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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인포센스(키스 데브린)
[지식창고] 인포센스(키스 데브린)
  • 이용인
  • 승인 2000.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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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맹위를 떨치던 `정보화 사회'라는 말이 요사이 쏙 들어갔다.
대신 `지식기반 사회' `지식관리'라는 단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눈치빠른 기업들은 앞다퉈 `지식경영'을 표방한다.
그렇다면 지식이란 무엇인가. 정보와 지식의 차이는 무엇인가. 진정한 지식경영이란 무엇인가. 막상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딱부러지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포센스>(키스 데블린 지음, 사람in 펴냄)는 “정보를 어떻게 지식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질문에 이론적 해명을 시도한다.
지식은 기업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있다 지은이 키스 데블린은 수학자다.
미국 캘리포니아 세인트메리대학의 과학대학 학장이자 피츠버그대학 정보학과의 자문 연구교수이기도 하다.
지은이의 이력만 보고 “무거운 이론서”일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현란한 수학적 개념을 사용하면서 독자들의 머리를 어지럽히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칙연산과 다이어그램 정도의 원리만 알면 지은이의 논거를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다.
무엇보다 수년간의 상담사례를 양념처럼 곁들였기 때문에 책읽는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지은이의 의도를 단박에 알고 싶다면 책의 뒷부분에 결론처럼 제시하는 사례들을 먼저 살펴보는 게 지름길이다.
IBM의 존 에이커스는 실패한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밖에 없었다.
왜? “냉수기 앞에서 시간낭비하지 말고 자리로 돌아가 일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에이커스의 경직된 사고로는 직원들이 냉수기 앞에서 시시콜콜한 집안얘기나 꺼내며 수다떠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에이커스가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회사에 애착심이 대단했던 IBM 직원들은 단지 잡담만 한 것이 아니었다.
냉수기 앞은 중요한 아이디어를 교환하거나 검증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직원들의 중요한 지식유통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IBM은 급변하는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실패한 사례는 또 있다.
제록스는 새로운 첨단통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팔로얄토라는 연구센터를 세웠다.
연구원들은 전력을 다해 윈도, 마우스 등 현재 개인용컴퓨터의 바탕을 이루는 대부분의 기능들을 개발했다.
하지만 복사기의 세계에 너무나 익숙해있던 제록스 경영진은 새로운 기술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이 개발한 신기술을 탑재해 재미를 본 것은 애플컴퓨터의 공동설립자인 젊은 스티브 잡스였다.
약간의 비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잠시 접어두면 두개의 사례에서 어렴풋이 공통적으로 잡히는 게 있다.
바로 지식이 기업의 문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유통되지 않는 지식은 쓸모없는 폐유” 정보란 무엇인가. 지은이에 따르면 정보는 “개인 혹은 집단에 의해 얻어지고 저장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달되는 일종의 `물질'”이다.
반면에 지식은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도록 가공된 채 개개인의 머리 속에 저장된 정보다.
비유를 들자면 정보는 원유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 엔진을 돌리는 에너지원으로 원유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휘발유나 등유처럼 사용가능한 형태로 정제해야 한다.
정제된 가솔린이나 등유가 바로 지식인 것이다.
따라서 정보는 `양'으로 측정하지만 지식은 얼마나 상황에 유용한가라는 `질'로 평가받는다.
지은이의 개념 구분를 그대로 쫓아가면, 정보를 지식으로 전환하는 게 조직이나 기업의 관건이 된다.
그런데 “정보를 조직하고 선택하며 학습하고 판단해” 지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결국 지식은 과학기술을 얼마나 쓸어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개별적인 전문가의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이 쌓아놓은 지식 자체만으로는 소속된 조직이나 기업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없다.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통되지 않는 지식은 쓸모없는 폐유와 마찬가지다.
지은이가 한걸음 더 나아가 협력적인 기업문화, 혹은 일터문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터문화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포경업이 한창 잘나가는 사업이던 시절 미국의 난투켓과 뉴베드포드라는 두 작은 도시의 고래잡이배들이 미국 전체 고래기름의 90%를 공급했다.
캘리포니아에서 골드러시가 시작되자 이들 가운데 일부는 금광지대로 몰려가 다시 대성공을 거둔다.
곧이어 석유산업이 각광을 받으면서 이들은 또다시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작은 도시의 포경업자들이 업종을 바꿔가면서 잇따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문화적 결속력을 바탕으로 한 상호협력적인 일처리 관습 덕분이라고 단정한다.
새로운 기술의 습득은 쉽다.
이에 비해 협력적인 경영문화를 이룩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며 시간도 많이 걸린다.
하지만 결정적으 로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후자이다.
진정한 지식경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 여기서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그것은 바로 “(개인이 독점적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지식을 공식적,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공유하도록 건강하고 열린 기업문화를 일궈나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최고경영자들은 값비싼 컴퓨터를 들여와 네크워크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놓으면 마치 지식경영의 모든 기반을 갖춘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그런 장비들은 지식을 기호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지, 진정한 의미의 지식경영에는 별 보탬이 되지 않는다.
진정한 지식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은 일터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지식의 주인인 사람을 소홀히 말라 지은이가 정보와 지식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전략을 택하고, 다시 지식에 일터문화라는 개념을 도입한 의도가 분명해졌다.
말로만 지식경영을 부르짖으면서 지식의 주인인 사람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하는 기업풍토에 일침을 가하기 위한 것이다.
최고경영자들은 꽉막힌 기업문화 때문에 정보와 지식의 병목현상이 없는지부터 되돌아 볼 일이다.
그게 바로 정보(Information)에 접근하는 기본 상식(Commonsense), 즉 인포센스(Infosen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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