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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메이저리그에 부는 일본 열풍
[라이프] 메이저리그에 부는 일본 열풍
  • 장태민/ <씽크머니> 기자
  • 승인 2002.05.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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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초 촌뜨기들이 나타나 미국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영국 리버풀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비틀스는 1964년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I Want to hold your hand)>라는 곡으로 당당히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이후 딱정벌레들(Beatles)은 수없이 많은 히트곡을 쏟아내며, 20세기 최고의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한다.
64년에만 6곡의 빌보드 차트 1위곡을 쏟아냈다.
미국은 이를 두고 ‘브리티시 인베이전’(영국의 침공)이라며 앞다퉈 흥분하기 시작한다.
헌대 지금 미국에서는 또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침공이 시작됐다.
이름하여 ‘재패니즈 인베이전’(일본의 침공)이다.
미국에 진출한 일본 야구선수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 언론도 매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자국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월드컵이라는 이벤트와 함께 색다른 볼거리로 일본열도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사실 지난해에도 ‘타격천재’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구단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이치로는 입단 첫해에 타격왕과 도루왕을 거머쥐었고, 급기야 리그 최고의 영예인 MVP와 신인왕을 동시에 차지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빠른 발과 정교한 배팅 솜씨, 환상적인 수비 등 야구에 필요한 삼박자를 고루 갖춘 이치로를 보면서 미국 야구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은 일본프로야구에서 10년간 선수생활을 했던 또다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 팬 이치로의 플레이에 매료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첫선을 보인 일본인 투수 이시이 가즈히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시이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10년간 활약하면서 통산 78승46패를 기록한 일본의 대표적인 좌완 정통파 투수였다.
특히 150km에 이르는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를 내세워 일본에서 10년 통산 3.38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박찬호가 올 시즌 LA다저스의 투수전력에서 이탈하면서 LA의 투수전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시이는 보란 듯이 그런 걱정을 날려버렸다.
이시이는 5월9일 현재 6승 무패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실링에 이어 다승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방어율도 2.95를 기록하고 있어 노모, 사사키에 이어 일본의 정상급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급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23일 피츠버그 전에서 보여준 투구내용은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시이는 이날 2회에만 6실점하는 극심한 난조를 보여, 패전의 멍에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하지만 바로 다음회부터 정상을 찾기 시작해 무실점 호투를 이어나갔다.
마침 운도 따라 팀이 5회와 6회에 대량 득점한 덕에 승리를 챙겼다.
미국 언론은 이 경기를 두고 이시이를 극찬했다.
두둑한 배짱과 침착성을 칭찬하며 이시이의 노련한 경기운영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반면 LA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노모 히데오의 성적은 겉으로 보면 실망스럽다.
5월9일 현재 노모는 2승4패로 승률 3할3푼의 초라한 성적표를 내보인다.
하지만 투수를 평가하는 좀더 정확한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방어율을 보면 그가 수준급 피칭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모는 5월9일 현재 3.09의 방어율을 선보이며 아직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가 등판하는 날엔 유독 방망이가 터지지 않아 승리와 인연이 없었을 뿐이다.
노모는 사실 일본 선수들의 미국 진출 물꼬를 튼 선수다.
95년 메이저리그에 첫선을 보인 노모는 특유의 ‘회오리 투구’를 선보이며 단숨에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한다.
이후 3년 동안 43승을 올리며 정상급 피칭을 선보였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 염문설 등으로 오랜 기간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13승을 챙기며 아직 시들지 않았음을 과시한다.
그러다가 올해 친정인 LA다저스로 복귀했다.
LA다저스 이시이 연전연승에 주목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뛰고 있는 이치로는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지만, 지난해의 엄청난 성공에 비하면 지금의 성적은 다소 초라하다.
이치로는 5월9일 현재 타율 3할4푼1리와 도루 7개로 각각 리그 8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두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MVP까지 오른 것에 비하면 올해는 다소 처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치로 특유의 플레이는 올해도 계속돼 야구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5월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일전은 이치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경기였다.
이치로는 이날 4:4 동점 상황, 10회 연장에 첫번째 타자로 나와 기습 번트를 감행한다.
1루에 진출한 뒤 후속타자 번트로 2루까지 간 그는 급기야 빠른 발을 이용해 3루를 훔친다.
이후 다음 타자의 투수앞 땅볼 때 홈을 파고들어 팀에 극적인 연장전 승리를 안겨주었다.
이치로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대마신’ 사사키는 올해도 시애틀의 철통 마무리다.
그는 5월9일 현재 2승8세이브를 올리며 방어율 제로(0)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팀의 또다른 일본인 투수 하세가와 역시 3승1세이브를 올리며, 방어율 0.54로 시애틀의 든든한 중간계투 요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에는 일본에서 그저 그런 실력을 선보였던 ‘타자’ 신조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잘생긴 외모 덕분에 일본에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신조는 사실 2할7푼대를 넘나드는 평범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평범한 타자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였다.
사실 아시아 선수들은 체력의 문제점을 들어 투수가 아닌 타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들이 오랫동안 일반론처럼 굳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치로와 신조 같은 일본인 선수들은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인 선수들, 특히 일본프로야구 출신들은 메이저리그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일부는 마이너리그에서 ‘빅 리그’ 행을 꿈꾼다.
일본 자국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치로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괴물타자 마쓰이도 내년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며 벼르고 있다.
일본은 사실 요미우리라는 팀만 취재하는 방송채널이 따로 있을 정도로 야구가 성한 나라다.
하지만 과거에는 모진 경험을 많이 했다.
일본은 미국의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불러다가 자국의 잘나가는 선수들과 시합을 벌여 연전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지금은 보약이 됐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프로야구 출신들의 발전상을 보면서 국내 프로야구의 한단계 도약도 기대해본다.
미국에서 갈고닦은 박찬호나 김병현 같은 선수뿐만 아니라 한국프로야구 출신이 메이저리그를 활보하는 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야구에는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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