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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그로하 / EU상공회의소 소장
[사람들] 그로하 / EU상공회의소 소장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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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3일 저녁 평양 백화원 초대소. 나란히 걷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박근혜 의원 바로 뒤에서 한 프랑스인이 환하게 웃고 있다.
주한 유럽연합(EU)상공회의소 장자크 크로아(38) 소장이다.
이번 방북은 EU·코리아재단이 1년 전부터 북한 어린이에게 축구공을 보낸 데 대한 답례로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재단 이사진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에 장자크 크로아 소장과 박근혜 의원, 신희석 아태정책연구원장, 지동훈 EU 상공회의소 이사 등 4명이 방북했다.
크로아 소장은 먼저 평양을 방문해 다른 방북자들을 위해 체류일정을 조정하는 등 이번 방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에게 북한은 친숙한 곳이다.
프랑스 회사의 평양주재 컨설턴트로 1986년부터 93년까지 7년 동안 북한에 체류한 경험 덕분이다.
94년 EU상의 소장을 맡은 이후에도 1년에 한두번 정도는 북한을 방문해, 대북 진출을 타진하는 EU 기업들의 창구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크로아 소장은 EU 기업들은 아직 북한 진출을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북한과 수교하는 EU 회원국들이 늘어나면서 북한에 대한 유럽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지만, 실제 북한에 진출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현재 큰 기업 가운데 북한에 진출한 기업은 전기선을 생산하는 ABB가 유일하고 몇몇 컨설팅 회사가 사무실을 두고 있는 정도”라고 밝힌다.


크로아 소장은 “대북 투자를 위해서는 우선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아직 EU 기업들은 북한을 잘 모른다”며 북한 진출이 부진한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그는 “북한에 내수시장이 거의 형성돼 있지 않다는 점도 투자가치를 떨어뜨린다”며 “내수시장에 한계가 있더라도 대중국 수출을 목적으로 투자가 이뤄질 수도 있지만, 북한 노동자 임금은 중국 지방 노동자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국내 진출한 EU 기업들은 북한 투자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크로아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EU 기업은 미국이나 일본 기업보다 적극적으로 한국에 진출했다”며 “이들 기업들은 북한 진출이 자사의 다른 사업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EU 기업들은 발전소, 철도 등 교체 수요가 많은 사회간접자본(SOC)과 북한 정부가 의욕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보기술(IT) 부문 투자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주한 EU상의는 올해 9월17일부터 나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기술산업기반전(ITIE)을 독일 전시회 전문업체인 MMI와 공동 주관한다.
ITIE는 매년 5월 북한에서 열리는 기술박람회로 주로 중국과 북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크로아 소장은 “북한이 외국업체와 손잡고 국제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MMI가 마케팅을 담당하기 때문에 유럽 기업들이 대거 참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주한 EU상의는 50여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투자단의 방북을 계획하고 있다”며 “현재 30개 회원사가 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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