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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딸기 vs 바닐라 ‘맛 전쟁’
[미국] 딸기 vs 바닐라 ‘맛 전쟁’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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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코카콜라, 신제품 잇따라 발표… 비탄산 청량음료시장 쟁탈도 치열 청량음료 시장을 둘러싼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전쟁이 한층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두 회사는 최근 나란히 신제품을 발표하고 공격적인 시장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시장에서의 승부가 곧 세계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행보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포문은 세계 2위 업체인 펩시쪽이 먼저 열었다.
펩시는 지난 5월7일 딸기향의 파란색 ‘펩시블루’를 선보이며 영원한 라이벌 코카콜라와의 전면전을 알렸다.
지난해 체리향의 ‘마운틴 듀’를 내놓아 상당히 재미를 본 적이 있는 펩시는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개월 동안의 개발기간을 거쳐 세상에 선보인 펩시블루는 딸기와 콜라를 배합한 것으로, 주요 공략층인 13~24살 연령대에서 큰 인기를 끌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청량음료 업체인 코카콜라는 14일 바닐라향이 첨가된 ‘바닐라콜라’를 공개하며 곧장 반격에 나섰다.
사실 코카콜라의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루머는 지난 2월께부터 업계에 나돌기 시작했다.
당시 업계 전문지인 <비버리지 다이제스트>는 코카콜라측이 비밀리에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이 사실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코카콜라의 신제품 개발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1985년 세상에 선을 보인 ‘뉴 코크’가 시장에서 외면을 당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99년 기업역사상 처음으로 오리지널 브랜드를 대체하는 신제품을 의욕적으로 내놓았던 코카콜라는 기존의 콜라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의 입맛을 돌려놓지 못한 채 참담한 실패를 경험해야만 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다이어트 콜라’에 레몬향을 첨가한 모델을 출시한 적이 있지만, 회사의 간판인 오리지널 브랜드를 변형시킨 모델은 85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에 크게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간 비밀리에 신제품을 개발하며 엄청난 개발비용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코카콜라는 이번 프로젝트가 85년 경험 이후 가장 커다란 모험인 셈이다.
실제로 펩시측이 경쟁사인 코카콜라의 유명한 맨해튼 파티보다 일주일 앞서 전격적으로 신제품을 공개하고 나선 것도 코카콜라의 신제품에 쏠리는 세간의 눈길을 돌리려는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 쟁탈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코카콜라는 5월8일 세계적인 주류업체인 시그램사로부터 비주류 청량음료 부문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코카콜라는 이를 통해 탄산이 가미되지 않은 청량음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날 전해진 코카콜라의 시그램 청량음료 인수 결정은 하루 전인 지난 7일 팹시콜라쪽이 자신이 상당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펩시보틀링그룹(PBG)을 통해 멕시코의 청량음료 회사 펩시 제멕스를 119억페소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직후 터져나온 것이라 더욱 흥미를 끈다.
멕시코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청량음료 시장이라는 점에서 펩시측의 이번 결정은 미국 시장에서 벌이는 두 회사의 치열한 쟁탈전 무대를 한차원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멕시코는 1인당 청량음료 소비량이 세계 최대일 뿐 아니라, 21살 이하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할 만큼 성장잠재력이 풍부한 황금시장으로 꼽힌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세계 1, 2위 규모의 두 회사가 최근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며 공격적인 시장 쟁탈전에 나선 데는 탄산이 가미된 음료시장이 서서히 위축되고 있다는 현실도 한몫 거든 편이다.
특히 그간 콜라로 대표되는 탄산음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미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는 점차 다양한 종류의 비탄산 청량음료쪽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비버리지 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미국 시장에서 콜라제품의 총 판매량은 치열한 광고전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에 비해 2%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펩시측은 미국 시장에서 전년도에 비해 2.8% 줄어든 매출에 만족해야 했다.
이 점에서 최근 두 회사가 보여준 바쁜 행보는 종래의 콜라 시장 규모를 지켜내려는 의도 이외에도, 여타 비탄산 청량음료 시장 공략까지를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코카콜라가 새롭게 내놓은 제품이 바닐라콜라라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기존의 탄산콜라에 바닐라시럽을 첨가해 마시는 게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을 만큼 소비자들의 입맛이 서서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치열한 혈투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첫무대는 코앞에 다가온 올 여름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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