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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SK텔레콤, 카드 전쟁 출사표
[비즈니스] SK텔레콤, 카드 전쟁 출사표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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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은행 신설법인에 지분 참여 검토… 시장 포화·정부 규제 등으로 영향은 미미할 듯 붉은 악마 응원전, TTL, UTO, OK캐쉬백, 엔크린보너스카드, 그리고 이 서비스들을 받고 있는 전국 고객 2천만여명…. 대중 고객기반이 막강한 마케팅의 강자 SK가 정부 규제로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카드 전쟁터에 깊숙이 한발을 들이밀었다.
SK는 일단 우회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SK는 전북은행이 분사를 통해 설립할 카드회사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SKT)은 6월초부터 전북은행 카드 사업 부문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실사는 늦어도 6월 중순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구제적 내용, 실사 후 세우기로 새 법인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원 노태식 비은행감독국장은 “아직은 전북은행 카드 독립법인의 인수방식도 정해지지 않은 초기 단계”라며 “앞으로 금융감독위원회에 인가신청을 내더라도 각종 자격요건, 적정성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도 “인수 주체가 SK텔레콤이 될지, SK가 될지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며 “지분참여 정도 등 구체적 내용은 실사가 끝난 뒤에라야 세우기 시작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SK가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직접 경영을 주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증권 여인택 연구원은 “새로 출범하는 카드 법인의 경영권은 전북은행이 가질 것”이라며 “최대주주는 전북은행이 되고 SK가 2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진출 시기도 그다지 좋지 않다.
신용카드 산업의 고도 성장기는 거의 막바지에 와 있다.
지난해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000년보다 97%가 늘어난 443조원이었다.
그러나 신용카드 이용액 증가세는 2000년을 정점으로 느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카드 이용액 증가율이 올해엔 23%, 내년엔 18%, 내후년엔 15%로 점점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최근엔 정부가 카드산업의 고속확장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금융감독위원회는 5월23일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하를 골자로 하는 ‘신용카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안을 보면 카드사의 현금대출 업무 비중을 50%로 제한하고 경품제공과 가두모집도 금지한다.
이중 카드사의 이익에 가장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것은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인하 조처다.
정부는 이번 종합대책에서 삼성, 국민 등 리딩 카드사에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20% 이하로 내리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는 6월부터 현금서비스 평균 수수료율을 연 23.37%에서 21.02%로 2.35%포인트 낮췄다.
비씨카드 회원사인 12개 은행들도 평균 연 21%대인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6월부터 연 19%대로 2%포인트 가량 내렸다.
신용카드의 이익에서 현금서비스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3%에 이른다.
따라서 수수료율 인하는 곧바로 카드사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또 현금대출 비중 제한은 카드 사업의 성장성을 제한한다.
현재 카드사들은 전체 자산 중 대출서비스 자산이 65~75%에 이른다.
이것을 50%로 끌어내리려면 대출서비스를 줄이거나 결제서비스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결제서비스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카드 업계는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와 전북비자의 결합은 양쪽 모두 이익을 보는 ‘윈윈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로선 은행과 함께 카드 사업을 함으로써 기존 비은행계 카드사들보다 싼 금리로 새 법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게 된다.
또 적은 비용으로 카드 사업에 진입할 수 있다.
서울증권 여인택 연구원은 “전북은행 신용카드 부문이 분사하면 최초 자본금은 1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SK가 새 법인 설립에 300억원을 내놓는다고 해도 독립 브랜드를 만들어 진출하는 것보다는 훨씬 적게 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룹의 오랜 숙원 이번엔 풀까 정부가 쳐놓은 카드 사업 진입규제라는 장벽도 수월하게 뛰어넘을 수 있다.
사실 SK는 97년 이래 그룹 차원에서 수차례 카드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외환카드, 평화은행 카드 사업 부문, 동양카드 등 매물이 나올 때마다 SK는 적극적으로 인수 협상을 펼쳤지만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2000년 10월엔 평화은행로부터 카드 부문을 3천억여원에 인수하기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달 뒤 평화은행은 정부가 평화은행에 6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줘 카드 부문을 매각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약속을 물렀다.
동양카드의 경우엔 5천억여원에 인수하기로 거의 얘기가 끝나가던 와중에 정부가 대기업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부활해버렸다.
다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여지가 없어진 SK는 동양카드 인수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SK가 이번에 전북은행 카드 사업 분사에 참여한다면 그룹의 숙원을 이루는 셈이다.
전북비자가 얻을 이익은 더 크다.
사실 지방 기반의 신용카드들은 그동안 서울 지역의 카드들만큼 짭짤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지방 소비자의 소비 수준이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북비자도 마찬가지 이유로 카드 사업의 수익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3월말 현재 전북은행의 카드발급 장수는 20만좌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지난해 카드 사업 수익은 168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여기에 SK가 가진 2천여만명의 대중 고객기반이 합세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북지역의 SK 고객은 물론이고 전북비자가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전국 고객 기반까지 갖추는 것이다.
더군다나 SK는 업계 최고의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력을 자랑하는 업체다.
SK의 마케팅 지원은 전북비자엔 천군만마와 다를 바 없다.
SK-전북비자 연합의 출현으로 기존 카드사들의 입지가 바짝 오그라들게 되지는 않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서울증권 여인택 연구원은 SK의 카드 사업 진출이 기존 사업자한테 주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SK가 노리는 시장은 금융과 통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틈새시장이라는 것이다.
종합금융 유통 사업자가 비전 그것은 SK텔레콤이 밝힌 미래사업 비전에서도 드러난다.
이 회사의 차진석 m파이낸스 본부장은 5월20일 연 모바일 금융사업 설명회에서 “금융기관을 여러가지 금융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로 비유한다면 우리는 그 상품을 더 효율적으로 많은 고객한테 제공하는 유통업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텔레콤은 모네타폰·원칩·모바일 지갑 같은 다양한 결제수단과 모네타카드·네모·폰빌 등 진화된 지불 솔루션을 기반으로 3년 안에 종합금융 유통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설사 SK가 기존 카드사들의 시장을 노린다고 해도 영향력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의 ‘신용카드 종합대책’으로 후발업체가 영업하기가 매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보유 수로 보면 이미 기존 신용카드 시장은 포화상태다.
올해 3월말까지 발급된 신용카드 수는 9678만장이다.
경제활동인구 1명당 4.4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메리츠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이런 이유로 SK뿐 아니라 현대, 롯데 등 후발업체들이 기존 시장을 파고들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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