD 대형화의 한계로 인식되던 30인치급을 넘어 40인치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하반기에는 50인치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40인치급을 중심으로 시장의 상당부분이 겹치게 된 것이다.
가격·화질 면에서 PDP가 우세 아직까지는 인치당 제품 가격이 PDP보다 TFT-LCD가 훨씬 비싸고 휘도(화면밝기)까지 떨어져 TFT-LCD가 열세이기는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양산 노하우를 토대로 올해 안에 대등한 수준이 될 것이란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홍창완 상무는 “소재의 특징점과 가격이 달라 현재로서는 어떤 디스플레이가 유리하다고 판정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TFT-LCD가 장점이 워낙 많아 가격과 휘도 문제만 개선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나 PDA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되는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다.
싼 값을 내세워 그동안 시장을 석권했던 보급형 엘시디(STN-LCD)가 높은 해상도와 뛰어난 색재현률을 앞세운 TFT-LCD에 시장을 내주기 시작했다.
특히 삼성에스디아이가 값은 기존 보급형 엘시디와 TFT-LCD의 중간 수준이면서 성능은 TFT-LCD에 버금가는 모바일기기용 디스플레이(UFB-LCD)를 개발하면서, 소형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여기에 영상정보처리 속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유기EL까지 본격 상용화할 경우, 디스플레이간 경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차세대 디스플레이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같은 그룹 계열사들끼리도 이해득실에 따라 눈에 띄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삼성SDI다.
우선 텔레비전용 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SDI는 ‘포스트 브라운관’으로 PDP를 일찌감치 택하고, 3천억원 이상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삼성SDI가 생산한 PDP패널은 80% 이상 삼성전자에 납품하지만, 주문량이 적어 감가상각비를 뽑기도 벅찬 판이다.
삼성SDI 고위 관계자는 “현재보다 생산량이 5~6배 이상 늘어난 월 1만5천~1만8천대 규모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활성화가 안 돼 절대적인 주문량이 적은 것이 이유지만, 삼성전자의 관심이 PDP보다 TFT-LCD에 쏠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TFT-LCD와 PDP를 함께 일컫는 ‘플랫 패널’로 세계 디지털 텔레비전 시장 석권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삼성SDI와 마찬가지로 PDP를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의 대표주자로 봤으나, 여기에 LCD를 슬그머니 끼워넣은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05년까지 무려 2조3천억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제조공법의 발달로 대형화가 가능하고, 생산원가도 크게 낮아져 올해 말이면 LCD를 PDP보다 싼 가격으로 보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DP 제조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모듈을 삼성SDI에서 받아오는 것보다 삼성전자가 직접 생산하는 LCD를 사용할 경우 수익성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서는 PDP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LG그룹의 사정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삼성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 LG의 경우 TFT-LCD보다 PDP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LG그룹은 미래 핵심사업 중 하나로 PDP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텔레비전을 꼽고 있다.
실제 LG전자의 PDP 사업은 시기와 규모 면에서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삼성SDI를 크게 앞서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마케팅도 PDP에 집중하고 있다.
TFT-LCD, 기술개발로 바짝 추적 이런 점 때문에 LG전자의 자회사인 LG필립스엘시디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LG필립스엘시디는 최근 화면을 기존 제품보다 60% 이상 밝게 하는 ‘직하형 외부전극형광램프(EEFL) 백라이트’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TFT-LCD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화면밝기(휘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원가도 크게 낮출 수 있다.
게다가 앞서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구리를 배선재료로 사용해 35% 가량 밝기를 개선한 기술을 ‘직하형 외부전극형광램프 백라이트’ 기술과 접목할 경우 기존 제품보다 2배 가량 밝아지는 효과가 있어 TFT-LCD가 브라운관이나 PDP의 휘도를 오히려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LG필립스엘시디는 오는 3분기면 12인치급 이상 세계 중대형 TFT-LCD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를 제치고 선두로 등극할 수 있을 정도로 TFT-LCD 사업에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LG전자가 PDP를 밀고 있기 때문에 눈치만 보고 있는 형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궁극적 목표는 대화면 텔레비전 시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본준 LG필립스엘시디 사장이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확고한 2인자로 자리잡은데다, LG전자의 등기이사로 등재한 것을 계기로 TFT-LCD에 점차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는 희망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대우전자 디지털텔레비전연구소 관계자는 “TFT-LCD든 PDP든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싸고 성능 좋은 제품을 찾기 마련”이라며 “현재의 차세대 디스플레이간 주도권 경쟁은 소비자들에게는 바람직하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돈 벌기도 전에 재투자해야 하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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