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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3. 여행·레저 산업 뜬다
관련기사3. 여행·레저 산업 뜬다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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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증가로 68만개 새 일자리 창출… 노동집약적 제조·건설업 등은 쇠퇴 우리나라가 ‘세계 8강’ 안에 드는 것이 있다.
노동시간이다.
한국인의 연간 노동시간은 1999년 현재 2447시간으로 75개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 가운데 7위다.
하지만 일본을 능가하는 ‘일 중독 국가’인 우리나라에도 이제 주5일 근무 시대가 열리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휴일 수는 92일에서 130일 이상으로 늘어난다.
연간 노동시간도 점차 선진국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5일 근무제는 산업과 기업에도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주5일 근무제로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레저, 스포츠, 여행 산업이 성장하고, 이 부문의 성장이 한국 경제 부흥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평균임금이 상승하면서 섬유, 가전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과 건설업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원은 노사정위 안에 따라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여성은 3%, 남성은 2.8%만큼 시간당 평균임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주 등 관광지 숙박업계 ‘즐거운 비명’ 통계청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의 70% 이상이 여가를 TV 시청이나 수면으로 보내고 있다.
이 역시 노동시간은 길고, 여가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5일 근무제는 여가 활용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가 1천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를 보면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경우 47.4%가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겠다’고 답했다.
‘여행과 같은 취미생활’은 29%, ‘자기계발’은 14.9%로 조사됐다.
이런 조사결과 역시 주5일 근무제 실시가 여가 활용과 관련된 서비스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노동연구원은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68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며, 5.2%의 고용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수혜를 입는 업종은 여행과 레저 산업이라고 입을 모은다.
87년부터 순차적으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국내 여행객이 매년 15% 증가했다.
중국에서도 주5일제 실시 첫해인 95년에 국내 관광객 수가 전년에 비해 20% 늘어난 1억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베이징에서 가까운 타이산과 하계 휴양지인 베이다이허 등으로 떠나는 2박3일간의 주말여행이 중국 사회의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잡았다.
한국관광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 향후 6년간 관광객이 3억200만명 증가할 것이며, 연평균 5천만명의 신규 관광수요가 창출된다”고 밝혔다.
특히 가족 중심의 여행 형태가 정착되고 생태관광, 문화체험관광, 테마관광 등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숙박업계도 주5일 근무제 특수를 예감하고 있다.
제주도, 경주, 설악산 등 관광지 리조트는 직접적 매출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급 호텔들은 주말 객실이용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가격할인 혜택뿐만 아니라 수영장, 헬스장 이용이 가능한 레저용 상품 출시도 추진하고 있다.
콘도 업체도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국토개발 조용하 실장은 “한화콘도의 경우 주5일 근무로 하반기부터 객실가동률이 6.7% 정도 증가하고, 매출도 애초 예상보다 17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형태의 숙박업인 펜션과 주말농장도 유망한 사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통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는 기존의 ‘통과형 쇼핑’보다 ‘체재(滯在)형 쇼핑’이 활기를 띨 것으로 예측한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시간소모형 소비와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엔터테인먼트, 쇼핑, 레포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쇼핑몰을 찾는 고객이 많아질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지원반 이종성 과장은 “기존의 백화점과 재래시장 외에 복합쇼핑몰, 할인점, 전문점 등 신업태의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매장에 서점, 미용실, 헬스장 등의 편의시설을 대폭 강화하고, 영화관을 입점시켜 복합 쇼핑공간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여가시간을 활용해 자격증을 따거나 어학, 컴퓨터 등 업무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학습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학원 등 교육 관련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원가에서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발맞춰 주말반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여유시간 잡기” 복합 쇼핑몰 변신 가사노동 대체 비즈니스도 눈여겨볼 분야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 상승세가 이전보다 둔화하는 반면, 레저나 자기계발 등을 위한 지출이 늘어나 직업을 가지려는 여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한다.
탁아소, 청소 대행업, 각종 반찬 서비스업 등이 각광받는 업종에 속한다.
주5일 근무제로 뜨는 업종이 있는 반면, 타격을 받는 업종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5일 근무제 실시로 전통제조업, 건설업, 수출 위주 산업, 1차산업 등을 쇠퇴할 업종으로 지목했다.
이들 업종은 주5일 근무제로 신규수요 창출이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 주택건설 업체 관계자는 “주5일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건설업체는 공사기간 지연과 일용직 인력 부족, 인건비 상승 등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된다”며 “산업별로 융통성있게 주5일 근무제를 적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중소 영세업체의 경우 경영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유럽과 동남아에 섬유를 수출하고 있는 D사 관계자는 “휴일 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5일 근무제를 적용하면 인원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중소업체의 경우 시행시기를 대폭 늦추거나 정부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박사는 “주5일 근무제는 제조업체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업체에 따라 시행시기를 융통성 있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5일 근무제로 산업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먼저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한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주5일 근무제는 내수산업을 활성화하고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일본 노동성 조사를 보면 73년부터 87년까지 노동시간 1% 단축시 생산성은 3.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주당 법정 노동시간이 46시간에서 44시간으로 단축됐던 89년 이후 3년간 노동생산성 성장률이 연평균 12.6%에 이르러, 그 이전 3년간 평균보다 3.6%포인트 높았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연구원은 “노동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9.1% 감소하면 생산성은 약 5.9%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 경영에도 주5일 근무제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주5일 근무 실시의 전제조건'이라는 보고서에서 “주5일 근무제는 단기적인 노동비용의 상승과 노동조건 조정에 따른 노사마찰 등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직 및 업무혁신, 효율적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 정착 등 질 위주의 경영이 확산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휴일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고 선진경영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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