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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수천가지 상품권 “골라골라”
[비즈니스] 수천가지 상품권 “골라골라”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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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넘나들며 사업영역 확대… 백화점·문화상품권 아성, 신종 도전장 ---------------------------------- 장면1 PC방 죽돌이 심심해군은 단골 PC방 프론트에서 ‘신기한 녀석’ 하나를 발견했다.
멀티미디어 상품권이라는 것이다.
주인이 알려주는 대로 카드 스크래치 부분을 긁어 거기 써 있는 번호를 PC에 입력했더니 영화 <예스터데이> 영상광고가 떴다.
그런데 광고만 몇분 봐줬다고 PC를 1천원어치 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심군은 친구들한테 자랑하려고 영화광고용 멀티미디어 상품권 몇장을 더 얻어 챙겼다.
장면2 직장인 이알뜰씨는 남자친구한테 인터넷으로 선물 하나를 받았다.
‘아바타 무한이용권’. 이 상품권 하나면 프리챌 아바타 아이템을 1년 내내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침 이씨의 아바타는 알뜰한 주인 탓에 아직도 1년 전에 산 물빠진 청바지 하나 달랑 입고 있던 터. 그는 얼른 패션몰에 들어가 아바타에 새로 나온 원피스와 구두를 사 입힌 뒤 남자친구한테 아바타가 담긴 인스턴트 메시지를 보냈다.
“고마워, 나 이뻐?” 장면3 경남 밀양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최성실씨는 스승의 날 제자한테서 편지를 받았다.
편지엔 삼성 기프트 카드 10만원권 한장이 동봉돼 있었다.
“삼성카드 가맹점이면 어디서나 쓸 수 있다”는 설명도 씌어 있었다.
‘우리 동네에 백화점, 할인점이 없다는 점을 기억해주다니.’ 최씨는 선물보다 제자의 마음씀씀이가 더 고마웠다.
그는 동네 전자제품점에서 그동안 눈도장만 찍어뒀던 스팀다리미를 샀다.
------------------------------------ 달랑 종이 한장, 카드 한장이 상품권의 전부이던 시대는 갔다.
요즘 상품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직접 판매와 마케팅 대행의 온갖 사업영역을 종횡무진 누비며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5월 중순 열흘 동안 아바타 무한이용권을 한정 판매했던 프리챌 www.freechal.com은 앞으로도 이것을 상시 판매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1만2800원짜리가 열흘 만에 1억5천만원어치나 팔릴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것이다.
유료서비스 월 매출액(4억원)의 40%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프리챌은 아바타 이용권과 함께 마이홈피 이용권, 더블 무한이용권(마이홈피+아바타+메일용량 10MB)도 팔고 있다.
4월초부터 PC방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상품권’을 내놓은 디엔에스 www.hidns.com는 의외로 마케팅 대행 사업에서부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발매 두달 만에 벌써 나우누리, 엔키노와 기업 마케팅 대행을 계약해 8억여원의 매출을 확실하게 잡아뒀다.
기업판촉물용 멀티미디어 상품권은 사용자가 디엔에스 가맹 PC방에서 인터넷으로 접속해 기업이 요구하는 정보를 본 뒤에 이용가능하게 설계됐기 때문에 반응률을 100% 확인할 수 있다.
PC방 사용층을 고객으로 삼는 기업으로선 매력적인 기능으로 느껴질 만하다.
프리챌 아바타 무한이용권은 사이버머니에 자유이용권 기능을 결합한 것이다.
디엔에스 멀티미디어 상품권은 전자화폐 같은 PC방 이용권이다.
아바타 이용권은 원래 마케팅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 회원 반응이 좋아 상품권으로 고정 판매하기 시작했고, 멀티미디어 상품권은 판매용으로 제작한 것이 기업쪽의 호응을 얻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러가지 기능의 결합이 새로운 시장을 낳고 있는 것이다.
상품권은 사용처가 많고 다양할수록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속성이 있다.
디엔에스 신영창 전략기획본부장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상품권에 전자화폐 등 여러가지 기능이 결합되고 있다”며 “상품권이 선물용뿐 아니라 자기사용용, 마케팅용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문화진흥 김준묵 대표는 “최근 몇년새에 수천여종의 신규 상품권이 발행되고 인터넷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추가한 기능성 상품권이 출현하면서 상품권 발행규모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국내 경기 활성화에 따라 이런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멀티미디어·아바타 상품권 쏠쏠한 재미 한국문화진흥에서 발행하는 문화상품권도 연 30%의 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화상품권은 98년 처음 발행된 이래 첫해 105억원, 99년 380억원, 2000년 66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850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꾸준히 세력을 넓혔다.
한국문화진흥은 올해엔 판매액이 1200억원을 무난히 넘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전국 서점, 영화관, 공연장, 우체국, 편의점 등 가맹점만 2만여개에 이르는 데다 육군 복지단(P/X)에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사용처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컬처랜드 www.cultureland.co.kr, 넷마블 www.netmarble.net에서 영화, 게임 등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하고 전자상거래를 하는 데로도 사용처가 확장됐다.
아직 온라인 사용량은 전체 중 3%밖에 되지 않지만 문화진흥은 올해 안에 적어도 발행상품권의 20~30%가 온라인에서 쓰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와 마케팅을 결합한 신종 상품권들이 과연 백화점 상품권의 아성을 깨고 상품권계의 새로운 제왕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백화점 관계자들은 여유만만하게 고개를 젓는다.
상품권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여러가지 신종 상품권들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백화점 상품권만한 파급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상품권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롯데백화점 상품권의 성장세만 보더라도 그들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99년에 3800억, 2000년 6300억원, 지난해엔 1조1천억원어치가 팔렸다.
롯데백화점은 올해엔 판매액이 2조1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연 70~80%의 성장률이다.
이것은 전체 시장성장률 30%보다 4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덕분에 백화점 상품권은 전체 상품권 시장의 70% 이상을 안정적으로 점유하면서 시장과 함께 크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신종 상품권들은 백화점 상품권의 틈새시장을 뚫거나 아니면 백화점과 손을 잡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올해 초부터 발매된 삼성 기프트 카드는 전국 200만여 삼성카드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총 판매액이 7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백화점들의 은근한 ‘왕따’ 때문이었다.
어떤 백화점은 고객이 매장에서 기프트 카드로 결제를 요구하면 일단 카드조회기에 입력해본 뒤 결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른 카드 사용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기프트카드 사용을 막았다.
어떤 백화점은 결제가 이뤄지지 않도록 아예 전산시스템을 막아놓기도 했다.
한 삼성카드 관계자는 백화점들과 서서히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전한다.
그는 “삼성카드 가맹점이라면 서점, 주유소, 음식점 등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어 지금이라도 마케팅만 잘 하면 판매액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백화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용처가 많을수록 큰 힘을 발휘하는 상품권의 특성상 백화점이라는 큰 시장을 놓칠 수는 없다는 심산 때문이다.
백화점과 겹치지 않는 시장에서 신종 상품권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 열려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시원치 않아 고심하고 있는 사업가라면 자사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권 시장을 합궁시킬 궁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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