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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종로서적, 추억 속으로 사라지나
[비즈니스] 종로서적, 추억 속으로 사라지나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2.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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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오레 인수 포기… 노조, 경영권 위임 후 법정관리 가능성 타진 움직임 지난 4월부터 출판영업인협의회의 홍동수 회장은 종로서적 장덕연 사장과 ‘심상치 않은’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그는 “어렵고 힘든 건 사실이지만 제3자 인수나 자금유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장 사장의 말을 믿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5월10일 정기 지불 날짜가 됐는데도 아무런 통보없이 대금은 결제되지 않았다.
홍 회장은 종로서적의 중간간부와 다시 접촉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사실상 경영에 손을 뗐다.
새 인수자가 실사작업 중이다”라는 말만을 전해들었다.
그 와중에도 종로서적은 어음을 정상적으로 발행했다.
하지만 5월말까지 대금은 결제되지 않았다.
3자 인수도 결렬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급기야 6월4일 종로서적은 외환은행 종로지점으로 돌아온 어음 2800만원을 갚지 못해 최종 부도처리됐다.
1907년 탄생해 95년간 출판계의 자존심을 지켜왔던 종로서적의 문이 기약없이 닫혀지는 순간이었다.
종로서적의 부도로 가장 당황스러운 건 출판사들이다.
출판사 대표들은 6월5일 출판문화협회에서 부랴부랴 대책모임을 가졌다.
이때 채권을 신고한 업체는 393사, 채권 금액은 34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날 채권 신고를 담당했던 한 출판인은 “기독교 출판사쪽과 일부 인문사회 출판사, 전문서쪽은 아직 신고하지 않아 전체를 합치면 50여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당황스럽긴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종로서적 노조는 일단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정산하면 채권이 대략 18억원에서 20억원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 출판인들 사이에서 종로서적의 부도는 이미 예견되어 온 것이었다.
한 출판영업인협회 관계자는 “이미 2년 전부터 경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며 “결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자 올들어 출판사들이 거래를 끊거나 책 부수를 대폭 줄여왔다”고 말한다.
부도처리한 외환은행쪽은 “1999년 226억원, 2000년 234억원이던 종로서적의 매출액이 2001년 202억원으로 줄어들면서 2001년 1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6월 많은 수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퇴직하면서 자금 사정이 더 악화됐고, 그나마 남아있던 50여명도 지난 5월 새 인수자로 거론되던 밀리오레에 일괄 사표를 제출한 상황이라고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4월 이후부터는 사실상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매출이 줄고 여유자금이 없다 보니 매장 편의시설이나 주자창 등 시설투자를 전혀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된 것이다.
게다가 도서정가제 파괴를 들고나온 인터넷 서점의 등장도 매출에 큰 타격을 주었다.
장 사장의 경영스타일도 문제로 지적됐다.
출판영업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장 사장은 아버지 장하림의 이름으로 어음을 발행해왔으며, 경영 스타일 자체가 분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태에서 새 인수자로 떠올랐던 밀리오레도 실사 끝에 회생가능성이 없다며 인수를 포기했다는 후문이다.
종로서적은 현재 출판인들의 채권 60억원과 직원들의 임금 채권 20여억원 외에도 외환은행에 7억원 가량을 비롯해 금융권에 모두 20억원 가량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종로서적은 어떻게 될까? 현재 장 사장과는 연락이 두절됐고, 종로서적의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담당 이사는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상태”여서 채권자들 사이에서는 이 상태로 가다간 공중분해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노조쪽에서 종로서적을 회생시키자는 움직임이 고개들 들고 있다.
경영을 위임해서 법정관리 형태로 가져가고 출판사들의 도움도 받아 경영 재개를 해보자는 주장이다.
현재 이런 안은 상당한 가능성을 보이면서, 출판인들과의 협의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라도 살리지 않으면 종로서적이 분해되는 것은 물론이고, ‘닫힌’ 종로서적을 두고 채권자들의 이해관계가 지저분하게 표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동안 출판사 부도 처리과정에서 상처만 받은 채권자들에게는 이것이 더 큰 두려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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