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관련기사1. 노무현 후보 인터뷰
관련기사1. 노무현 후보 인터뷰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5.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득분배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2~3%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성장과 자유시장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우리 시장이 분배로 성장률을 높일 만큼 자산을 쌓지 못했다고 우려하던데요. “흔히 성장주의와 분배주의를 구분하지만, 성장과 분배는 상호배타적 개념이 아닙니다.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들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한 건 심각한 빈부격차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면서 나라의 경제정책이 왜곡됐던 거죠. 갈등을 무마하려고 지나치게 재정을 투입하고 팽창정책을 쓴 것입니다.
분배가 악화되면 부유층의 사치성 소비로 수입은 늘어납니다.
반대로 대중소비는 줄어들어 내수 기반이 약해집니다.
적절한 분배는 성장을 지속하는 조건입니다.
분배를 개선하면 국민통합이 가져오는 무형의 효과까지 더해 경제성장률을 적어도 1~2%포인트는 더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 분배가 시장을 지킨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분배는 시장경제의 역동성, 시장의 자유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고 고통분담이 제대로 되어야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농민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어야 무역자유화를 추진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 분배 개선방안으로 생각하시는 건 뭡니까? “가장 기본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공교육을 강화해 누구나 기본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직업훈련 기회를 늘려 많은 노동자들이 더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또 능력이 없는 계층은 정부가 먹여살려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지금은 최하위 극빈계층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혜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 바로 위의 계층도 기초생활보장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 나라빚을 갚으며 복지예산도 늘리려면 재정 불균형을 감수해야 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그동안 사회간접자본을 늘리느라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투자에 여유가 생길 겁니다.
또 기금 관리의 효율을 높여 추가 재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면 재정관리를 효율화하는 것만으로도 5~10%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합디다.
과세를 제대로 하는 것도 한수단입니다.
우선 세금 탈루를 줄여야죠. 과세정보를 국세통합전산망으로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고액 상속이나 증여에 대해선 철저하게 세원을 찾아낼 것입니다.
분배 개선에서 중요한 것은 어디서 그 재원을 뽑아내느냐가 아니라, 지도자의 의지입니다.
김대중 정부도 실업예산 등 복지에 23조원을 지출했잖습니까?” 우리 경제의 가장 큰 과제로 노사갈등 해소를 꼽으신 바 있습니다.
현 정권이 김영삼 정권 때보다 구속 노동자 수가 많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1990년대부터 민영화, 개방화, 노동유연화가 경제효율 제고를 위해 필요한 개혁과제로 꼽혔지만, 그런 것들이 잘 이뤄지진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IMF 구제금융기가 닥치면서 급작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진 겁니다.
그 충격이 노동자들한테 크게 갔습니다.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상항에서 구조조정 충격이 왔던 거지요. 그래서 DJ정권 때 충돌이 많았습니다.
그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이었어요.” 그같은 문제를 어떻게 푸시겠습니까? “우선 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더욱 높일 겁니다.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가 참여하는 합의기구입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노사갈등의 해결은 당사자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 없이는 풀 수 없습니다.
노사문제를 해결한 선진국들도 한결같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산업평화를 이뤘습니다.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합의기구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되면 중요한 노사문제에는 직접 나서서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습니다.
민주노총도 노사정위에 참여하게 해서 명실공히 사회적 합의기구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노동유연화는 더 필요하다고 보세요? 아니면 완결됐다고 보십니까? “노동유연화에 대해 찬반을 갈라 싸움을 벌이지만 단순히 가를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노동유연화엔 전제가 있습니다.
사회안전망이 갖춰져야 하고 직업훈련 같은 적극적 고용정책이 필요해요. 고용보호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소외받고 있는 부분도 해소해줘야 합니다.
비정규직은 숫자로 보면 더 유연화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반대로 대기업 부문은 더 유연화돼야 합니다.
대기업의 고용보장은 낮추고 비정규직의 보호수준은 높이는 절충적 대안이 필요합니다.
” 김대중 정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것이 벤처 붐이었다면 반대로 가장 처참하게 일그러뜨린 것은 벤처 게이트였습니다.
그 자산과 부채는 어떻게 이어가시겠습니까? “벤처 정책과 벤처 비리는 구분해야 합니다.
비리와 사기가 산업 성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 정책은 그대로 가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지정하는 제도 때문에 생긴 것이었어요. 또 벤처기업을 판단하는 신뢰할 만한 평가기준이나 과학적 경영기법이 없는 것도 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힘센 사람과 사진 한장 찍은 걸 보고 투자했죠. 저는 벤처밸리를 만들고 산학협동을 통해 간접 지원하려고 합니다.
대학과 연구소가 함께 모여 기술과 정보, 장비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성장 전망이 높은 산업의 기초기술 개발을 더 많이 지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안보에 관심이 많습니다.
안전한 투자처로서의 한국을 어떻게 만들 계획이십니까?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평화 정착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북지원은 ‘퍼주기’가 아니라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효율적인 투자죠. 대북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대화입니다.
교류와 통상, 이산가족의 상호방문이 늘어나면 군사적 긴장도 완화되리라 봅니다.
또 북이 필요로 하고 남에 능력이 있는 것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겁니다.
” 주가를 연말에 1200포인트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정부가 주가를 높일 수 있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건 인위적인 주가 부양에 반대한다는 의미였습니다.
경기 흐름상 연말에 1000포인트까지는 갈 것으로 보여요. 여기에 정부가 개입하면 1200까지도 올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정부가 이것저것 개입하면 탈이 나니까 절대로 개입하면 안 됩니다.
이전 정권들도 증시부양정책에 돈을 썼지만 다 실패했어요. 주가엔 절대로 정부가 개입하면 안 돼요.” 대기업 출자총액 제한이나 대기업집단 지정도 강화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도 강화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사전, 사후로 감시하는 건 지나친 규제 아니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는데요. “법이나 개념 자체보다는 실질적 적용의 내용과 목적이 중요합니다.
제가 말하는 규제는 시장을 시장답게 하는 규제입니다.
관치 요소는 배제해야 합니다.
강자가 판치는 시장은 공정한 시장으로 바로잡아야 하고요. 시장의 투명성은 높여야 합니다.
장부 투명성도 높여서 주식시장에서 투자자가 손해보는 일이 없어야죠. 이 책임은 정부에 있습니다.
제대로만 된다면 직접규제보다는 채권자의 감시가 더 좋지요. 정부도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감독 기관은 노하우가 적어요. 요즘 터지는 문제들도 거의 다 금융감독 기능이 미흡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출자제한 제도가 아직은 필요해요. 규제를 풀 때가 되면 풀어야죠. 그땐 시장이 먼저 신호를 보낼 겁니다.
”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반대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기존 정책은 산업자본에 10%까지 은행 지분 보유를 허용하되 의결권을 제한하고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여과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이 분리돼야 한다는 건 제 소신입니다.
돈을 빌려갈 사람이 빌려줄 사람을 지배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미국이나 유럽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습니다.
재벌 총수가 계열은행에 돈을 빌려주라고 지시할 때 거부할 수 있는 은행장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맞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부실한 산업자본 대기업이 계열 금융기관에서 무분별한 대출과 투자를 받았기 때문 아닙니까. 자세한 법 조항은 사실 공부하지 않아 모르겠고, 자세한 건 대통령이 된 뒤 경제부총리를 불러다 놓고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확인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