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기획] 경제월드컵의 현장(3) - 후원팀 성적에 울고 웃고
[기획] 경제월드컵의 현장(3) - 후원팀 성적에 울고 웃고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2.06.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용품 업체들, ‘장외 월드컵’에서 치열한 승부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32개국 대표팀은 제각기 16강, 8강 진출 혹은 우승을 노리며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출전 선수들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에서 지난 4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한다.
하지만 월드컵은 그들만의 대회가 아니다.
각국 대표팀과 선수를 후원하는 업체들도 승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장외 월드컵’을 벌이고 있다.


특히 스포츠 용품 업체들은 월드컵과 같은 국제대회가 열릴 때면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며 스포츠 마케팅에 총력을 다한다.
국제대회는 자사 제품을 전세계인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장외 월드컵’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 업체는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월드컵 공식후원 업체인 아디다스는 지난해 우승팀 프랑스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독일, 스페인 등 굵직굵직한 10개국 팀을 후원하고 있다.
나이키는 한국대표팀과 미국, 브라질, 포르투갈 등 8개팀을 거느리고 있다.
후원을 받는 팀들은 두 업체의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자웅을 가린다.


스타 선수 후원에서도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아디다스는 지단, 라울, 베컴 등 쟁쟁한 선수들을 거느리고 있다.
나이키는 호나우두, 피구, 카를로스, 크레스포 등 역시 스타급 선수들을 후원하며 그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인기 스타들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축구화를 신고 전세계 축구팬 앞에서 뛰고 있다.



아디다스·나이키, 이번에도 한판승부

대표팀의 경기 결과와 스타들의 부침에 따라 그들을 후원하는 업체들의 희비도 엇갈리기 마련이다.
승자만을 기억하는 냉혹한 스포츠 세계에서 후원하는 팀의 성적표는 후원업체의 매출이나 수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회의 경험은 월드컵 경기의 승패가 마케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디다스가 유럽 시장에서 나이키를 따돌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프랑스 월드컵 때 아디다스가 후원한 프랑스팀이 우승한 덕분이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세계 스포츠 시장을 양분해왔다.
전통적으로 나이키는 북미와 아시아지역에서 우위를 지켰고, 아디다스는 유럽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나이키가 적극적이고 다양한 마케팅을 내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아디다스는 유럽에서도 선두업체 지위에 위협을 받기에 이르렀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97년에 아디다스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럽지역에서도 나이키가 아디다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바 있다”고 밝힌다.
하지만 98년 아디다스가 후원한 프랑스가, 나이키와 인연을 맺고 있던 브라질을 3 대 0으로 완파하면서 나이키가 독주하던 스포츠 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디다스는 ‘승리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으면서 유럽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미미하던 프랑스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고, 심지어 나이키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미국 프로농구(NBA)까지 잠식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월드컵 공식후원 업체인 아디다스는 2002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나이키를 추격해 들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아디다스는 2년 전부터 월드컵 마케팅에 대비해왔으며, 이번 월드컵을 위해 단일 스포츠 이벤트 마케팅 비용으로는 사상 최대인 3680만달러(약 478억원)를 투입했다.
하지만 아디다스의 유력한 파트너이자, 우승후보 1순위를 다투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조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아디다스가 후원하는 대표적 스타인 지네딘 지단은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가 예상밖의 부진을 보이며 탈락한 것은 아쉽다”며 “하지만 다른 후원팀인 독일, 스페인, 일본 등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브랜드 심볼인 데이비드 베컴과 라울 곤살레스 등이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아디다스의 월드컵 성적표는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키는 월드컵 공식후원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50년 이상 월드컵을 후원해온 아디다스에 비해 불리한 처지다.
나이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원 카테고리 원 컴퍼니’ 원칙 때문에 스폰서 계약에 끼어들 수 없다.
하지만 나이키가 월드컵이라는 절호의 마케팅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나이키는 브라질 축구스타 로날도를 기용한 TV광고로 월드컵 공식후원사인 아디다스에 선제공격을 퍼붓는 민첩함을 보였다.
또한 대표팀과 선수 후원에도 아디다스 못지않게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나이키는 우승후보인 브라질 대표팀과 10년 동안 7억달러에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16강 진출이 좌절된 반면, 브라질은 한수 앞선 기량을 선보이며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나이키는 브라질의 우승 가능성을 점치며 들떠 있다.
간판스타인 호나우두도 부상에서 회복돼 예전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더구나 385억원을 들여 후원한 한국 대표팀이 선전하면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이키가 출시한 국가대표팀의 새 유니폼은 현대차, KTF 등 국내 대기업과 응원단 ‘붉은 악마’ 등에서 수만장씩 주문이 밀려들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나이키 관계자는 “한 직영점에서는 150장의 대표팀 유니폼이 1시간 만에 동나는 등 매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푸마·엄브로, 성적따라 희비 교차

푸마는 월드컵 경기 결과가 나올 때마다 근심만 쌓인다.
폴란드, 카메룬, 파라과이, 튀니지 등 자사가 후원했던 팀들이 조예선에서 무더기로 탈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카메룬은 독일에 힘없이 무너지면서 16강 탈락이 확정됐다.
푸마의 불운은 지역 예선에서부터 시작됐다.
유력한 후원팀인 네덜란드 대표팀이 유럽 예선에서 탈락했고, 아넬카(프랑스) 등 후원선수들이 줄줄이 대표선수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연간 1억5천만원을 들여 후원하고 있는 한국팀 안정환 선수가 미국전 때 동점골을 넣은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는 영국계 스포츠 용품업체 엄브로는 표정이 밝다.
잉글랜드와 아일랜드의 성적이 좋기 때문이다.
엄브로 이병렬 사장은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엄브로 유니폼을 입고 브라질이 우승컵을 안았을 때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거두었다”며 “이번에 영국이 우승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마케팅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엄브로의 브랜드 심볼인 잉글랜드 오언 선수의 활약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스포츠 용품업체에서 자신이 후원하는 팀과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월드컵에서 어떤 팀이 우승하느냐에 따라 혹은 어떤 선수가 스타로 떠오르냐에 따라 업계 순위가 바꿀 정도로 막대한 마케팅 효과가 파생되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축구용품 매출을 5억달러 정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디다스는 새로 출시한 축구화 ‘프레데터 마니아’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 방법으로 이번 월드컵의 최대 승자가 되겠다는 각오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월드컵 마케팅이 최종 승자는 우승컵이 어느 팀에 돌아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