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일본] 월드컵에 10년 불황 ‘마침표’
[일본] 월드컵에 10년 불황 ‘마침표’
  • 도쿄/ 오태규 <한겨레> 특
  • 승인 2002.05.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소 3조엔 이상 경제효과 기대…심야열차 운행·테러방지 등 준비 만전 “월드컵을 앞두고 도쿄 근교에서 벌어진 J리그 경기를 보러 갔는데 관중이 5천명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그 다음날 신문에 프로야구 경기 내용은 대문짝만하게 나왔는데 이 경기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이 한달도 안 남은 시점인데, 열기가 그렇게도 없는 것을 보니 걱정이 됐습니다.
” 지난 5월1일 일본 도쿄의 히비야공원 옆에 있는 일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의 외신기자 상대 월드컵 준비상황 설명회에서 한 독일 기자는 오카노 순이치로 일본축구협회 회장 겸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이렇게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월드컵 축구대회의 개막이 다가오면서 신문과 방송 등에서는 월드컵 특집 기사와 방송이 줄을 이었지만, 세계적으로 올림픽보다 열기가 높다는 월드컵 축구대회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분위기는 예상외로 썰렁한 편이다.
초등학교 남학생이 가장 되고 싶은 직업은 월드컵이 열리는 해인데도 여전히 지난해에 이어 야구선수가 1등, 축구선수가 2등이다.
제일생명보험회사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른이 되면 가장 되고 싶은 직업’을 조사해 5월초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남학생의 22%가 야구선수를 희망한 데 비해 축구선수는 11%에 머물렀다.
어른들도 아직은 축구팀의 국가대표 평가전보다는 자이언츠 야구경기에 더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차분한 분위기에도 월드컵 관계자들은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오카노 일본축구협회 회장은 독일 기자의 도발적인 질문에 “그것은 일류만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성격 때문이다.
지금 일본 국민들은 월드컵과 일본 대표팀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월드컵이 시작되고 일본 대표팀이 활약을 보이면 금방 분위기가 달아오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월드컵의 경제효과 등을 담당하는 광고회사 덴츠의 덴츠종합연구소에서 일하는 가미조 노리오 연구1부장도 “지금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0개 구장이 있는 도시 이외에는 예상보다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 사람들은 경기가 시작돼 재미만 있으면 금방 달아오르는 국민성이므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제효과로 불황 날리길 기대 일본이 월드컵 개최를 통해 가장 바라는 것은 월드컵의 경제효과가 힘을 발휘해 10년 불황을 한꺼번에 날려버려주는 것이다.
덴츠의 가미조 부장은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 예상으로 0%, 기업의 연구소 예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면서 “일본의 국내총생산의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늘지 않는 것이 경제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월드컵을 성공시켜 개인소비를 늘리는 것이 성장률을 신장시키는 데는 공공투자보다 훨씬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은 세계적으로 50억~60억명이 시청하는 데 비해 월드컵 축구대회는 단일 종목이지만 400억명 이상이 본다는 통계가 있다”며 월드컵 대회가 일본 경제의 재생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덴츠는 월드컵 대회가 일본 대표팀이 8강에 진출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3조3049억엔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10개 스타디움 건설비 3400억엔을 포함해 건설·교통시설 등의 건설비용이 5711억엔, 국내외의 관객이 일본에서 머물며 자고 먹고 사는 소비 총액이 8478억엔이라고 추산했다.
두 분야의 합계는 1조4189억엔이지만, 여기에 여러 자료를 통해 계산한 생산유발 효과 2.33을 곱하면 전체 생산유발액이 3조3049억엔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효과는 일본 대표팀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하는 경우에는 소비에 영향을 미쳐 3조1828억엔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꿈’ 같은 이야기겠지만, 일본팀이 우승을 하는 경우에는 소비액이 크게 늘어나 경제효과가 3조6036억엔에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일본팀의 활약 여부에 따라 수천억엔씩의 경제효과가 달라지지만, 어쨌든 3조엔 이상의 효과는 확실하다는 것이다.
참고로 1996년 미국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올림픽 때의 경제효과는 1조2천억엔이었다고 한다.
또 64년 일본 도쿄올림픽 때도 1조9천억엔의 경제효과 외에 이 대회가 이후 일본 경제를 매년 5~10% 가까이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덴츠 관계자는 말했다.
가미조 부장은 “지금 일본 경제계는 ‘도쿄올림픽의 꿈’을 다시 한번 기대하고 있다”며 “대회의 성공과 개최국 선수들의 활약이 겹친다면 경제성장이 크게 늘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일본 대표팀=일본 대표팀은 5월5일부터 16일까지 유럽원정을 한 뒤 월드컵 엔트리 마감 직전에 23명의 출전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상중인 수비 모리오카 선수, 미들필더 나나미 선수, 공격 다카하라 선수의 합류만 불투명했을 뿐이지, 대체적인 선수 윤곽은 그 전에 이미 90% 이상 확정돼 있는 상태다.
일본 대표팀은 98년 프랑스 출신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지휘를 한 뒤 전력이 크게 강화돼 있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폴란드, 코스타리카, 슬로바키아, 온두라스와 치른 다섯차례 경기에서도 3승2무를 기록하는 등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또 지난해 6월 열린 컨페더레이션컵 대회에서는 결승에 올라 프랑스에 1 대 0으로 석패했고, 11월 열린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도 1 대 1로 비기는 등 세계 정상급에 손색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펠레 등 세계 유수의 축구 평론가들도 일본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오카노 일본축구협회장은 “98년 열린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장으로부터 대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최국 팀의 활약이 매우 중요하다는 충고를 받고 곧바로 대표팀 강화를 위해 트루시에 감독을 영입했다”며 “그가 매우 유능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대표팀의 목표에 대해 “보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 결과로 이긴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16강 진출에 대해 여유있는 표정을 지었다.
◇대회 준비=일본조직위원회쪽은 “경비, 교통, 숙박 등 모든 면에서 지금까지 준비해야 할 것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한국처럼 대회준비가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이뤄지지 않고 자율성이 강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통해 일을 진행해야 하는 점에서 남들이 보기에 느리고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차질이 빚어진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 등은 미야기, 이바라키, 오이타, 니가타 등의 경기장은 대도시 지역에 있지 않기 때문에 숙박과 교통 접근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쪽은 일본철도 등과 협력해 경기가 있는 날에는 심야 열차를 운행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언론 등에서 걱정할 만큼의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훌리건과 테러방지 등 안전대책도 큰 과제다.
특히 훌리건의 난동으로 유명한 영국 등이 모두 일본에서 예선전을 치르게 돼 있어 경찰청은 훌리건 정보센터를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한가지 제기되는 문제점은 자원봉사자의 활약이다.
한 관계자는 “대회 기간 중에 외국에서 40만명 이상의 관객과 관계자가 방문할 예정”이라며 “일본이 서구처럼 자원봉사의 전통도 깊지 않고 출전국의 언어도 천차만별이어서 자원봉사자들이 제대로 대응해줄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