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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무턱대고 덤볐다간 큰 코
관련기사1. 무턱대고 덤볐다간 큰 코
  •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 승인 200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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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고객·대출방법·사후관리 모두 딴판… 기존 거래관행 벗고 준비 철저히 은행 입장에서 대금업(소비자금융업) 진출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비은행 금융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신용평가나 사후관리 시스템을 이미 구축해놓고 있어, 일단 시장에 참여하기만 하면 짧은 시일 안에 경쟁력이 보장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은행이 이미 참여하던 가계대출 시장과, 새로 참여하려는 대금업 시장은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
이런 차이를 감안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서둘러 시장에 진출할 경우에는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은행들이 대금업 시장에 진출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이 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대금업 시장의 특성에 비춰 짚어보자. 고객부터 다르다 기존의 은행 고객과 대금업 시장의 고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먼저 기존 은행 고객은 신용도가 높은 대출 가능 고객이다.
반면 대금 업체들이 목표로 하는 소비자 신용시장의 고객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은행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소비자 신용시장의 주요 고객은 기존 은행 고객과 대금업 회사들의 고객 사이에 있는 틈새 고객이 될 것이다.
실제로 대금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은행들은 연 15~30%의 범위 안에서 대출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일반적인 은행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대출금리보다는 높지만 대금업 회사에서 부과하는 대출금리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은행들은 기존 고객과 성격이 전혀 다른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할 입장이다.
이 고객들은 대체적으로 젊고 직장경험이 길지 않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은행과 거래가 전혀 없는 경우도 있어, 보수적인 은행 고객의 관점으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젊은 고객들은 대부분 다수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신용카드를 통한 신용대출이 이미 상당부분 발생해 있는 상태로 추정된다.
이 고객들은 올해 9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소액대출 정보 집중 방침에 따르면 이미 대출한도를 초과했거나 한도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일 것이다.
결국 은행들은 신용카드사나 할부금융사들과 소액 신용대출 시장의 주고객을 놓고 경쟁을 벌이거나, 아니면 대출한도가 남아 있는 신규 고객을 찾기 위해 신용도가 더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할 처지다.
그러나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에 대한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높아 사후관리에 어려움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주된 목표고객을 제대로 선정하는 것이 대금업 진출을 준비하는 은행들의 첫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신속하고 편리한 대출이 관건 기존 대금업체의 경쟁력은 대출과정의 단순화와 이에 따른 대출의 신속성에 있다.
또한 신용카드사들도 소액대출의 경우에는 인터넷, 전화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는 실정이다.
최근 은행들도 인터넷을 통한 직접대출을 일부 하고는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대출이 주택 등 부동산 담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담보대출은 안전성이 높고 사후관리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출의 신속성이나 용이성 면에서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용대출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국 기존 대금업체와의 경쟁은 대출의 신속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문제는 점차 신용거래에 도입될 예정인 크레딧 뷰로(Credit Bureau;개인신용정보기관)를 통해 일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보유하고 있는 신용정보가 판단기준에 미흡하거나 부족할 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추가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은행업무에서는 효과적으로 수익성을 내는 고객을 선택하는 것이 이익 제고의 관건이었다.
즉 우량고객을 더 많이 확보할수록 은행의 수익이 증대되었다.
반면 대금업에서는 수익을 단번에 감소시키는 불량한 고객을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장치 확보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어떤 기준까지를 고객으로 포함하고, 그 이하는 탈락시킬 것인지를 각 업체마다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곧 수익성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은행들은 대출 당시 거래 실적, 근무처, 연 수입 등을 기초로 하는 ‘속성 중심의 여신심사’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이 대금업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객의 과거 변제 이력에 근거한 ‘이력 중심의 여신심사’를 추가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낮은 신용도 때문에 대출이 어려운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증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신용력을 보강해주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업무의 하부구조를 갖추어야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만 잘하면 승산 대출 후 채권 추심과 부실채권 관리를 위한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
연체율이 높아질수록 대출 이후의 관리업무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연체율이 5%만 넘어서면 대출금리를 30%로 높여도 부실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까지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작은 예대마진을 유지하면서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채권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2001년 말 현재 부실채권 비율은 3.4%로 비은행 금융기관의 13.7%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금업 진출을 두고 은행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호저축은행의 경우 부실채권 비율이 15.6%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금업 진출에 따라 늘어나게 될 부실채권을 최소화하고 일단 발생한 부실채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기법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대금업에 진출하려는 은행들은 대부분 자회사 방식이나 공동출자 형태를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즉 은행 업무와 대금업 업무 사이에 엄격한 분리를 공식화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고객들은 대금업 자회사와 모회사인 은행 사이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는 모회사 은행의 건전한 이미지를 인식할 것으로 판단된다.
공식적으로는 업무 구별이 가능하겠지만 인원이나 조직이 상호 순환될 경우 두회사간의 분리가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또한 자회사가 거래소에 상장되거나 코스닥에 등록될 경우 그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모회사 은행은 자회사의 영업실적에 따라 주식가치가 급변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대금업 자회사가 부실확대 등으로 영업이 위험하게 되면 모회사인 은행에까지 위험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명목상뿐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업무 방화벽을 설치하여 위험의 전염을 철저하게 방지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소매금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의 소비자금융업 진출은 점점 더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기업대출 업무에서 별다른 수익을 올리지 못한데다 대규모 부실채권 처리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 수년간 고심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소매금융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최근 들어 금융산업의 개편방향이 대형화나 겸업화 추세를 뚜렷이 나타내고 있고, 은행이 그 변화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여타 금융 영역에 대한 업무확대나 제휴 등이 꾸준히 진전될 전망이다.
이 경우 은행의 대금업 진출은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대금업 성격이 은행업과는 상이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금업 시장은 대표적인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이다.
은행이 기존의 거래관행과 전혀 다른 업무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신규 진출시 기존 업체와 합작이나 지분 참여 형태를 취함으로써 일정 기간 업무의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최근에 대금업에 진출한 미쓰이스미토모 은행(Mobit)이나 도쿄미쓰비시은행(Cash One)과 같은 대형 도시은행들은 모두 합작투자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대금업체가 대상으로 하는 고객과 은행 고객 사이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은행의 안정성 이미지와 기존 업체의 위험관리나 영업력 등을 조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도 일본 은행들의 진출사례를 참고하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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