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영화] 예스터데이
[영화] 예스터데이
  • 임범/ 씨네21 기자
  • 승인 2002.06.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스터데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몇가지 확실한 이유가 있다.
우선 내용이나 화면이 ‘한국 최초의 SF영화’라는 카피를 내걸 만하다.
2020년 미래가 배경이고, DNA 조작술이라는 과학기술의 진보가 이야기의 출발점인 동시에 갈등의 중심에 놓인다.
SF물들의 중심 테마인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모티브도 지니고 있다.
제작비도 마케팅비를 합해 80억원이 들어갔다.
제작사가 미라신코리아인 것도 이채롭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만든 영화는 나쁜 영화 등 장선우 영화 두편과 생활의 발견 등 홍상수 영화 세편이다.
작가주의 영화 전문 제작사라고 불러도 될 만한 이 회사가 내놓는 첫번째 블록버스터 지향의 상업 영화다.
예스터데이는 DNA 조작, 인간복제, 인간병기 개발, 기억의 강제 말소 등 SF 장르가 즐겨 다뤄온 모티브들로 채워져 있다.
국방부가 DNA를 조작해 인간의 특정한 능력을 극대화하는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포기한다.
그중에는 전투능력을 극대화해 인간병기를 만드는 실험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 대상이 된 아이가 골리앗(최민수)이다.
골리앗은 훈련이 괴로워 실험실을 탈출하고, 그러자 프로젝트팀은 골리앗의 유전자를 복제해 석(김승우)을 만든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석의 어린 시절 기억을 모두 지워버린다.
영화는 골리앗의 복수극에서 시작한다.
골리앗은 은퇴한 박사들을 한명씩 죽인다.
운명은 비정한 것. 공교롭게도 석은 특수수사대 반장이 돼 이 사건의 수사를 맡는다.
무비자 특구인 미래의 거대도시를 배경으로 골리앗과 특수수사대의 추격전과 외국인 갱들과의 전투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여기에 석이 기억을 회복해가는 과정과, 석을 죽일지 말지, 자기를 복제한 인간에 대한 양가적 감정에 휩싸인 골리앗의 갈등이 겹친다.
본격 SF의 재미를 선사할 요소들을 다 모았지만, 예스터데이는 이야기 전달력의 부족과 중요한 이야기 연결고리의 실종으로 재미를 반감시켜버리고 만다.
인간병기 프로젝트의 추진을 가능케 한 사회가 어떤 체제, 어떤 정치역학에 있었는지, 그게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지, 골리앗은 애초에 어떤 아이였는지 등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아마도 SF적 모티브들이 추상적 공간에서 서로 만나면서 빚어내는 자발적 아우라를 기대하는 SF 마니아적 영화를 의도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려면 더 새로운 이야기가 있어야 했고, 아니라면 블록버스터답게 갈등과 모순 하나하나를 충실하게 설명해야 했다.
기대보다 더 큰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스터데이/ 제작 미라신코리아/ 투자·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감독·각본 정윤수/ 촬영 정한철/ 출연 김승우 김윤진 김선아 최민수/ 상영시간 120분/ 등급 15살 이상 관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