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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디지털 방송이 뭐길래
[비즈니스] 디지털 방송이 뭐길래
  • 유병수/ <전자신문> 기자
  • 승인 2002.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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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재정 부족·표준화 문제로 제자리걸음… 경쟁 매체와 격차에 속앓이만 국내 케이블TV 업계가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한숨만 내쉬고 있다.
경쟁 방송매체인 디지털 위성방송은 이미 개국했고 지상파TV들도 시험방송에 들어가며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케이블TV는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올해 안에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급한 형편이지만 안팎으로 처한 상황을 돌아보며 애만 태우고 있다.
최근 가입자 22만명을 돌파한 디지털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이제 예약 가입자 중에서는 더이상 확보할 수 있는 가입자가 없다고 판단하고, 케이블TV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한 다각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TV들도 이미 1주일에 10시간씩 HD(고화질)급 디지털 방송을 송출하고 있어 케이블TV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위성TV와 지상파TV 3사는 디지털 방송의 걸음마를 떼고, 월드컵 기간 동안 양방향(Interactive) 방송 서비스의 핵심인 디지털 데이터방송 시스템을 구축해 시험 서비스에 들어갔으며, 내년부터 상용 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직 디지털 방송을 출발하지도 못한 케이블TV SO들로서는 어떻게 손을 써보기도 전에 갈수록 벌어지는 격차를 구경만 하고 있는 꼴이다.
확정되지 않은 미국식 오픈케이블(Open Cable) 방식의 표준문제와 디지털화를 위한 재정 부족, 디지털 방송 성공의 관건인 규모의 경쟁을 실현하기에 역부족인 사업자 구조 등이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와 디지털 위성방송은 순항 현재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기술협회(TTA),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 삼성전자 등 장비업체들이 참여한 디지털유선방송 표준화 전담반은 디지털 케이블TV 국가표준을 유럽의 DVB-C 방식이 아닌 미국 주도의 오픈케이블 방식으로 잠정 확정했다.
정보통신부의 규격제정 작업은 현재 오픈케이블 방식의 하드웨어 하위규격에 대해 ‘수신제한장치(CAS)를 포함한 POD(Point Of Deployment)를 교환 또는 분리해야 한다’고 확정했으며, 소프트웨어 하위규격인 OCAP(Open Cable Application Platform) 규격에 대해서는 하반기 중 세부작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셋톱박스의 호환을 전제로 한 정보통신부의 이같은 오픈케이블 규격 도입작업은 108개 SO들의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상이한 규격의 장비 남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와함께 외국 장비업체의 국내시장 독점을 방지하고 동시에 국내 케이블 장비산업의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오픈케이블 방식은 현재까지 세부규격 작업이 미비한데다 상용화장비 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하반기 이후 예정됐던 국내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이 암초에 걸린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SO들은 국가표준 제정작업에서 오픈케이블 방식 도입을 전제로 하되 하위규격인 미들웨어 표준 OCAP 규격의 적용이나 수신제한장치를 내장한 POD의 분리 의무화 규정을 일정기간 유예하는 등 국가단일표준 확정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고 정보통신부에 요청하고 있다.
오픈케이블 표준화를 주도하는 미국 케이블랩스로부터 규격인증을 받은 장비업체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POD나 OCAP라는 하위규격이 명문화된 오픈케이블 방식이 확정되고 강제된다면 디지털 전환은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몇몇 SO들은 미국의 오픈케이블 방식보다 진행이 빠른 유럽의 DVB-C 방식으로 전면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표준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케이블TV 업계가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너무나 많다.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필요한 자금 확보가 시급하다.
케이블TV 업계는 대기업과 외국 투자사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과 외국 투자사들 역시 국내 디지털 케이블TV 산업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투자 유치가 어려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도 오픈케이블 방식의 디지털 케이블TV가 시도된 적이 없어 투자 위험도가 높은 국내 케이블TV 업계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거대 공룡 SK텔레콤이 디지털케이블TV 미디어센터 사업을 위한 SO 연합 컨소시엄인 KDMC에 최대주주로 자본 참여를 최종 결정한 것이 일단 다른 대기업의 자본 참여에 불을 댕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외국 투자사들은 좀더 조심스럽게 접근중이다.
이들은 여전히 국내 케이블TV 업계의 흐름을 짚어보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국내 디지털 케이블TV 산업이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그에 대한 반대급부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최근 외국 대형 투자사를 대상으로 열린 ‘한국케이블TV 방송포럼’에서 외국 미디어 투자 전문가들이 벌인 토론은 이같은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들은 한국 케이블TV 산업의 세가지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첫째는 덤핑 수준의 수신료 문제다.
너무 싼 수신료는 SO의 재정에 큰 타격을 줄 뿐 아니라 프로그램 수신료를 받는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들에게 이어져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수신료로는 디지털화하더라도 투자한 자본의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둘째는 사업자 구조의 문제였다.
외국 투자자들은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규모의 MSO(복수SO)화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현재 국내 케이블TV 업계는 각 지역에 크고 작은 SO와 중계유선(RO) 사업자가 산재해 있다.
이같은 사업자 구조로는 디지털화에 승산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다행히 최근 M&A 열풍과 함께 MSO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들은 이같은 추세가 더욱 빠른 속도로 이뤄져 사업자 구조가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셋째는 방송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대기업 및 외국인 투자지분 제한 문제다.
현재 대기업의 경우 17위 기업까지 방송채널에 대한 지분소유 제한을, 외국인의 경우 총 지분의 33% 이하로 투자지분 제한을 받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0% 이상까지 지분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전히 매력적인 국내 디지털 케이블TV 시장 이같은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사들은 결코 국내 디지털 케이블TV 시장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다.
투자 위험도가 높은 만큼 성공시 투자 가치는 무한하다는 분석 때문이다.
국내 케이블TV 망 보급률이나 인터넷 산업은 어느 나라보다 발달해 있다.
케이블TV의 디지털화는 바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차원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다.
더구나 인터넷 산업과 통신산업의 발달로, 디지털 케이블TV 산업은 규모의 경제와 함께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 창출이 무한하고, 그에 대한 수요 역시 부족할 게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TV 가입률은 10%대로 매우 낮다.
그만큼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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