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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스마트 카드 ‘스마트’해지려나
[비즈니스] 스마트 카드 ‘스마트’해지려나
  • 서한/ 전자신문 기자
  • 승인 2002.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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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서 자동차·의료 등으로 활용 분야 넓어져… 사업자간 이해관계 조정 숙제 스마트카드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그동안 주종을 이뤘던 교통카드용 비접촉식(RF) 메모리카드에 이어 CPU를 탑재한 스마트카드가 올해부터 본격 보급될 전망이다.
몬덱스코리아, 비자캐시코리아, 에이캐시, 마이비, 금융결제원 등 스마트카드형 전자화폐 사업자들은 올해 300만~400만장 규모의 스마트카드 상용발급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자당 300만장씩만 성공적으로 발행하면 연내 15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스마트카드를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들 사업자들이 보급할 스마트카드에는 전자화폐만 실리는 건 아니다.
기본적인 금융거래(신용카드·직불카드) 기능에 교통카드, 마일리지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제공된다.
스마트카드의 장점인 대용량 정보저장이 가능한 덕분이다.
불을 지핀 쪽은 비자, 마스타 등 해외 신용카드 브랜드들이다.
비자, 마스타가 오는 2006년부터는 신규 발급카드를 스마트카드로 전면 대체 발급하기로 하면서 국내 금융권에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동통신 업계가 차세대 m커머스 서비스의 주요 전략으로 스마트카드를 채택하면서 상황은 급진전하고 있다.
시장이 형성되려면 누군가 초기투자를 해야 하지만 보수적인 금융권은 아직 스마트카드 진화에 대해 행보가 더딘 게 사실. 그런데 이통사들이 ‘돈줄’을 대는 견인차로 등장하면서 시장의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휴대전화에 IC칩을 내장, 고객관리와 m커머스 서비스를 스마트카드에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손톱만한 크기의 칩카드가 고객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어주는 ‘똑똑한 해결사’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대 이통사들은 지난해 각각 모네타카드, KTF멤버스카드, m플러스카드 등 이동통신 제휴카드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내장형 칩카드라는 한층 진일보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최근 스마트카드 시장 전망을 밝게 해주는 또 다른 측면은 그동안 금융·결제에만 집중됐던 활용 분야가 크게 넓어질 조짐이라는 점이다.
자동차·의료·아파트·위성TV 등 ‘생활과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삶의 공간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발급 확대 순풍, 이용기반 조성 게걸음 스마트카드 솔루션 전문업체인 텔사인은 지난 4월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자동차용 스마트카드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재 ‘EF쏘나타’ 100여대에 한해 시범서비스를 진행중이다.
가칭 ‘모터스마트카드’로 명명된 이 솔루션은 자동차 라이프 사이클 관리 기능을 기반으로 금융·의료·멤버십 기능을 한데 묶은 상품이다.
차량 운행과정에서 주요 정비이력을 자동 점검·통지하고 정비에 소요되는 각종 결제기능을 제공하는 한편, 사고 발생시 의료·보험정보 연계와 마일리지 관리를 통한 신차 구입혜택도 지원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카드에 탑재하는 수록 정보도 수십가지. 텔사인 이철재 사장은 “자동차 관련 생활·커뮤니티에 기반을 두고, 스마트카드의 강력한 보안성을 적극 활용한 사례”라며 “특히 향후 텔레매틱스가 등장할 경우 필수적인 운전자 인증수단으로도 이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정보 서비스를 의미하는 텔레매틱스는 한마디로 움직이는 ‘홈 오토메이션’. 따라서 정 보서비스의 주인이 차량의 소지자이자 운전자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하고, 그 역할을 스마트카드가 대신하게 된다는 뜻이다.
텔사인과 현대차는 오는 10월부터 출시되는 그랜저XG에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하고, 현재 비자인터내셔널 등 해외 신용카드 브랜드와 제휴도 추진중이다.
스마트카드를 신규 수종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에스원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에스원이 구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이른바 ‘커뮤니티형’ 시장이다.
에스원이 확보하고 있는 22만여개 고객사가 결국 집중적인 공략대상인 셈이다.
그 첫작품은 이 회사가 주관하는 삼성그룹 사원증 프로젝트. 에스원은 최근 제일모직을 시작으로 이미 스마트카드 보급과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으며, 올해는 그룹 계열사의 국내 전 사업장이 대상이다.
에스원 신성균 상무는 “삼성그룹 사원증이 총 100만장 가까이 발급되는 것을 비롯해 연내 200만장 정도는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 매출목표는 단일 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300억원”이라고 귀띔했다.
에스원은 또 경기 남양주시 부영아파트 6천여세대를 대상으로 인근 생활기반에 뿌리내린 아파트형 스마트카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파트 출입관리는 물론, 인근 상가와 교통시설, 금융기능까지 한장의 카드에 구현한 점이 특징이며 올해는 서울 아파트 단지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 3월 상용서비스에 나선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이 TV와 스마트카드를 접목하는 시도도 빼놓을 수 없는 경우다.
위성TV 시청자는 서비스 가입시 발급받은 스마트카드를 셋톱박스에 꽂아 회원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식의 활용사례다.
지금은 이용자 인증용도가 고작이지만 향후 시청가구가 늘게 되면 다양한 쓰임새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 전망이 마냥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아직은 스마트카드가 실생활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소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 쓸 곳이 충분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카드단말기 등 기초적인 가맹점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다.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가맹점 100만 시대에 이르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은 그 반증이다.
하지만 사업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도 선뜻 단말기 인프라 투자에 나서기는 힘든 일이다.
SK텔레콤과 비자카드, 신용카드조회(VAN) 업계가 올해 3만개 가맹점에 단말기를 보급하기로 했지만 이 정도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와 함께 멀티애플리케이션·멀티서비스라는 스마트카드 사업의 속성상 금융기관·통신사업자·전자화폐·정보서비스·솔루션 등 가치사슬에 묶여 있는 수많은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작업도 결코 만만치 않은 숙제다.
지금으로선 카드발급 확대라는 그림만 나타나고 있을 뿐, 스마트카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이 실제 이용기반 조성과 사업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응전략은 갖지 못한 형편이다.
“코스닥시장에 전자화폐 수혜주가 자주 거론되곤 하지만 사실 전자화폐 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
스마트카드가 단골 테마주에서 사라질 때 비로소 거품이 걷히고 생활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 투자자와 시장의 눈을 가리고 있는 최근의 현상을 꼬집고 있는 전자화폐 업체의 따끔한 일침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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