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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로버트 먼델 / 컬럼비아대 교수
[사람들] 로버트 먼델 / 컬럼비아대 교수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2.06.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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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성장은 세계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동아시아는 머지않아 미국, 유럽에 맞먹는 위상을 누리게 될 것이다.
다만 동아시아가 자신의 경제력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역내 공동통화를 도입해야 한다.


환율이 변동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통화·재정정책의 효과를 분석한 ‘먼델-플레밍 모델’로 199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5월29일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02 서울 투자포럼’의 특별강연에서 먼델 교수는 ‘유로화 출범의 아버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변동환율제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는 “환율제도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은 말장난일 뿐이며, 환율은 더이상 정책목표가 될 수 없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20세기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은 통화 측정의 국제적인 기준이 사라진 데서 오는 필연적인 결과라는 평소의 지론이 진하게 담긴 주장이다.


세계 경제는 이미 3극체제로 재편됐음에도 이들 3개 통화권은 서로 연계되어 있지 않다.
먼델은 세계 경제의 3극이 궁극적으로 단일통화권을 형성해야만 하루 1조달러의 투기자본이 온세상을 휘젓고 다니는 난센스를 없앨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그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주어진 시점이 바로 아시아 금융위기의 위력을 경험한 직후인 99년이라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강연에서 먼델 교수가 특별히 관심을 보인 건 동아시아의 미래다.
“동아시아 경제는 지난 40여년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당당히 세계 경제의 한축을 형성했지만, 여전히 불안정성의 한가운데 내몰려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통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 대목에서 먼델 교수는 30여년 전의 일화 한토막을 털어놓았다.
유럽공동체 사무국의 초청을 받아 브뤼셀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과연 언제쯤 유럽 단일화폐가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략 3주쯤 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물론 오로지 기술적 조건만을 따져본다면 말이다.
“유럽 각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기까지 흘려보낸 30년의 세월만 없었다면, 유로화 탄생은 30년 전에도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이번에 먼델 교수는 “동아시아 지역은 정치적인 통합수준이 유럽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당분간 단일통화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동아시아 각국이 자국의 화폐를 없애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공용통화를 만드는 일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 동아시아 각국이 자국화폐를 달러화에 연동시키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APEC 총회에서 “각국은 자국 화폐를 달러화로 대체하는 ‘달러화(Dollarisation)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던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그는 동아시아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곧 외국인 직접투자(FDI)라면서 “한국도 원화환율을 달러화에 고정시키는 정책을 취할 경우 외국인 투자유치에서 훨씬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날 강연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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