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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반도체 하반기 원기 회복
[비즈니스] 반도체 하반기 원기 회복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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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교체수요 맞물려 D램 값 본격 회복 전망… SD램서 DDR로 세대교체 바람도 급락세를 보이던 D램 값이 5월13일을 고비로 반등세로 돌아섰다.
4월8일 이후 단 한차례도 반등 시도 없이 가격이 추락할 때는 반도체 경기가 내년까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5월초에는 128메가 SD램이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7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128메가 SD램 가격이 1.20~1.30달러 이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이저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하락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가격은 반등했다.
이에 따라 비관론 일색이던 D램 시장 전망에 낙관적 기대가 다소 섞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 반도체 시장 조사기관인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D램 매출이 지난해보다 78%나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가트너는 5월13일 배포한 ‘D램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올 하반기 PC 수요 증가와 정보기술(IT) 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D램 매출이 지난해보다 78.4% 증가해 212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년에는 60.2% 성장한 338억7천만달러로 2000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처드 고든 D램 분석담당 이사는 “최근 현물시장의 D램 가격 급락은 일시적 현상이고, 하반기 기업들의 PC 교체 수요가 늘면서 본격적인 가격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의 전망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D램 시장 전망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팀장은 “아직 뚜렷한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가트너 보고서대로 D램 시장이 78% 성장하기 위해서는 D램 값이 6~7달러까지 올라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팀장은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는 4월에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이후 D램 가격 폭락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하반기에 회복되더라도 속도가 더딜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반도체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WSTS(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도 D램 매출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33% 증가한 162억달러로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SK증권 전우종 부장도 가트너의 전망치가 지나치게 높다고 말한다.
전 부장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올 하반기 IT 투자 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하반기 PC 수요가 증가해, D램 값이 상승하더라도 올 1분기와 비슷한 4.5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D램 가격은 비수기인 6~7월까지 현수준을 유지하다가 8월부터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며, 매출은 지난해보다 40~5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회복속도에는 논란이 있으나 D램 시장이 하반기부터 본격적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에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우선 신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PC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D램 업계에서는 “99년 말 Y2K를 앞두고 PC 교체가 활발했다”며 “PC 교체 주기가 3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PC 교체 기간”이라고 말한다.
PC 시장은 D램 시장의 60~70%를 차지하기 때문에 D램 값은 PC 수요와 함께 움직인다.
DDR 인기 끌면 하이닉스에 유리? 올 하반기 D램 시장 회복과 함께 D램 대표상품의 교체도 관심거리다.
현재 D램 값의 128메가 SD램이 기준이다.
거래 물량이 가장 많은 상품이기 때문이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현재 D램 시장에서 SD램이 55%, 더블 데이터 레이트(DDR) D램이 3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트너코리아 이의찬 부장은 “올해 연말이 되면서 SD램 시장점유율은 35%까지 떨어지고 DDR은 60%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조만간 256메가 D램이 128메가의 거래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부장은 “현재 128메가와 256메가의 거래 비율은 6 대 4 정도인데 9월쯤 둘 사이 관계가 역전돼, 연말이면 256메가의 거래 비중이 60%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DDR이 D램 시장에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인텔이 DDR과 연결할 수 있는 ‘845칩셋’을 개발하면서부터다.
그 전까지 인텔 펜티엄4 칩은 램버스D램과 궁합을 맞췄다.
하지만 램버스 D램은 속도에서 동급 DDR보다 10~15% 빠르지만 2배 이상 비싸다.
한편 DDR은 동급 SD램과 가격이 비슷하고, 속도는 2배 빠르다.
D램 생산업체 입장에서도 램버스 D램보다 DDR이 유리하다.
램버스 D램은 양산을 위해 별도 생산라인이 필요한 반면 DDR은 기존 SD램을 만드는 라인에서도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D램 시장에서 DDR이 대표상품으로 부상하면 하이닉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보다 먼저 DDR을 생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하이닉스는 최근 기존 장비를 가지고 0.15mm 회로선폭 기술을 구현한 블루칩 개발에 성공했다.
회로선폭 기술은 고성능 D램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원가 경쟁력이 삼성전자와 대등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먼저 DDR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DDR은 램버스 D램과 달리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는 제품이 아니고 SD램을 생산하는 업체는 별도의 대규모 투자없이 DDR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증권 전우종 부장은 “삼성전자가 DDR 시장에서 하이닉스를 추월한 지 이미 오래됐다”고 말한다.
전 부장은 “현재 DDR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5% 정도, 하이닉스는 약 15%로,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는 “0.13mm 이하 회로선폭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스캐너’라는 고가 장비가 필요한데 투자여력이 충분한 삼성전자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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