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기자수첩] 쓸쓸한 ‘갈매기택시’
[기자수첩] 쓸쓸한 ‘갈매기택시’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2.06.0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매기택시’라는, 다소 촌스러운 이름의 택시를 타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운행되는 콜택시들과 달리,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한 위성콜 서비스에 전자결제 시스템, 통역업체와 실시간으로 연결된 8개 국어 동시통역 체제가 갖춰져 있다.
관광과 숙박, 음식점 정보도 제공되고, 경찰 정보망과도 연결돼 있어 각종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부산개인택시조합은 현재 1만1천여대인 부산지역 개인택시들을 대상으로 200만원이 넘는 단말기를 무료로 설치해주고 있다.
부산시도 월드컵을 맞이해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겠다며 지원에 나섰다.
이 택시정보화사업(TIP)은 6년 전의 뼈아픈 실패에서 출발했다.
1996년 당시 택시조합은 교통카드로 택시요금을 결제할 수 있는 전용 단말기를 7200여대의 택시에 설치했다.
하지만 서비스가 다양하지 않았던 탓에 실패했다.
택시조합은 서비스를 확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KTF와 국민은행 등 8개 업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했고, 4년여의 준비 끝에 지금의 정보화택시가 탄생했다.
지난 5월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TIP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월드컵 관련행사에 온통 관심이 쏠려서인지 행사장에는 4~5명의 기자만 참석했다.
택시조합 회장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단순히 조합원들의 이익만을 위한 사업이 아닙니다.
택시를 브랜드화하면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져 소득이 증대되고, 결국은 친절한 택시문화가 정착되는 것이죠. 그런데도 국내 언론은 너무 무관심하군요.” 행사가 끝난 뒤 돌아나오던 기자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천릿길을 달려온 갈매기택시 한대가 호텔 앞에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