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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월드컵과 함께 날아올라라
[비즈니스] 월드컵과 함께 날아올라라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2.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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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브랜드 업체 가파른 매출 신장… 패션 접목한 새 아이템 내세워 롱런 기대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흥분과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축구팬들만이 아니다.
각종 스포츠용품과 의류를 판매하는 국내외 스포츠 브랜드들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매출 그래프를 앞에 놓고 일찌감치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나이키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 휠라코리아 등 유명 스포츠 브랜드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30% 신장된 매출액 때문에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IMF 외환위기 직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하위권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고, 상위 브랜드들의 매출액 역시 하향곡선을 그렸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샴페인을 가장 먼저 터뜨린 곳은 월드컵 공식후원업체인 아디다스다.
아디다스는 1990년대 이전까지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1위를 달렸으나, 90년대 초반 국내에 미국프로농구(NBA) 열풍이 불면서 나이키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아디다스코리아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월드컵 브랜드, 축구의 명가’라는 이미지를 심어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투지를 보이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 브랜드PR팀 강형곤 팀장은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치른 뒤 아디다스프랑스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며 “현재 1600억원 수준인 연 매출액을 나이키와 같은 2300억원대로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월드컵 시즌 직전에 세계 17개국이 참여하는 어린이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프랑스 월드컵에 비해 규모가 크고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그만큼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다.
‘피버노바’ 아디다스 매출신장 효자 실제로 아디다스코리아는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약 38% 정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신장에 가장 크게 기여한 품목은 월드컵 공식 축구공인 ‘피버노바’다.
스피드와 탄력을 강화한 ‘2002 피버노바’는 수공으로 꼼꼼히 바느질해 만든 15만원짜리 고급 축구공이다.
지난해 11월30일 판매를 시작한 뒤 1차 수입분 5만개가 모두 팔렸고, 현재 2차분 5만개가 날개돋힌 듯 팔리고 있다.
고가 제품이라 판매율이 높지 않으리라고 짐작했던 아디다스코리아로서는 뜻밖의 ‘대박’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강형곤 팀장은 올해 연말까지 이 공 20만개 가량이 무난히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아디다스코리아쪽은 이밖에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아디다스가 협찬하는 10개 대표팀의 유니폼 레플리카(복제품)도 5만장 이상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하는 나이키 역시 올 들어 전체 매출액이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신장했다.
특히 축구화와 축구복, 축구공 등 ‘나이키 축구라인’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키코리아 홍보팀 전소림 과장은 “2위와 시장점유율에서 워낙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별로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며 아디다스쪽의 ‘선전포고’를 일축했다.
나이키는 한국대표팀 유니폼 공급업체인 만큼 유니폼 레플리카 판매에서 아디다스를 훨씬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소림 과장은 “나이키 파크 등 대대적 이벤트를 마련해놓고 있어 마케팅에서도 아디다스에 뒤지는 일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나이키코리아쪽이 월드컵 시즌 동안 가장 역점을 두어 진행할 ‘나이키 파크’는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독특한 형식의 미니축구 리그다.
업계에서는 월드컵을 계기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 업체로 푸마코리아를 꼽는다.
IMF 한파로 한동안 주춤했던 푸마코리아는 지난해 ‘슈도’라는 축구전문 라인을 신설하고, 부천 SK구단과 축구선수 안정환의 스폰서로 나서는 등 일찌감치 월드컵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1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이 2001년에는 300억원으로 뛰어올랐고, 매장 수도 급격히 늘었다.
푸마 마케팅팀 김용범 과장은 “국내 매장 수가 2001년 29개에서 올해는 89개로 무려 70여개나 늘었다”며 “올해 안으로 1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월드컵 최대 수혜 업체는 푸마? 푸마코리아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좀더 친근한 브랜드로 자리잡고, 청소년과 여성을 집중 공략해 지속적인 매출신장을 꾀할 방침이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색깔을 편안한 분위기의 녹색에서 강렬한 빨강으로 바꾸고, ‘힙합 마케팅’과 여성용 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것도 이러한 전략에서 비롯한 것이다.
푸마코리아는 한국 경기가 벌어지는 6월4일, 10일, 14일에 고객 3만명을 잠실야구장에 초대해 축구대회를 열고, 대형 전광판을 통해 한국전을 관람하면서 함께 응원하는 대형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김용범 과장은 “푸마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들이 푸마에 대한 친근감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스포츠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월드컵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나이키코리아 전소림 과장은 “월드컵 개최 외에도 국내에 불어닥친 마라톤 열풍과 스포츠룩의 세계적 인기 등 스포츠 브랜드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요인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가 ‘프라다 스포츠’라는 새로운 라인을 선보이는 등 기존 패션업체들이 속속 스포츠 관련 상품을 쏟아내는 것도 스포츠룩이 젊은층이 선호하는 아이템 1순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내외 스포츠 브랜드들은 그동안 고집했던 ‘정통’의 틀에서 벗어나 유행에 민감한 아이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푸마코리아는 여성들의 몸에 꼭 맞는 티셔츠를 별도로 출시하고 농구화 중심의 신발 라인을 스니커즈 위주로 재편해, 10%에 불과하던 여성고객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나이키는 스포츠 의류에 일반 패션의류 개념을 적극 도입한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이고, 이를 ‘f2’라는 별도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도 아디다스의 ‘오리지널스’를 비롯해 ‘패션’을 지향하는 스포츠 브랜드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업계의 발빠른 행보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는 스포츠 열기 덕택에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은 상당기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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